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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그림시드니 스미스
관심작가 알림신청Sydney Sm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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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김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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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아이가 서로에게 건네는 아늑하고 고요한 위로!
어스름한 달빛이 방안을 비추고, 아이와 엄마는 잠자리에 눕습니다. 그리고는 지난 추억을 하나둘 끄집어내지요. “기억나니?” 엄마는 아이에게 묻습니다. 아빠, 엄마, 아이, 셋이서 아무도 없는 들판으로 나들이 갔던 날이 기억나는지를요. 아이는 한 움큼 따서 엄마 아빠와 나누어 먹은 산딸기가 정말 달콤했다고 대답합니다. 이번에는 아이가 엄마에게 “기억나요?”하고 물어봅니다. 생일날 아빠가 불러 바깥으로 나갔더니, 엄마가 생일선물로 자전거를 안겨 준 날이 기억나는지를요. 엄마는 혼자 가 보라고 잡은 손을 놓자마자, 아이가 중심을 잃고 푹신한 건초 더미 위로 쓰러져 깔깔대던 일이 기억난다고 대답합니다. 엄마와 아이는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를 이어 갑니다. 폭풍우가 쳐서 온 집안에 정전이 되었던 날, 집을 떠나 트럭에 짐을 싣고 고속 도로를 끝없이 달렸던 날까지요. 추억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동이 틉니다. 아이는 창문을 열고, 따스한 햇살을 마주하지요. 그리고는 덜컹거리며 지나가는 버스와 빵 굽는 냄새를 풍기는 길 건너 빵집, 도시 위로 떠오르던 해를 바라봅니다. 언젠가 이 순간도 아름답게 떠올리게 될 거라고 스스로를, 그리고 엄마를 다독이면서 말이지요. 어두웠던 도시를 붉게 물들인 햇살은 이제 엄마와 아이를 포근하게 감쌉니다. 상실감과 슬픔, 두려움을 희망으로 바꾸는 ‘기억’ 『기억나요?』는 시드니 스미스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입니다. 어린 시절 경험한 가족의 변화, 그에 따른 상실감과 슬픔, 두려움을 가족이 함께했던 따뜻한 기억에 기대어 넘어섰던 일을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그림책으로 풀어낸 것이지요. 아이의 시선으로 펼쳐 보이는 지난 추억은 따뜻하지만, 어딘가 애잔한 구석이 있습니다. 들판으로 나들이를 가서 산딸기를 따 먹은 날, 처음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운 날, 엄마와 나란히 서서 폭풍우가 몰아치는 창밖을 바라보던 날, 아빠가 건네준 곰 인형과 함께 집을 떠나던 날까지 이어지는 추억은 행복과 슬픔, 끝과 시작이 얽히고설켜 있습니다. 새집에서 보내는 첫날, 아침 햇살이 집 안을 비추자 미처 풀지 못한 이삿짐들이 보입니다. 들판으로 나들이 갔던 날 썼던 파란 담요와 소풍 바구니, 생일선물로 받은 빨간 자전거, 옛집을 떠나던 날 챙겨 온 곰 인형…. 이제 엄마와 아이, 둘뿐이고 세 식구가 추억을 쌓은 옛집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함께했던 기억만은 여전히 두 사람 곁에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 따뜻한 기억은 아이가 느끼는 상실감과 슬픔, 두려움을 기대와 희망으로 바꾸어 놓습니다. 사람들 사이의 감정이나 관계, 상황은 언제든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함께여서 좋았던 기억까지 지금 느끼는 미움이나 원망, 회한으로 덧칠할 필요는 없지요. 엄마가 하필 지금 그 기억들을 하나하나 불러와 아이와 나누는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아이도 그런 엄마의 마음을 알기에 언젠가 지금 이 순간도 기억하게 될 거라며 스스로를, 또 엄마를 다독이는 것이지요. 우리 시대 젊은 거장 시드니 스미스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은 아동 문학계에 중요하고 지속적인 공헌을 해 온 작가에게 수여하는 상입니다. 시드니 스미스는 2024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 아동 문학계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그는 우리 마음에 드리운 빛과 어둠을 시각화해 보여 주는 데 빼어난 재능을 가진 작가입니다. 집 나간 고양이를 찾아 커다란 도시를 헤매는 작은 아이의 불안과 안도를(『괜찮을 거야』), 말더듬이 아이의 움츠러든 자존감과 회복을(『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할머니에게 생명의 빛을 돌려주고 싶은 아이의 절절한 마음을(『할머니의 뜰에서』), 그리고 상실감과 두려움을 넘어서는 기억의 힘을 배워 가는 아이의 눈부신 성장을(『기억나요?』) 빛과 어둠을 절묘하게 사용한 그림으로 우리 앞에 펼쳐 보입니다. 그가 그림에 담은 환하고 따뜻한 빛은 책을 읽는 독자의 마음까지도 빛으로 충만하게 만들지요. 그 빛의 세례를 받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시드니 스미스가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안데르센상을 수상하게 된 까닭을 납득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시드니 스미스는 아직 지나온 길보다 가야 할 길이 더 많이 남은 젊은 작가입니다. 『기억나요?』도 『괜찮을 거야』에 이어 두 번째로 쓰고 그린 책일 뿐입니다. 다른 사람의 글에 그림을 그린 책이든, 직접 쓰고 그린 책이든 늘 독자를 기대하고 설레게 만드는, 그리고 늘 그 기대와 설렘에 값하는 그의 다음 작품이 벌써 기다려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