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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5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376쪽 | 302g | 132*225*14mm
ISBN13 9788937464430
ISBN10 8937464438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사람은 이따금 사람의 눈을 피해 몸을 숨기고, 자신이 성공하지 못했음을 감추고, 때때로 어디든 얼굴을 내미는 일을 두려워합니다. 그건 험담을 두려워하고, 세상의 온갖 시시콜콜한 것들이 욕설을 만들어 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갖가지 공적 생활과 가정생활이 문학 작품의 소재가 되어 나돌아 다니고, 모든 것이 출판되어 널리 읽히고, 웃음거리가 되고 험담의 빌미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그 즉시 밖을 돌아다닐 수 없게 됩니다. 이 책에는 걸음걸이만 보아도 우리를 알아볼 수 있도록 하급 관리들의 모습이 잘 그려져 있습니다.
--- p.118

가난한 사람들은 변덕스러워요. 태어날 때부터 그렇습니다. 전에도 그렇게 느꼈지만, 지금은 훨씬 더 통감하고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은 성격이 까다롭습니다. 그는 이 세상을 남과 다르게 보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흘끔흘끔 곁눈질하고, 당혹스러운 시선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혹시 누가 자기 말을 하진 않는지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귀를 곤두세웁니다. 예컨대, 저 사람은 왜 저렇게 볼품이 없을까? 저 사람은 도대체 무엇을 느낄까? 이쪽에서 보면 어떻고, 저쪽에서 보면 어떨까? (중략) 그들의 견해에 따르면, 가난한 사람은 모든 속내를 속속들이 뒤집어서 보여 줘야 하고, 또 가난한 사람은 성스러운 뭔가를, 그 어떤 자존심도 가져선 안 되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예멜랴가 말하길, 누군가 그를 무슨 자선 단체에 등록시켰는데, 은화 10코페이카를 받을 때마다 어떤 공식적인 심사 같은 걸 받았다고 합니다. 그들은 그에게 10코페이카를 거저 주었다고 생각하지만, 천만의 말씀입니다. 그들은 가난한 사람을 구경한 대가로 돈을 지불한 겁니다. 요즘엔 선행마저 어쩐지 이상하게 이루어집니다……. 아마 항상 그래 왔을 겁니다.
--- p.130

도대체 무엇이 나를 망가뜨리는 걸까요? 나를 망가뜨리는 것은 돈이 아니라 이 모든 삶의 불안, 온갖 쑥덕거림, 웃음, 농지거리입니다.
--- p.153

“자비로우신 여러분, 아이들의 엄마는 죽어 가고, 세 아이들은 굶주리고 있습니다. 제발 우리를 도와주십시오. 제가 죽더라도 제 아이들을 도와주신 은혜를 잊지 않고, 저세상에 가서라도 자비로우신 여러분을 잊지 않겠습니다.” (중략) 그런데 이런 쪽지를 가지고 다니는 이 불쌍한 꼬마는 무엇을 배울까요? 마음만 거칠어지겠지요. 꼬마는 이쪽저쪽으로 걷고 뛰면서 구걸을 합니다. 걸어 다니는 사람들은 꼬마에게 관심을 보일 여유가 없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은 돌처럼 굳어 있고, 말도 잔인합니다. “저리 가! 꺼져 버려! 집어치워!” 꼬마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런 소리만을 듣습니다. 그리하여 꼬마의 마음도 삭막해지겠죠. 창백하고 겁에 질린 꼬마는 부서진 둥지에서 떨어진 어린 새처럼 추위 속에 나앉은 채 그저 오들오들 떨고만 있습니다. 꼬마는 손과 발이 꽁꽁 얼었고, 숨도 헉헉댑니다. 보세요, 저기 그 꼬마가 기침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머지않아 병이 더러운 파충류처럼 저 아이의 가슴속으로 기어들 겁니다. 벌써 죽음이 아이의 곁에 다가와 있습니다.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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