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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이 푸르러 가시던 님이

: 김유정이 말하고 김유정을 말하다

드레의 뜰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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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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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4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176쪽 | 123*188*20mm
ISBN13 9791193946046
ISBN10 1193946042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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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향은 저 강원도 산골이다. 춘천읍에서 한 20리가량 산을 끼고 꼬불꼬불 돌아 들어가면 내닫는 조그마한 마을이다. 앞뒤 좌우에 굵직굵직한 산들이 빽 둘러섰고 그 속에 묻힌 아늑한 마을이다. 그 산에 묻힌 모양이 마치 옴팍한 떡시루 같다 해서 동명(同名)을 ‘실레’라 부른다. 집이라야 대개 쓰러질 듯한 헌 초가요, 그나마도 50호밖에 되지 않는, 말하자면 아주 빈약한 촌락이다.
--- p.37

동백꽃이 필라치면 한겨울 동안 방에 갇혀 지내고 있던 처녀들이 하나둘 나물을 나옵니다. 그러면 그들은 꾸미꾸미 외딴 곳에 한 덩어리가 되어 쑥덕공론입니다. 혹은 저희끼리만 들을 만치 나직나직한 음성으로 노래를 부르기도 합니다. 그 노래라는 것이 대개 잘살고 못사는 건 내 분복(分福)이니 버덩의 서방님이 그립다는 이런 의미의 장탄입니다. 우리가 바닷가에 외로이 섰을 때 바다 너머 저편에는 까닭 없이 큰 기쁨이 있는 듯싶고, 따사로운 애정이 자기를 기다리는 것만 같아 안타깝게도 대고 그립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산골의 아낙네들은 넓은 버덩에는 그 무엇이 자기네를 기다리는 것만 같아 그렇게도 동경해 마지않는 것입니다.
--- p.74

그렇다고 내가 당신을 업신여긴 기억은 없습니다. 만일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그것은 당신을 위해 슬픈 일임에 틀림없을 것입니다. 나는 다만 그 위대한 사랑이 내포되지 못하는 한 오늘의 예술이 바로 길을 들 수 없고, 당신이 그것을 모르는 한 당신은 그 완전한 사람을 이내 모르고 말리라는 그것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 p.104

이 2, 3년 내 군의 천분(天分)의 당연한 소치인 혜성적 출현은 지금 생각하면 죽음을 재촉하는 정력의 소비였다. 동경이나 구미 문단 같으면 그만한 신진 작가이면 당당히 생활의 유족을 꾀할 수 있을 것인데, 불행히 이 땅에서는 다만 빈궁과 냉시만이 초연히 존재할 뿐이었다. 이것이 유정 한 사람의 일 같지 않아서 더 한층 뼈저린 비애를 금치 못하며 암연해지는 것이다.
--- p.146

그의 병은 물론 그리 쉽사리 고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경제적 여유가 만약 그에게 있었다면 삼십이란 나이로 세상을 버리지 않아도 좋았을 것이다. 병도 병이려니와 그를 그렇게 요절하게 한 것은 이를테면 그의 한 ‘가난’이었다.
---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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