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누구나 갈망하는 최고의 도락이다. 경험자들은 자전거 여행을 최고의 여행 중 하나로 손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여행의 깊이는 속도와 반비례하고 땀과 비례하기 마련이다. 시속 20km 정도의 자전거 속도는 최적의 여정이다. 자동차는 너무 빨라 주마간산이 되기 쉽고, 걷기는 너무 느려 여행으로는 비현실적이다. 자신의 힘으로 페달을 돌려 움직이니 땀도 더해진다. 전 세계 어느 문화권에서도 자전거 여행자는 환영받고 친근하게 받아들여진다. 사람들을 만나기에도 좋다. 많은 사람들은 사실상 자전거로 최초의 여행을 경험한다. 어린 시절 자전거로 집 근처를 벗어나보는 것은 자신만의 힘으로 성취하고 만끽해보는 ‘생애 최초 단독여행’의 추억이 된다. 자전거는 환경보호에서도 첨병이다.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에 비해 자전거는 연료가 필요없는 완전 무공해이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많이 타는 것은 그만큼 자동차를 덜 탄다는 뜻이고, 결과적으로 환경보호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다.
--- p.22~23
다리만 움직이는 것 같지만 다리운동이 되기 위해서는 상체가 단단히 받쳐주어야 한다. 다리운동이 주로 되는 것은 맞지만 사실은 전신운동인 것이다. 그런데 다리운동이 된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의자에 앉아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은 현대인의 가장 큰 약점이 하체에 있기 때문이다. 많은 의사들이 지적하듯이 하체의 약화는 만병의 원인이 된다. 하체가 약하면 다른 운동이 아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전거는 우리 몸에 어떻게 얼마나 좋은가? 건강을 위한 운동은 유산소운동과 무산소운동으로 나뉘는데, 자전거 타기는 걷기?빨리 걷기?조깅?달리기?마라톤?등산?수영 같은 유산소운동 중에서도 백미에 속한다. 자전거 타기는 심폐기능을 강화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수많은 종목의 운동선수들을 대상으로 최대산소섭취량을 측정해 유산소운동능력을 알아보면, 자전거 선수는 마라톤 선수와 함께 가장 높은 수준에 든다. 자전거를 타면 다음과 같이 다른 운동보다 더 많은 건강 효과를 얻을 수 있다.
--- p.51~52
자신의 정확한 타깃존을 알려면 최대심장박동수를 알아야 한다. 정확한 최대심장박동수는 전문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아야 하지만 간단한 공식이 있다. 220에서 자신의 만 나이를 빼면 최대심장박동수가 된다. 평소 운동을 꾸준히 해온 사람은 나이에 비해 최대심장박동수가 높고, 운동을 하지 않았다면 더 낮을 수 있지만 이 공식으로 일반적인 평균치를 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만 40세인 경우 180(220-40)이 최대심장박동수가 된다. 그리고 최대심장박동수의 80%가 타깃존의 최대치가 되고, 65%는 최저치가 된다. 180의 80%인 144가 타깃존의 최대치, 180의 65%인 117이 최저치가 된다. 40세의 경우, 분당 심박수가 117~144 사이에 드는 강도로 운동하면 가장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심장기능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운동을 꾸준히 하면 심폐기능이 점점 좋아져서 최대심장박동수가 올라가게 되는데, 길고 가파른 언덕을 매우 힘들게 오르거나 힘이 다하도록 전력질주를 할 때의 심박수를 최대심장박동수라고 이해하면 된다.
--- p.69~70
셋째, 도로 역주행을 삼간다. 앞에 오는 차량을 마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도로에서 역주행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는 정말 위험한 행동이다. 만약 사고가 나면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물론, 사고 위험도 훨씬 높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탄 입장에서는 마주 오는 차가 보인다고 하지만, 갑자기 샛길에서 나오는 자동차 운전자 입장에서는 역주행 자전거가 잘 보이지 않아 사고 위험이 매우 높다. 느린 속도라도 1톤이 넘는 자동차에 부딪히면 자전거와 사람은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된다. 역주행은 절대금물이다. 넷째, 우측교행을 지킨다. 우리나라는 자동차, 보행자 모두 우측교행이 법으로 정해져 있다. 그런데 아직도 좁은 길이나 골목 등지에서 마주쳤을 때 서로 우왕좌왕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 노년층에서 이 규칙을 잘 모른다. 올바르게 알려주는 것이 서로의 안전을 위한 길이다. 다섯째, 야간에는 라이트와 안전등을 반드시 켠다.
--- p.101~102
속도계가 없다면 현재의 속도가 얼마인지, 어느 정도 달렸는지, 목적지까지 얼마가 남았는지, 운동이 얼마나 되었는지 등을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속도계를 단다면 모든 것이 정확한 수치와 데이터로 표시된다. 자전거 타기가 한층 과학적인 운동으로 격상되는 것이다. 속도계의 원리는 간단하다. 앞바퀴에 작은 자석을 달고 센서가 회전수를 감지한다. 속도계에 바퀴 크기를 입력하면 회전수에 따른 이동거리를 알 수 있어 속도와 주행거리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센서감지기와 핸들바 본체의 모니터가 전선으로 연결된 유선방식과 전선이 없는 무선방식이 있다. 유선방식은 데이터 표시가 정확한 대신 설치와 정리가 조금 번거롭고, 무선방식은 설치 후 외관이 깔끔하지만 전자파 등의 영향으로 오작동이 일어날 수 있다. GPS 방식의 속도계도 있다. 이는 자동차 내비게이션처럼 인공위성의 신호를 활용해 속도와 위치를 계산해낸다. 정확하고 기능이 많지만 일반 속도계보다 부피가 크고 값이 비싸다.
--- p.110~120
앞바퀴를 들고 주행하는 것을 윌리라고 한다. 화려하지만 익히기가 어려운 고난도 기술이다. 윌리를 익히면 장애물 통과에 자신감이 생기고, 자전거를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컨트롤 능력도 좋아진다. 앞바퀴를 든 상태로 장시간을 유지하기는 매우 어렵고, 단 2~3초라도 바퀴를 30cm 이상 들어 올릴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하다. 자신감과 과감한 시도가 중요하다. 기어는 가볍게 두고 걷는 속도 정도로 천천히 움직이다가 전진 페달에 힘을 가하면서 동시에 핸들바를 들어올린다. 갑작스런 전진력으로 자연스럽게 앞바퀴가 들린다. 처음에는 조금만 올라가겠지만 연습을 계속하면 점점 높게 올릴 수 있다. 앞바퀴가 올라간 상태에서도 페달링을 계속해야 넘어지지 않는다. 앞바퀴를 내릴 때는 뒷브레이크를 잡으면 된다. 앞바퀴가 너무 들려 뒤로 넘어질 것 같아도 뒷브레이크를 잡으면 앞바퀴는 그대로 내려온다. 상체는 힘을 빼고 있다가 앞바퀴를 들 때 팔꿈치를 살짝 구부렸다가 그 반동으로 무게중심을 뒤쪽으로 옮겨주는 것이 요령이다.
--- p.168~169
자전거는 걷기와 큰 차이가 없는 시속 4km부터 자동차와 맞먹는 시속 60km까지 달릴 수 있다. 초보자라면 평지에서는 시속 20km 정도가 적당하다. 이 속도가 가장 편안하고 또 멀리 갈 수 있는 속도다. 물론 단시간에 운동효과를 높이려면 보다 빨리 타야겠지만, 만약 30km 이상 장거리를 간다면 시속 20km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자전거는 시속 25km만 넘어가도 상당히 빠르게 느껴지고 또 금방 지치고 만다. 상급 동호인들은 100km 거리를 시속 40km 이상으로 내내 달리기도 한다. 초보자에게는 꿈과 같은 속도와 지구력으로 보이겠지만 몇 년간 열심히 타면 누구나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이기도 하다. 평균속도는 순간속도가 아니라 휴식과 주정차까지 포함한 총 소요시간을 기준으로 구한 평균적인 속도를 말한다. 만약 60km의 거리를 총 3시간에 달렸다면 평균속도는 ‘60÷3시간 = 20km’가 된다. 하지만 평균속도가 20km가 되려면 오르막과 휴식 등을 감안해 평지에서는 25km 이상으로 달려야 한다.
--- p.190~191
체인용 윤활제는 일반 그리스나 윤활유를 사용하면 곤란하다. 자전거 체인 전용으로 나온 체인 오일을 사용해야 한다. 체인 오일에는 건식과 습식, 이렇게 2가지가 있다. 건식은 윤활 효과가 짧지만 점성이 낮아서 먼지나 이물질이 잘 묻지 않고, 습식은 점성이 높아 윤활 효과가 오래 가는 대신 쉽게 더러워진다. 따라서 잘 포장된 자전거도로처럼 깨끗한 환경이라면 습식이, 더러운 환경에서는 건식이 유리하다. 오일은 체인의 롤러 부위에 고루 뿌려야 하는데, 일일이 뿌리기는 어려우므로 전체적으로 몇 방울을 도포한 후 크랭크를 여러 번 돌려 골고루 묻게 하면 된다. 체인은 주기적으로 교환해야 하는 소모품이다. 체인의 12마디를 계측해 152.4mm보다 1.5mm 이상 늘어났다면 교체해야 한다. 변속기에 문제가 없는데 변속이 잘되지 않거나 새 자전거와 비교해 페달링 느낌이 부드럽지 않다면, 체인을 점검해봐야 한다. 체인은 카세트 스프라켓의 기어 단수에 따라 폭이 달라지므로 8, 9, 10, 11단에 맞춰서 골라야 한다.
--- p.233~235
펑크 수리를 할 수 없을 때는 타이어 한쪽을 림에서 벗겨낸다. 그다음 신문지나 볏짚, 나뭇잎 등으로 속을 채우면 어느 정도 주행이 가능하다. 찢어진 타이어를 그대로 두면 점점 부위가 커져 터지거나 안쪽의 튜브에도 손상이 가서 펑크가 날 수 있다. 찢긴 부위의 안쪽에 명함이나 과자봉지, 지폐 같은 것을 대주고, 튜브가 이를 뚫고 나오지 않도록 공기압을 조금 낮추면 어느 정도 주행할 수 있다. 림이 휘었을 때 큰 충격을 받아 림이 휘어져서 브레이크 패드에 닿으면 주행이 불가능해진다. 이때는 브레이크 위쪽의 케이블을 풀어서 양쪽 패드의 간격을 넓혀준다. 이렇게 하면 브레이크는 쓸 수 없으므로 천천히 주행한다. 뒷변속기가 충격을 받아 휘어지거나 일부 부품이 부러져서 체인이 움직이지 않으면 주행이 불가능하다. 이럴 때는 체인을 변속기에서 빼내 뒤쪽 중간 기어에 두고, 앞쪽도 중간 기어에 두면 주행이 가능하다. 이렇게 하면 앞변속기를 사용할 수 없고, 변속기에서 체인을 빼내려면 체인커터기가 있어야 한다.
--- p.267~268
아라뱃길 양옆에는 쾌적한 자전거도로와 공원이 조성되어 주민들의 새로운 휴식처로 인기가 높다. 아라뱃길 자전거도로는 한강 자전거도로와 연결되어 있어, 서울 시내에서도 자전거를 타고 서해까지 편안하게 갈 수 있게 되었다. 한강~낙동강을 거쳐 부산까지 이어지는 총 거리 633km의 국토종주 자전거길의 시발점도 아라뱃길 인천터미널에 있다. 아라뱃길 서해 쪽 종점에는 인천터미널이, 한강 쪽에는 김포터미널이 자리한다. 터미널은 물류단지와 항만을 겸하는 시설로, 인천터미널이 245만 3,000m2 약 74만 평, 김포터미널은 170만 1,000m2 약 51만 평의 대규모다. 현재 뱃길에는 유람선과 요트가 주로 오가지만 인천과 김포터미널에 대형 물류센터가 들어서고 있어서, 완공되면 상선들도 운항할 것으로 보인다. 인천터미널 북쪽에는 거대한 수도권 쓰레기매립장이 자리하고 있다. 이미 매립이 끝난 곳은 서울의 노을공원이나 하늘공원처럼 생태공원으로 조성중이어서 아라뱃길의 새로운 명소가 될 것이다.
--- p.312
하류인 군산의 금강 하굿둑을 출발해 상류로 가는 일정을 생각해보자. 군산 동쪽에 자리한 금강 하굿둑 일대는 강폭이 서울 한강의 2배인 1.6km에 달할 정도로 광활하고 웅장하다. 상류로 37km를 더 올라간 강경까지도 강폭이 넓고 수량이 많은 편이다. 예로부터 젓갈로 유명한 강경은 금강 하굿둑이 생기기 전까지 고깃배가 왕래해 지금까지도 등대가 남아 있다. 강경을 지나면 백제 최후의 도읍지가 있던 부여다. 부여 읍내 근처를 흐르는 애잔한 금강은 ‘백마강’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백제를 정벌하러 온 당나라 장군 소정방이 백마를 미끼로 금강의 용을 잡았다는 전설에서 유래한 명칭이다. 부여 읍내와 접한 백마강 강변에는 드넓은 둔치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북단에는 그 옛날 일본과 중국 배가 드나들던 구드래 나루터가 있고, 그 뒤편의 야트막한 산에는 백제 최후의 저항지였던 부소산성이 있다. 자전거길은 강 서쪽을 지나가서 부소산성 서쪽의 낙화암 절벽이 마주 보인다.
--- p.338~339
소래습지생태공원에서 시흥갯골생태공원까지 4km 구간은 황량한 폐염전을 가로지르는 특별한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무성하게 자란 갈대밭과 구불대는 갯골을 따라 따사로운 흙길이 흐느적거린다. 시흥갯골생태공원을 지나면 논으로 가득한 초록의 들판이 펼쳐진다. 이 들판 사이로 시흥시가 자랑하는 그린웨이 자전거길이 물왕저수지까지 7.5km 이어진다. 갯골생태공원에서 3.5km 가면 3만 평 규모의 넓은 연밭이 펼쳐지는 연꽃테마파크도 만날 수 있다. 여름에는 커다란 연잎과 연꽃이 장관을 이룬다. 자전거길은 물왕저수지 직전에서 끝난다. 이승만 대통령이 낚시를 즐겼다는 물왕저수지는 수면이 들판보다 훌쩍 높아서 격리감을 주고, 주변에는 카페와 식당들이 즐비해 분위기 있는 호반 풍경이 인상적이다. 소래습지생태공원에서 물왕저수지까지는 고작 12km밖에 되지 않지만 바다와 포구, 갯벌, 폐염전, 들판, 연밭 등 다양한 풍경을 만날 수 있어 볼거리가 풍성한 길이다.
--- p.369~340
자전거로 떠나는 경주 여행은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시작하는 것이 편하다. 박물관 자체도 볼 만하지만 무료 주차공간이 널찍하고, 외지에서 접근이 쉬우며, 핵심 유적지가 밀집한 곳에 자리하기 때문이다. 자전거가 없다면 박물관 인근의 대릉원 앞에서 빌릴 수도 있다. 박물관 바로 옆, 성긴 숲이 뒤덮고 있는 작은 언덕이 신라 1천 년간 왕궁이 있던 반월성이다. 하늘에서 보면 지형이 반달을 닮아 반월성이라고 하는데, 자연 구릉지에 인공을 더해 사방을 성벽으로 에워쌌다. 박물관 앞을 지나는 7번 국도를 따라 시내 쪽으로 가면 왼쪽으로 반월성 진입로가 나온다. 반월성 안으로 들어서면 주위에 비해 다소 높은 황량한 대지가 펼쳐진다. 반월성 내부는 최대폭 200m, 길이 800m에 달하는 대규모로, 전각들이 가득 찼다면 대단한 장관을 이뤘을 것이다. 천년왕국을 통치했던 56명의 왕과 비빈, 그리고 신하들의 희로애락이 바로 여기 반월성에서 점철되었으니 흙 한 줌, 돌부리 하나도 예사롭지 않다.
--- p.386
이미해수욕장을 지나면 길은 산중턱을 감아 돌기 시작한다. 거대한 염전과 장대한 백사장을 본 직후에 만나는 절벽길이 자못 생경하다. 몇 번 산굽이를 돌아 선왕산에서 흘러내린 주능선에 올라서는 순간, 누구도 “와아!” 하는 감탄사를 금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땅에도 이렇게 멋진 곳이 있었는지 눈을 의심하게 된다. 선왕산 서쪽으로 파고든 만은 하트 모양이다. 만 안쪽에는 그림 같은 백사장이 살포시 깃들어 있다. 주민들은 ‘하누넘해수욕장’이라고 하고, 일대는 하트 모양을 닮아 ‘하트해변’이라고도 불린다. 이 하트해변을 실낱같은 길이 구불거리며 돌아나간다. 선왕산 북쪽 능선을 넘어 다시 남쪽 능선을 지날 때까지, 완전히 고립된 이 풍경 속에는 산골짜기 안에 집 한 채만 있을 뿐, 맞은편 바다에는 섬 하나 보이지 않아 고립감이 더해진다. 2.5km 남짓한 이 해변길에서 자전거는 차마 속도를 낼 수 없다. 남쪽 산중턱에는 하트해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목제전망대가 서 있고, 고갯마루에는 일종의 방풍벽인 돌담우실이 남아 있다.
--- p.394~395
아무리 맑은 날이라도 사방을 둘러봐야 92km 떨어진 독도만 희미하게 보일 뿐 망망대해가 시야를 가르는, 참으로 멀고 동떨어진 곳이다. 게다가 제주도처럼 푸근하기보다 우악스런 산세는 어딘가 괴기스럽고 마치 공룡시대로 들어온 듯 신비롭다. 온통 기암괴석과 가파른 절벽으로 이루어진 울릉도의 해안선을 자전거로 돌아보는 것은 이 거대한 ‘절경 덩어리’를 가장 가깝고 깊이 있게 만나는 길이다. 해안도로가 완전히 연결되지 않아서 보통은 자동차로 도동을 중심으로 서쪽과 동쪽의 명소들만 둘러보기 쉬운데, 그렇게 해서는 이 웅대한 해안절벽과 그 거친 질감, 파도소리 등을 품안에 가두기 힘들다. 울릉도 내의 유일한 평지라고 할 수 있는 나리분지도 힘들더라도 올라보아야 한다. 험한 산자락 가운데 갑자기 별세계처럼 잠겨 있는 평원은 실로 경이적이다. 백두산 천지나 한라산 백록담 같은 화산 분화구이지만 물이 빠져 평지만 남은 것인데, 파도소리와 세상사에서 절연된 듯 고요한 분위기는 시간이 멈춘 듯하고 지형과 풍경, 식생도 달라서 아득한 고생대로 들어선 것만 같다.
--- p.413~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