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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의 무자비한 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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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5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274g | 128*188*15mm
ISBN13 9788965966272
ISBN10 8965966272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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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미래 따위, 필요 없다.
화창하든 먹구름이 드리우든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 아무도 성가시게 하지 않고 편히 죽는 방법이 있다면 당장 죽어도 상관없다. 결국 인생에서 중요한 건, 죽기 전까지 얼마나 고통 없이 보내느냐일 테니까.
--- p.9

앞날을 생각하면 우울해졌다. 엄마의 광적인 식물 사랑은 수그러들기는커녕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 이런 환경에서 과연 제정신으로 지낼 수 있을까? 엄마의 통제에서 벗어나 건실한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선의가 인생을 풍요롭게 한다는 말은 거짓이다.
--- pp.36~37

‘내가 죽으면 넌 슬플 것 같아?’
그런 건 왜 물어본 걸까? 사람이 죽으면 슬프냐니, 그야말로 너무 뻔해서 물어볼 필요도 없는 당연한 일 아닌가? 하지만 나도 그냥 “네”라고 대답했으면 그만이었을 텐데, 왜 아무 말도 못했을까?
--- p.48

내 안의 그녀는 항상 씩씩하고 똑똑하며, 웃기 곤란한 농담을 말하면서도 언제나 날 생각해 주는, 한없이 매력적인 여왕님이었다. 이런 식으로 의기소침한 얼굴로 변명 같은 말이나 늘어놓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본 여왕님의 표정을 기억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런 모습을 보이게 만든 건 다름 아닌 나였다. 내게 무슨 권리가 있을까?
--- p.166

마키나 씨는 의식을 잃은 엄마를 거의 짊어지다시피 하고 필사적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소방관이 곧장 뛰어 들어가 엄마를 부축했다. 그녀는 문턱을 넘어 스쳐 지나가는 길에 나를 매서운 눈으로 바라봤다.
“이게 네가 내린 정답이라니, 웃기지도 않은 농담이네.”
입술만 겨우 움직이며 그렇게 말하고는, 실이 툭 끊어지듯 그녀는 그대로 고꾸라졌다.
--- p.178

“이 세상은 올바른 지식과 상상력이 부족한 인간한테는 ‘선택할 권리’를 부여하지 않아. 그와 동시에 오히려 그런 인간들이 더 살기 편하게 되어 있기도 하지.”
예전에 마키나 씨가 했던 말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 p.205

“다시 생각해 줘요. 병이라면 내가 온 세상을 뒤져서라도 고쳐줄 사람을 찾을게요. 아니, 내가 의사가 돼서 고쳐줄게요. 그것도 안 된다면 내 장기를 전부 마키나 씨한테 줘도 좋아요. 예전 질문의 대답, 지금이라면 분명히 말할 수 있어요. 설령 마키나 씨가 어떤 모습이 되든 난 절대로…….”
--- p.233

나는 울었다.
하지만 그건 슬픔이나 쓸쓸함이 아닌, 좀 더 다른 감정에서 비롯한 눈물이었다.
결국 나는 마지막까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도 그녀를 이길 수 없었다. 무력하게도 나는, 그 여왕님의 자비에 따라 보호받는 존재일 뿐이었다.
--- 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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