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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자장가

엄마의 자장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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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5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416g | 145*205*17mm
ISBN13 9791155785041
ISBN10 1155785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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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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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복이 참 많다. 그중에서 한 사람을 뽑자면 당연히 내 남동생이다. 도형이는 피아노를 좋아해서 누나가 무대에서 연주하는 모습을 누구보다 기뻐한다. 연주회 날 입을 드레스부터 신발, 화장까지 도형이의 손길이 안 닿는 곳이 없다.
게다가 어떤 동생이 누나가 유방암에 걸렸다고 직장을 휴직하면서까지 돌볼 수 있을까? 도형이는 당시 일본 온천에서 요양하던 환자가 암을 극복했다는 소식을 듣고, 마치 여행사라도 차린 것처럼 일본 방방곡곡의 온천을 알아보면서 나를 데리고 다녔다.
--- p.39 「동생의 절절함」중에서

엄마는 만사를 귀찮아하고 짜증을 자주 내기 시작했다. 생활 습관까지 완전히 달라졌다. 매사 단정하고 깨끗하던 엄마가 세수도 안 하려고 하고, 양치도 싫어했다. 옷도 며칠째 같은 옷을 입었다. 부지런하던 사람이 게을러지니 좀 당황스러웠다. 게다가 식욕도 떨어졌고, 반찬 투정까지 시작했다. 입을 만한 옷이 없다고 하거나 혼자 멍하니 있는 시간도 늘었다.
나는 엄마를 서너 살 먹은 아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비위 맞추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생각하려고 하고, 아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찾아보려고 하니, 엄마의 마음이 읽히기 시작했다.
--- p.100 「치매 돌보는 딸의 심경」중에서

피아니스트로 사는 건 영광의 길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의미에선 ‘죽음’ 그 자체다.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끝도 없는 연습과 긴장 속에서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엄마가 없었다면 그 긴 세월 피아니스트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 엄마는 나를 ‘엄마’라고 부른다. 요즘 나는 집안 살림과 엄마를 돌보는 재미에 빠져 살고 있다. 내가 이런 일에 소소한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게 될 거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던 손으로 엄마를 씻기고, 재우고, 먹이는 일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낸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마음은 충만하다. 이렇게 평화로운 시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까지 1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밖에서 보기에 우리 남매는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다. 유명 피아니스트에 유명 안과 의사니 말이다. 그렇지만 이 세상에 아픔 하나 없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늘은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다 주지 않는다. 내게 어떤 고난이 왔을 때 그 고난을 어떻게 바라보고 지혜롭게 건너느냐가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가 아닐까….
치매에 걸린 엄마를 돌보면서 나는 우리 가족을 더 깊이 사랑하게 되었다. 또 내가 평생 몰랐을 모성애가 무엇인지도 알게 되었다.
내 경험상 사랑만이 모든 어려움의 해결책이었다.
--- 「여는 글, 닫는 글」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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