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를 제대로 할게요. 저는 8년 차 작가(2024년 2월 현재 집필 기준)고요, 지금껏 3권의 전자책과 6권의 종이책을 썼어요. 이 책이 10번째가 되겠네요. 책을 쓰는 저자의 길을 한 번도 꿈꾼 적이 없던 저로서는, 한 권 한 권 책이 늘어날 때마다 입이 쩍쩍 벌어집니다. 내가 언제 열 권이나 썼나, 놀라워서요. 게다가 많은 분 앞에 서서 ‘에세이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는 것 역시 ‘루저’인 과거를 떠올리면, 이건 뭐 기적이지요.
--- p.11
책을 출간하면 북 콘서트나 북토크 같은 행사를 하지 않는 한 독자님을 만날 수 없잖아요. 그런데 강의는 비대면(줌 강의)이든 대면이든 학우님들과 만날 수 있다는 게 글쓰기와는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무엇보다 활기찬 제 성격이 책에는 덜 드러나는데, 수업 때는 제 개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점이 좋더라고요.
--- p.12
저는 제 보잘것없는 과거를 사랑합니다. 과거를 내보이는 게 부끄럽긴 해도 지금의 나를 더욱 빛나게 해주니 고마워요. 어릴 때부터 공부도 잘했고, 매사에 꾸준한 열정을 지닌 사람이었다면, 학우님께 동기를 부여해 드리기가 힘들었을 테고요. 가령, 자기계발서를 읽는데 금수저로 태어난 저자가 어떤 실패나 고난 없이 탄탄대로 코스만 밟았다고 하면, 독자는 동기부여는커녕 ‘그들이 사는 세상’으로만 여기게 되었을 겁니다. 제 이야기로 글쓰기든 뭐든 ‘내가 하고 싶은 분야’에서 힘을 얻는 분이 계실 거라 믿습니다.
--- p.32
단언컨대 세상의 수많은 재능(그리기, 만들기, 요리하기, 조립하기, 운동하기 등) 중에 ‘글쓰기’만큼 노력만으로 가능한 것도 없지요. 많이 읽고, 많이 쓴 사람이 결국 글을 잘 쓰게 되어 있어요. 글쓰기 실력은 기본적인 팁만 알아도 금방 늘어요. 진부하지만 사실이죠. 여기에 하나만 추가할게요. 읽고, 쓰고, 뭘 한다? 사색하기! 입니다. 글을 잘 쓰려면 꾸준한 읽기와 쓰기는 당연합니다. 거기에 독자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는 글 즉, 통찰력이 있는 글을 쓰려면 ‘깊이 생각하고 이치를 따지는’이라는 뜻을 지닌 ‘사색’을 해야 해요.
--- p.40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글을 쓰려면 일단 ‘글을 쓰는 내가’ 즐거워야 하고, 나 자신이 관심 있는 주제여야 합니다. 있었던 일의 나열을 넘어, 나만의 시선이 글에 잘 담겨 있다면 독자의 마음을 공감으로 이끌겠죠. 어떤 장르든 마찬가지겠지만 에세이도 예외가 아니에요. 에세이는 일기와는 살짝 다르잖아요. 그저 있었던 일의 나열이 아닌, 일어난 일 안에서 느낀 나만의 생각과 관점을 끄집어내야 하잖아요. 내가 잘 알고 있는 주제를 택해야 자신의 관점을 글에 잘 담을 수 있겠죠.
--- p.55
“필사가 좋다는 건 아는데요, 키보드로 쳐서 필사하나요? 아니면 손글씨로 필사하나요?” 궁금하시죠? 저도 궁금했어요. 그런데 방식은 자유입니다. 물론 손으로 쓰면 머릿속에 더 오래 남을 수 있겠지만 손은 글씨를 쓰고 있는데, 머릿속은 딴생각으로 가득하다면 소용없겠죠. 그래서! 필사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소리 내 필사하기입니다. 소리를 내면 입 밖으로 글이 나가면서 그 문장이 자신의 귀로 들어가잖아요. 문장 하나하나가 눈을 넘어 입으로 낸 소리가 귓속으로 슝~ 들어가니 기억에 더 오래 남을 수밖에 없겠죠. 독서대에 책을 받치고 한 문장 한 문장씩 소리 내어 읽으며 필사하면 좋겠습니다.
--- p.89
대주제를 정하면 좋은 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대주제를 정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글감 고민을 크게 안 해도 됩니다. 나만의 대주제가 이미 정해졌기 때문에 대주제 안에서만 생각하면 돼요. 둘째, 꾸준히 글을 쓸 힘이 생깁니다. 대주제가 없다면 매번 어떤 내용의 글을 써야 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물론 매번 다양한 주제로 글을 쓰는 게 좋은 분도 계시겠지만 그렇지 않은 분께는 말마따나 곤욕일 수 있어요. 꾸준히 쓰고 싶기는커녕 작심삼일도 힘들 겁니다.
--- p.96
왜일까요? 위에서 언급했지만 우리에게는 고치고 다듬을 퇴고의 시간이 있기 때문이에요. 저 역시도 고치고 다듬는 퇴고에는 상당히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요. 초고에 10분 이내의 시간을 투자했다면 퇴고에는 최소 5배가 소요됩니다. 특히 책 출간을 위한 집필은 심한 말로 토가 나올 때까지 여러 번 읽고 수정해요. 브런치나 블로그에 발행하는 글도 10번 이상 읽고 수정합니다. 심지어 겨우 네다섯 줄의 짧은 글도 퇴고를 피할 순 없죠. 퇴고 이야기는 뒤에서 다시 할게요.
--- p.127
마음을 움직이는 글은 솔직한 자신의 이야기에서 만들어집니다. 그것도 긍정이 아닌, 부정의 키워드에서 말이죠. 학우님이 가지고 있는 부정의 키워드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위로와 희망이 됩니다. 당시에는 가슴 찢어질 듯 아픈 상처와 슬픔도 다른 이에게는 살아갈 이유가 되죠. 인간은 이 세상에 일어날 수 있는 전부를 겪을 수 없습니다. 아니, 그럴 만한 시간이 없어요. 그래서 타인의 실수를 배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 p.160
글을 쓰고 싶어 하지만 나를 드러내기 꺼리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내 이야기가 빠진다면 그야말로 속 빈 강정, 단무지 없는 김밥과도 같죠. 관념적으로 뻔한 글을 많이 쓰지만, 이런 글에는 큰 힘이 없어요. (시간은 금이다, 실패 없는 성공은 없다 등과 같은) 독자가 좋아하는 글에는 공통점이 있어요. 글쓴이 자신의 이야기가 구체적이고 솔직히 드러나죠. 무엇보다! 솔직한 글을 쓸 수 있다는 건 나 자신을 사랑한다는 증거이기도 하고요.
--- p.168
글을 쓸 때 우리는 모호한 표현을 무지하게 많이 씁니다. 아니라고요? 에이, 설마…. 좋은 사람, 좋은 나라, 기분 좋은 칭찬, 피하고 싶은 사람, 안 좋은 장소…. 어때요? 우리가 자주 쓰는 표현 아닌가요? 무의식적으로 쓰는 이런 표현들은 나만 아는 내용이죠. 모호한 표현을 구체적으로 써야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독자의 마음에 가닿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저도 예전에는 몰랐습니다. 모호한 표현을 글에 엄청나게 집어넣었죠. 하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되도록 내용을 풀어서 써요. 그래야 독자가 훨씬 이해하기 쉽고, 내가 느낀 감정을 함께 느낄 수 있거든요.
--- p.185
내가 잘 안다고 해서 독자도 잘 알 거란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여행지에 관한 글도 마찬가지죠. 그 나라의 음식이나 지역, 장식품 등도 여행을 가본 사람만 알 수 있을지 몰라요. 그리고 영어나 중국어, 일어 등의 외국어도 반드시 우리 말 해석을 적어줘야 하고요. IT나 경제, 부동산, 패션, 그림 등의 분야 글이라면 전문 용어가 나옵니다. 쉬운 단어를 선택하거나, 따로 설명을 적어주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어도 독자가 쉽게 이해하고 더 재밌게 글을 읽을 수 있겠죠.
--- p.194
내가 스스로 퇴고를 잘했는지 점검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할 일이 있습니다! 초고를 쓴 한글 파일에 바로 퇴고하지 마시고 같은 내용의 파일을 하나 더 만드세요. 파일을 복사하는 겁니다. 파일명은 다르게 하고요. 그 이유는 누가 내 글을 첨삭해 주는 게 아니라 나 스스로 잘했는지를 비교하기 위해서예요. 만약 하나의 파일에 초고를 쓰고 퇴고하면 내가 얼마나 수정했는지, 내 글이 얼마나 깔끔해졌는지를 제대로 알 수 없어요.
--- p.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