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 박사의 우울증, 조울증 분투기
내가 김현주 박사를 알게 된 지는 꽤 오래되었다. 1998년에 수원지방법원에 단독판사로 근무하면서 김현주 박사로부터 일본어를 배웠으니 말이다. 일본 법서나 판례를 읽어야만 하는 것이 법관들의 필수적인 일처럼 인식되던 시대였다. 그 탓에 나도 김 박사에게 일본어를 배우게 되었다. 당시는 IMF 시기였다. 하지만 일본어 법서를 그럭저럭 읽어낼 만큼 스승으로부터 일본어를 배웠을 뿐, 그 스승이 심리적으로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는 사정은 알 수 없었다. 나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시대적 고통을 겪던 시절이라 스승인 김 박사도 그럭저럭 지내고 있으려니 하고 무심하게 지나쳐 버린 까닭이리라. 그 이후에도 김 박사와 간간이 교류하면서 일본어 공부를 계속해 왔다. 하지만 그녀 내면의 깊은 상처가 삶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지는 여전히 알지 못하였다.
「대학원을 마치고 극심한 조증으로 입원한 곳은 한일병원이다. 입원 중에 뛰쳐나와 집으로 온 적이 있다. 환자복을 입고 택시비도 없이 어떻게 집에 올 수 있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이 일로 폐쇄병동이 있는 여의도성모병원으로 입원하였다. 빨리 퇴원시켜달라고 발버둥을 쳤으나 한 달 정도 치료를 받고 퇴원하였다. 극렬하게 반항하는 환자를 약으로 잠재웠겠지만 의사의 노고에 대해 새삼 죄송한 마음과 감사가 교차한다.」 (58쪽)
이렇게 저자인 김현주 박사가 겪은 마음의 고통은 그저 당사자인 김 박사만이 온전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크든 작든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김 박사의 고통은 역설적으로 커다란 위안을 준다. 오히려 삶이란 그다지 심각한 것이 아님을 보여주기도 한다. 누구나 아프니까. 그저 숨을 쉬듯이 그 아픔을 견뎌내면서 살아가는 것이니까. 그래서 어쩌면 어떤 높은 존재가 우리에게 주었을지도 모를 그 어떤 사명 같은 것을 완수해 가는지도 모를 일이니까.
내가 30년간 법관 생활을 하면서, 아니 그 이전 사법연수원 2년, 해군 법무관으로 3년간 군 복무를 한 때까지 치면 35년간 법률문제를 다루면서 항상 생각해 온 것이 있다. 법률문제는 그저 단순히 법률문제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률문제는 그에 얽힌 사람들의 마음을 고통스럽게 후벼파는 심리 문제이다. 법률문제는 마음의 문제다. 세상 모든 문제가 마음의 문제이듯 말이다.
나는 김현주 박사가 『우울증, 조울증 분투기』로 책을 낸 용기에 큰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거기에 이런 말을 더 하고 싶기도 하다. 우울증, 조울증은 숨을 쉬는 것과 같다. 살아 있는 한, 숨을 멈출 수 없듯 우울증과 조울증도, 우리가 계속하여 친구처럼 함께 지낼 수밖에 없는 존재다. 그것을 너무 쉽게, 너무 빨리 떼어내려고 하지 말라. 우울증, 조울증을 극복하지 못해도 좋다. 그저 우울증, 조울증과 함께 있으라Just be with them!. 끊임없이 숨을 쉬듯, 그렇게 우울증이나 조울증과 함께 살아가는 삶, 그것만으로도 참된 삶이다. 그저 견디며, 버텨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게 부여된 사명을 완수하는 것일 터이다. 그렇게 살아가는 당신, 정말로 성공한 사람이다. 무엇을 더 욕심내는가?!
2024년 5월
수원시 영통구 원희캐슬 광교법조타운 D동 901호
不老草田 快哉亭에서
- 오기두 (변호사(1994. 3. 2. 판사임관, 2024. 2. 19. 법관퇴직, 30년 법관경력, 서울대법대 법학석사, 법학박사))
모든 삶에는 살아갈 가치가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 책 『우울증, 조울증 분투기』는 30여 년 이상을 우울증, 조울증으로 ‘발버둥 치는 삶’을 살아 온 법학박사 김현주 저자의 ‘널뛰기 인생’을 담은 자전적 에세이입니다. 일상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 남들과는 다른 부분, 스스로를 제어할 수 없어 고통스러운 부분을 온전히 받아들이면서도 아이돌보미, 간병인, 베이비시터, 요양보호사, 가사도우미 등으로 봉사와 나눔의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모습은 이 책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 위로와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대부분의 정신질환이 그렇듯 조울증 역시 다방면으로 불편함과 어려움을 가져오면서 삶의 질을 낮추고, 오랜 시간 동안 악화와 회복을 반복하면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질병입니다. 저자는 이런 암울한 상황 속에서 극단적인 생각에 기울 때도 있었으나 가족의 사랑과 하나님의 사명을 의지 삼아 지금까지 삶을 꾸려오고 있다는 말과 함께, 자신과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분명히 살아갈 이유가 있다는 희망과 위안을 주고 싶어 이 책을 썼다고 이야기합니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정신건강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분들 역시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시대입니다. 김현주 저자의 이 책 『우울증, 조울증 분투기』 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세상을 살아갈 용기와 희망, 위로와 공감을 전달해 주기를 희망하며 건강다복 만사대길한 기운찬 행복에너지 긍정의 힘으로 선한 영향력과 함께 보내드립니다.
- 권선복 (도서출판 행복에너지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