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들 작품 해설작가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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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관심작가 알림신청Fyodor Mikhailovich Dostoevskii,DФёдор Михайлович Достоевски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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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이항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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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움트기 시작한 러시아의 새로운 정신, 즉 근대화를 대변하는 페테르부르크의 풍경은 그 자체로 새로운 문학을 요구하는 시대정신의 현현이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혜성같이 등장한 도스토옙스키는 『가난한 사람들』 속에서 앞선 거장들, 즉 알렉산드르 푸시킨(「역참지기」)과 니콜라이 고골(「외투」)을 직접적으로 호출하며 그들의 성취를 넘어서는 새 시대의 기수로서 제부시킨을 창조해 낸다. 그 당시 작가들은 시대적 과제로서 급격히 변모하는 러시아 사회, 도시 생활자들의 생리를 파악하는 데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러나 도스토옙스키는 이름 없는 대중이라 할 수 있는 ‘작은 인간’에게 직접 목소리를 부여하고 펜을 쥐여 줌으로써 그간의 문학을 일거에 혁신한다. 가령 고골은 「외투」에서 아무 말 없는, 오직 화자에 의해서만 우스꽝스럽게 그려지는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를 묘사(풍자)하는 데에 그치지만, 도스토옙스키는 몸소 글을 쓰고 살아 움직이는 상대에게 끊임없이 말을 건네는 제부시킨을 내세운다. 그동안 인물의 외피만을 관찰해 온 문학이 돌연 정신 현상을 지닌 소시민의 내면 속으로 파고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혁명적 전회는, 일찍이 니체가 언급했듯이, 도스토옙스키의 ‘심리학자’적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 줄 뿐 아니라, 러시아 문학에 인간의 내면이라는 불가사의하고 종잡을 수 없는 영토를 제공해 주었다. 이 점은 훗날 도스토옙스키가 발표한 여러 걸작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내적 갈등과 심리적 불안을 예고하며,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반성하고 현실에 참여하게끔 촉구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언제든 『가난한 사람들』 속에서 부조리한 사회와 불안정한 삶에 짓밟힌 자신의 초상을 발견할 수 있으며, 제부시킨과 바르바라, 그 밖의 모든 인물들이 토해 내는 절규로부터 초시대적 메아리를 듣게 된다. 요컨대, 『가난한 사람들』은 도스토옙스키의 첫 작품이지만 외려 거장의 모든 면면과 광대한 작품 세계의 단초를 가장 명확히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궁핍한 소시민의 탄식으로 엮어 낸 고된 운명의 교향악 『가난한 사람들』은 중년의 가난한 하급 관리 마카르 제부시킨과 영락하고 병약한 바르바라 알렉세예브나가 주고받은 쉰다섯 통의 편지, ‘소설 속 소설’이라 할 수 있는 바르바라의 수기로 이루어진 서간체 소설이다. 페테르부르크 빈민가의 서민 공동 주택에서 겨우 살아가는 제부시킨과 부모를 잃고 의지가지없이 고독하게 생활하는 바르바라는 서로 편지를 쓰고 이따금 산책을 하거나 책에 대해 이야기하며 소소한 기쁨과 소중한 행복을 함께한다. 그들은 힘겨운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진심으로 돕고 의지하면서 결코 녹록하지 않은 나날을 가까스로 버티지만 시종 물질적 결핍과 굴욕적 관계에 시달리며 고통을 당한다. 제부시킨은 자신의 궁핍에 아랑곳없이 바르바라를 헌신적으로 보살피고 아끼지만 끝내 사랑을 고백하지 못한다. 마침내 가난은 인간의 영혼을 갉아먹기 시작하고, 두 사람은 운명의 기로 앞에서 참담한 실상을 마주한다. 더불어 두 주인공의 비극 사이사이에 자리한 가엾은 이들의 참담한 초상, 예컨대 순박하지만 불행한 최후를 맞이하는 포크롭스키 부자와 비참한 현실에 짓밟힌 고르시고프 가족, 늘 도박과 술에 빠져 희망 없이 흥청대는 빈한한 이웃들, 매사 눈치를 살피며 비굴하게 살아가는 하급 관리와 엄동설한에도 길거리에서 구걸을 하는 어린아이의 모습은 저마다 고유한 음향을 자아내며 당대 러시아에 만연한 뿌리 깊은 가난과 계급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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