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루한 옷을 입은 탈북자의 시신이 강물에서 발견되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심하게 부패된 시신은 남자인지 여자인지조차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참혹하다. 원래 형체에서 8배 정도 부푼 시신들이다. 퉁퉁 불어버린 시신은 독수리들의 좋은 먹잇감이다. 시체 썩는 냄새에 독수리들이 큰 날개를 펴고 우르르 모여든다.
---「친애하는 동무 2: 순자 편」중에서
정치범수용소에 들어가면 우선 감옥에 가두고 굶기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옥수수 알갱이를 30알 넣어주고, 20알, 10알로 줄여가면서 쫄쫄 굶기는 것이다. 음식 냄새는 계속 풍겨 심리적으로도 무너지게 만든다. 그렇게 며칠을 살다보면 죽은 쥐를 주워먹기도 한다.
---「친애하는 동무 2: 순자 편」중에서
우리에게 성경을 건네주던 날, 성경책 속에 면도날을 숨겨 넣어 보낸 중국인이 있었다. 만일 예배처소가 발견되면 자진하는 것이 낫다는 무언의 암시였다. 우리에게 믿음은 그렇듯 살얼음을 딛는 조심스러운 것이다.
---「친애하는 동무 2: 순자 편」중에서
24년을 갇혀 살면서 우리 가족이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정치범수용소 안에서 접한 주님 주신 생명의 말씀 때문이었다. 마음대로 이동하지 못하도록 고압전기 철조망을 설치해둔 곳이지만, 주님의 말씀은 조심스럽게 서로에게 넘나들고 있었다. 고압 철조망을 넘다 새까맣게 타죽은 시신을 보위부에서는 일부러 방치한다. 매달린 시신은 새떼가 몰려와 파먹기도 하는데 너무 징그러웠다. 보위부는 그런 치졸한 방법으로 자신들의 권위를 공고히 지켜냈다.
---「친애하는 동무 3: 해진 편」중에서
슬프지만, 탈북을 준비하는 마지막 과정은 음독제를 챙기는 것이었다. 그라목손을 샀다. 농번기가 시작되면 중국에서는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흔한 제초제이다. 독성이 강해서 반드시 죽는 음독제. 죽을 만큼 고통을 당하느니 깨끗하게 떠나리라 마음먹었다. 음독제를 가방에 넣으니 만감이 교차했다.
---「친애하는 동무 3: 해진 편」중에서
남한 사람은 다시 월북하는 사람들을 손가락질하며 욕했다. 베풀어주니 고마움도 모른다고 했고, 의미 없이 쓰이는 세금이 아깝다고도 했다. 자본주의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돌아서야 하는 발걸음의 무게는 생각하지 않았고, 가족에 대한 죄책감과 그리움에 대해서도 전혀 궁금해하지 않았다. 우리에게 베푼 것만, 일일이 따져가며 다시 월북하는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힐난할 뿐이었다.
---「친애하는 동무 3: 해진 편」중에서
북한을 이탈하는 숫자를 줄이고자 일부러 한국의 범죄를 흘리듯 방송에 내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하루하루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인민들의 눈에는, 경찰서에 놓인 좋은 컴퓨터와 TV, 커다란 책상 위에 놓인 세련된 디자인의 노트북이 눈에 들어온다. 한눈에 봐도 좋아 보이는 에어컨에 관심을 가지는 수준이 된 것이다. 체제의 붕괴를 막기 위해 북한도 마지막 몸부림을 하고 있다.
---「친애하는 동무 4: 순영 편」중에서
달거리를 시작할 때는 면으로 만든 생리대를 모두가 잠든 사이에 빨아야 했다. 위생을 생각할 처지가 아닌지라, 면 생리대 두 개로 버텨내야 했다. 인간다움을 포기하며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지옥이었지만, 남한에서의 삶은 천국과도 같게 여겨졌다. 천국행을 바로 코앞에 두고 북에 남겠다고 하니, 얼마나 속이 터지겠는가. 충분히 유미 성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친애하는 동무 5: 미란 편」중에서
꿈을 꾸면 늘 가정예배를 드리다 발각되는 꿈을 꾼다. 신발을 신은 채 집안에 들어온 보위부 간부들은 마구잡이로 집안을 뒤졌다. 성경을 집어든 악독한 눈과 마주치면 가슴이 서늘했다. 반동분자라는 우렁우렁한 음성에 놀라 꿈을 깨는 일이 얼마나 잦았던가.
---「친애하는 동무 5: 미란 편」중에서
인민보안성에서도 예심국이라는 부서를 특별히 운영하고 있는데 신점을 보는 사람이 근무하는 곳이다. 평양에만 점쟁이들이 300여 명 살고 있다는 것은 얼마나 많은 인민이 미신에 사로잡혀 사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깜깜하기만 한 앞날은 점집에 줄을 서게 했다.
---「친애하는 동무 6: 브로커 편」중에서
아이들의 기도는 간절하다. 판자촌에서 불안한 삶을 사는 어린양들은 집이 무너지지 않길 기도하고, 예배당이 남아 기도할 수 있길 빈다. 어머니의 한숨이 잦아들길 기도하고 아버지의 돈벌이가 유지되길 청하는 아이들, 자신보다는 부모를 생각하고 스스로를 위하는 기도보다는 형제와 자매를 위해 기도하는 모습을 보면 저절로 고개가 떨궈진다.
---「친애하는 동무 8: 다시, 재은 편」중에서
믿음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그들 모두가 순교자였다. 죽음이 두려웠다면 성경에 손대지 않았을 것이다. 말씀을 접하는 순간, 목숨을 걸어야 한다. 생명의 말씀을 위해 목숨을 담보로 한다는 것이 서러웠지만, 북한의 현실은 그러했다.
---「친애하는 동무 8: 다시, 재은 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