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행이 곧 계행(戒行)이니, 우리의 행도 온전히 계행이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마음이 수계(受戒)할 때만 엄숙하고 여법(如法)하게 잘 지킬 것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수계할 때와 같은 초심(初心)으로 살아간다면, 부처님을 우러러 부끄럽지 않을 것이며 나아가 우리의 청정함이 모여 승가의 청정성 또한 저절로 이루어질 것이다. 진실로 우리의 승가교육이 사미니는 사미니 십계와 율의[沙彌尼律儀]를 배우고 익힌 다음 경(經)을 배우고 선(禪)을 공부하는 승풍(僧風)으로 만들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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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미의 근본(根本)은 처음 라후라(羅?羅)의 출가로부터 시작되었고, 사미니는 이에 준하여 법(法)을 제정하였다. 사미십계(沙彌十戒)는 부처님께서 사리불(舍利弗)에게 라후라(羅?羅)를 맡기시고, 십계(十戒)를 제정하시어 사리불로 하여금 라후라에게 가르치도록 이르신 내용이다. 그러므로 출가오중(出家五衆)은 처음 머리를 깎을 때 곧 십계(十戒)를 받아 지니게 하고, 범행(梵行)에 이지러짐이 없어야, 다음으로 구족계(具足戒) 받는 것을 허락하는 것이다. 이러한 근본을 인연(因緣)하는 것이기에 마땅히 배우고 익혀 잘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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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比來] 사미니 계율이 근본을 잃고 시대의 풍조 아래 밀려나서[下邁], 사미니가 본래 받은 계도 외우지 못한다. 교만한 자는 다분히 이부대승(비구, 비구니)을 가벼이 여기고, 우매한 자는 제문(諸門, 계율문과 위의문)의 자세한 행법[細行, 10계와 22위의]을 전부 잃었으니, 단지 도법(道法)과 교화(敎化)로써 사미니를 섭수하고자 하나, 가히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열 가지 행위[十戒]를 뽑아, 간략히 금지하는 것을 밝혀서, 어리석은 이들로 하여금[? 배워서 가야 할 방향[所向方]을 알게 하였다. ‘호심출가자(好心出家者, 몸과 마음이 모두 출가한 자)’는 간절한 마음으로 따라 행하고, 삼가 어기고 범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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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미니는 경계하라. 향이나 꽃을 지니거나, 스스로 바르거나 장식하지 말라[不得持香花自熏飾].
옷을 입거나 신발을 신을 때 다섯 가지 색[五色]을 쓰지 말며, 여러 가지 보석으로 스스로 치장[瓔珞]하지 말라. 아름다운 수를 놓았거나[錦繡] 무늬가 있거나[綾羅] 곱게 주름진[綺?] 비단옷을 입어서도 안 되며 아름답게 봐서도[綺視] 안 된다. 청색 · 흑색 · 목란(木蘭)으로 괴색한/물들인 거친 옷과 속고의[泥洹裏衣]을 입어야 한다. 머리를 숙이고 걸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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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不着香花等 : 향이나 꽃 등을 몸에 부착하지 않는 것은 그에 대한 탐욕과 애착[貪愛]을 끊는 것이다. 만약 탐애를 끊는다면 곧 부처님의 몸과 같아져서 의보(依報)와 정보(正報)의 장엄(莊嚴)은 자연히 구족(具足)된다. 대개 세상 사람들은 여래(如來)의 의보(依報)와 정보(正報)의 장엄이 세상에서 능히 비교할 것이 없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여래의 의보와 정보가 지극히 오랜 세월[曠劫]부터 고행하며 닦아서, 탐욕에 의해 미혹된 것을 단멸(斷滅)하여 이룬 것임을 알지 못한다. 요즘 사람이 고행(苦行)은 닦지 않고 탐애도 끊지 않으면서 여래의 의보와 정보를 방불(彷彿)하고자 하는 것은, 마치 가난한 사람이 제왕(帝王)의 옷을 입는 것과 같아서 그 재화(災禍)가 빠르게 이를 것이다. 『주역(周易)』에 이르길, ‘허술하게 감춘 것은 도둑질을 가르치는 것이요[慢藏誨盜], 얼굴을 요염하게 단장한 것은 음행을 가르치는 것이다[冶容誨淫].’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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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지금까지 살펴본 사미니 십계(十戒) 가운데, 앞의 네 가지(殺 · 盜 · ? · 妄)는 성죄(性罪)이다. 즉 그 성질 자체가 본래 죄(罪)이다. 불제(佛制)를 거치지 않으며, 재가와 출가를 막론하고 그러한 행위를 하면 삼악도에 떨어진다. 그러므로 성죄(性罪)라 하고 근본계(根本戒)라고도 한다. 왜냐하면 이것을 범하면 마치 나무는 뿌리가 끊어지면 다시 더 생장하지 못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뒤의 여섯 가지는 차죄(遮罪)로, 부처님께서 차단하고 금지하여 훼손하고 범하는 것[毁犯]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에 차죄라고 한다. 설령 어기고 범함이 있었더라도 덮어 감추지 않고, 바로 깊이 부끄럽고 괴로운 마음을 내어 스승을 향해 허물을 드러내고 참회해야 하며, 이후 범하려는 마음을 끊으면 다시 청정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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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땅히 불보(佛寶)를 공경해야 한다. 지극한 마음 사심(邪心) 없이 지니고, 머리는 땅에 조아리고, 항상 스스로 전생의 죄악을 참회하라. O항상 법보(法寶)를 공경하라. 마음은 도(道)에 두고, 인정(人情)은 경(經)을 본받아야 한다. O항상 스님네를 공경하라. 마음의 평온도 버리지 말고, 지극한 정성으로 믿음을 가져야 한다. O조그마한 일 때문에 삼보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O불상(佛像)을 지니고 대 · 소변보는 곳에 가면 안 된다. O깨끗하지 못한 신[履]을 신고 불전(佛殿)이나 승탑(僧塔)에 들어가면 안 된다. O출가하여 계(戒)를 받은 뒤부터[始於]는 그 일생[終身]의 수명을 다할 때까지 항상 시시각각으로 삼보(三寶)를 생각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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