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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소무아르 (목로주점)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442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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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4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376쪽 | 430g | 132*225*20mm
ISBN13 9788937464423
ISBN10 893746442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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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달아날 생각을 하다니, 정말 신기한 사람이다. 그런 것은 소설 속에 등장하고 상류 사회에서나 벌어지는 일이 아닌가. 하기야! 노동자들이 결혼한 여자의 마음을 얻으려고 수작 거는 걸 본 적이 있기는 하지만, 그들은 정작 여자를 생드니까지도 데려가지 않고 그 자리에서 끝장을 보려 했다.
--- p.43

쿠포는 쓰레기 더미에서, 벤치에서, 공터에서, 도랑 한가운데서, 그야말로 아무 데서나 잤다. 잠에서 깨어나면 전날의 술기운이 미처 빠지지 않은 채로 다시 술집의 덧문을 두드렸고, 크고 작은 술잔과 술병을 잔뜩 쌓아 두고 미친 듯이 퍼마셨다. 친구들을 만났다 헤어졌다 하면서 끝없이 돌아다녔고, 집에 돌아올 때면 거리가 그의 눈앞에서 마치 춤추듯이 흔들거렸다.
--- p.63

제르베즈는 청결하고 모든 것이 정리된 구제네 집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바라보면서 천천히 문을 닫았다. 그곳에 자기의 올바른 삶의 한구석을 남겨 두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채로, 마치 우리로 돌아가는 암소처럼 걸어서 가게까지 왔다.
--- p.88

“이런, 세상에! 그런 거구먼!” 바주즈 영감이 자기 허벅지를 치면서 말했다. “이제 알겠어. 그러니까 늙은 마나님이 죽었네.” 제르베즈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바주즈 영감은 제르베즈의 관을 들고 온 것이다.
--- p.122

제르베즈는 마르카데 거리의 작은 공원 구덩이 속에 쿠포 마나님만 묻고 온 것이 아니었다. 너무나 많은 것이 사라져 버렸다. 삶의 한 조각이, 가게가, 그리고 가게 주인으로서의 자부심이 사라졌다. 다른 감정들도 모두 묻어 버렸다. 그랬다. 장식 하나 없이 헐벗은 벽이 눈에 들어오자 제르베즈는 마치 자기 마음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 p.133

아! 이제 이렇게 술을 마시고 있다니! 세상에! 그녀는, 물론 알고 있었지만, 자산이 왜 이토록 의지력이 없는지 자책했다. 등 한번 떠밀렸을 뿐인데 어느새 술을 마시고 있지 않은가. 심지어 술이 맛있다니! 술은 조금 매스꺼웠지만 또 조금은 달콤했다.
--- pp.187-188

어머니도 술을 마시는 것이다! 제르베즈는 이제 남편이 돌아오지 않으면 콜롱브 영감의 술집으로 기꺼이 찾아갔다. 합석해서 같이 술을 얻어 마시기 위해서였다. 이제 그녀의 모습은 처음 술을 마시던 날 진저리를 치던 표정과 거리가 멀었다. 기꺼이 테이블에 앉아서 거나하게 들이켰고, 몇 시간이고 양팔을 괸 채 죽치고 있다가 눈이 풀린 몽롱한 얼굴로 일어섰다.
--- p.223

비르지니는 내일 치러야 하는, 하지만 어떻게 갚을지 막연한 청구서 두 장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 옆에서 살이 붙어 기름이 번지르르한 랑티에는 부지런히 사탕을 먹고 또 그것을 땀으로 흘려보냈다. 그는 화려하게 치장한 계집애들을 향한 정열로, 거의 다 먹어 치워 파산 냄새가 풍기는 비르지니의 가게를 가득 채웠다. 그렇다. 이제 설탕에 조린 과자 몇 개와 보리 사탕 몇 개만 더 먹으면 푸아송네 가게도 끝장이었다.
--- p.257

제르베즈는 더 이상 그곳에 있을 수가 없었다.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러고 있어야 한다는 게 견딜 수 없이 슬프고 끔찍했다. 제르베즈가 큰 소리로 외쳤다.
“저도 사랑해요, 구제 씨, 정말 사랑해요……. 오! 말도 안 돼. 정말 말도 안 돼. 이젠 정말 갈게요. 구제 씨. 같이 있으면 우린 둘 다 괴로워서 죽어 버릴거예요.”
--- p.305

저 살갗 아래에서 아소무아르의 독주가 곡괭이질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 쿠포의 온몸이 독주에 절어 버렸다! 곡괭이질이 쿠포의 몸뚱이 전부를 쉬지 않고 흔들어 대면서 조각내고 결국 숨을 끊어 놓을 터였다.
--- pp.334-335

“누구나 다 가는 거야. 먼저 가려고 밀치고 싸울 필요도 없지. 누구나 다 갈 수 있게 자리가 넉넉하거든. 먼저 가겠다고 서두르는 건 바보짓이야. 그래 봐야 더 늦어진다니까. 내가 바라는 건 딱 한 가지야. 그냥 즐겁게 하라는 거. 가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지만, 한번 제대로 생각해 봐. 처음엔 싫다고 했다가 나중엔 가고 싶어 했잖아? 그래도 기다려야 했지. 그래. 이제 됐어. 이제 원하는 대로 됐네. 즐겁게 갑시다!”
--- p.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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