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text)의 의미는 문맥(context)에 따라 달라진다. 이것이 성경 본문에 대한 모든 책임 있는 해석의 열쇠이다.
--- p.63
우리가 사는 현재 세계의 문맥에서 본문을 해석하는 작업에는 몇 가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하나는 우리의 선입견이 개입된 견해와 그러한 계획을 뒷받침하기 위해 본문을 조작하는 위험이다. 성경이 우리가 가진 정치적 견해에 대해 도전하여 변화에 이르도록 하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
--- p.70
이 모든 것이 우리에게 상기시켜 주는 바는 결국 오늘날 성경의 상황화 작업이 전체 모든 교회의 임무이며, 그 작업은 기독교인 사이의 대화, 즉 다양한 문화, 조건 및 기독교 전통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놓칠 수 있는 성경의 측면을 일깨워줄 수 있는 기독교인 간의 대화를 통해서 이루어져만 한다는 것이다.
--- p.71
우리는 구약 율법의 적실성과 관련하여 다소 복잡한 그림을 가진다. 이 적실성이란 고대 이스라엘에서 미래의 하나님 왕국으로 이어지는 구원사 속에서, 성경의 위치와 우리의 위치를 떠나서는 이해될 수 없다. …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교회의 삶을 위하여 또한 기독교인의 정치적 활동을 위하여 구약의 율법은 고도로 교훈적일 수 있지만, 그것이 직접적인 지시가 될 수는 없다. 그 적실성은 각각의 경우를 따라 신중한 평가를 요구한다.
--- p.89~90
예수님이 가르치신 무력한 자와의 연대성은 우리에게 정치가 중요하지만, 또한 정치의 한계를 상기시킨다. 예수의 방법을 따라 가장 불우한 사람들과 사랑의 연대를 추구하는 길이 열려 있는데, 이것은 그들의 문제에 대한 정치적인 해법의 범주를 넘어선다.
--- p.128
압제가 실제적이고 끝도 보이지 않고 계속되는 가운데서, 하나님께 드리는 진정한 기도는 의심의 여지 없이 가장 어려운 것인 동시에 가장 절실한 정치적 기도의 형태이다. 하나님은 즉시 정의와 자유를 향한 조바심, 불의에 대한 분노, 지속적인 불의로 인한 혼란, 극단적 곤경에서, 우리의 위로와 희망을 지속시키는 힘의 근원이 되신다.
--- p.144
예수와 바울의 시대에, 한편으로 하나님의 통치 아래서 삶의 이상(理想)을 추구하는 것이나, 다른 한편으로 예수의 제자 된 삶을 통한 유사한 그 이상의 성취는, 오직 당시의 정치 제도를 비판적으로 검토함으로 이룰 수 있었다.
--- p.188
계시록의 믿음은 결국 미래가 ‘역사의 폭력적인 승리자들과 함께함이 아니라 그 희생자들과 함께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죽임을 당한 어린 양의 승리에 대한 기독교 신앙을 통해서만 가능했다. … 예수의 추종자들이 국교가 요구하는 황제에 대한 종교적 충성 행위를 거부했을 때, 그들은 진정으로 하나님의 왕 되심에 따른 무조건적 충성을 가이사에게 드리지 않겠다고 거부한 것만이 아니다. 그들은 또한 가이사의 통치와는 다른 종류의 통치, 즉 착취적인 권력이 아니라 희생적인 봉사를 바탕으로 세워진 하나님의 왕국을 증거했다.
--- p.217~218
진정한 자유의 본질에 대하여 신약성경의 통찰이 주는 공헌은 이기심의 노예 상태로부터의 해방에서 출발하여, 타인을 위해 자신을 내어주는 자유에까지 이르는데, 이것은 현재의 맥락에서도 중요성을 더한다. … 그 이름에 합당한 진정한 외적 해방은 다른 이들을 위하여,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모든 이들, 심지어 그들의 압제자를 위하여 자유롭게 된 사람을 필요로 한다.
--- p.245
에스더의 메시지는 이스라엘의 종교적 소명에 대한 명백한 관심이 결여되었고, 유대인의 국가적 생존 문제에만 전적으로 집중되었기 때문에, 에스더의 메시지는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종교적 메시지로 번역되는 것이 저지당했다. 그러나 에스더서에 대한 기독교인의 무시와 나중에 나타난 에스더에 대한 폄하가 유대인의 민족적 정체성을 최소화하거나 심지어 부인하려는 기독교인의 반유대주의적 성장과 동시에 일어났다는 사실을 우리가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 된다.
--- p.268~269
가장 어려운 해석학적 과제는 아마도 성경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현대 세계의 새로운 특징적 사건과 성경을 연관시키려는 작업일 것이다. … 우리는 성경의 원래 문맥과 현대적 문맥 사이의 유사성뿐만 아니라 대조를 통해, 그 문맥 사이의 간격을 메우는 해석학을 개발해야 하며, 바로 이러한 대조를 통해 성경이 현대 세계가 가진 신학적 중요성을 조명하는 수단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p.272~273
인간의 생존을 위한 하나님 자신의 약속을 하나의 배경 삼아, 우리는 핵 문제에 대한 우리의 기독교적 사고와 우리의 기독교적 평화운동에 대한 사고를 발전시켜야 한다. … 인간의 생존을 위한 하나님의 약속이 그것을 확보해야 할 인간 자신의 책임으로부터 분리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 약속은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노력이 역사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방향이라는 확신을 준다. 그들의 책임 있는 활동은 그들의 편에 계시는 하나님께 기도하고 하나님을 신뢰하며 행동하는 데 뿌리를 두어야만 한다. 그 이유는 하나님이 이처럼 인류의 편에 계셔서 자신의 편에 있는 사람들을 도우시기 때문이다.
--- p.285
예수의 부활에 근거한 기독교의 희망 또한 예수님의 십자가에 의해 중단되었다가, 오직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므로 자신과 동일시하신 희생자들을 위하여 재건된 희망이다. 희생자를 만들어내는 진보나 희생자를 뒤처지게 버려두는 진보는 예수께서 정의하신 하나님의 나라와 전혀 상관이 없다. 오직 희생자와의 연대성 속에서만 예수의 미래가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있다.
--- p.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