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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휴먼

: 어느 외계인의 기록

[ 한국출판문화진흥원 선정 2016 대학 신입생 추천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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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4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500쪽 | 584g | 136*200*30mm
ISBN13 9788937886522
ISBN10 8937886529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역자 : 정현선
홍익대학교 독어독문과를 졸업했다. 좋아하는 이야기를 남들보다 먼저 읽고자 외국어를 배웠고, 익힌 언어를 십분 활용해 영어 강사 및 영어 도서 출판 기획자로 일했다. 현재 프리랜서 번역가로 활동하면서 독자들에게 멋진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낯선 언어와 쉼 없이 씨름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한 권으로 읽는 구름책》 《하이 파이낸셔》《환경을 지키는 영웅들》 《핫 버튼》 《우리 아기 첫 두뇌발달 놀이》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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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이 ‘실제’ 책의 배경은 바로 이곳 지구이다. 이 이야기는 삶의 의미에 관한 이야기이자 무의미에 관한 이야기이다. 누군가를 죽이고 살린 것에 관한 이야기이다. 사랑과 죽은 시인들, 그리고 땅콩버터에 관한 이야기이다. 물질과 반물질, 모든 것과 아무것도 아닌 것, 희망과 증오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소벨이라는 마흔한 살 먹은 여류 역사학자와 열다섯 살 먹은 아들 걸리버와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수학자에 관한 이야기이다. 요컨대, 인간으로 존재하는 법에 관한 이야기이다. (…중략…)
거듭 말하지만, 나는 앤드루 마틴 교수가 아니었다. 나도 당신과 같았다.
--- p.15-16

나는 이곳이 싫습니다.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하오. 아직 때가 아니오.
하지만 시간이 없습니다. 나는 교수의 연구실과 집에 가야 합니다.
맞소. 가야 하오. 하지만 우선은 진정하고 그들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하오. 그들이 말하는 대로 하시오. 그들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시오. 당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들켜서는 절대 안 되오. 허둥대지 마시오. 앤드루 마틴 교수는 지금 그곳에 없소. 당신이 그 사람이오. 시간은 충분할 거요. 인간이 조급해하는 이유는 그들이 유한한 존재이기 때문이오. 그들의 생명은 짧소. 하지만 당신은 그렇지 않소. 인간처럼 굴지 마시오. 기프트를 지혜롭게 쓰시오.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지만 두렵습니다.
충분히 그럴 수 있소. 당신은 인간들 속에 섞여 있으니.
--- p.49-50

“아빠, 대체 왜 그러신 거예요?”
“나도 모르겠다.”
“학교가 완전 지옥이 되어 버렸다고요.”
“아.”
“할 말이 그것밖에 없어요? ‘아’라고요? 지금 장난하세요? 젠장, 그게 다예요?”
“그래. 아니. 젠장 난, 젠장, 모르겠다, 걸리버.”
“아빠가 제 인생을 망쳤어요. 난 놀림거리가 되었다구요.전에도 그랬지만. 전학 가서 여태까지. 근데 이젠?.”
내 귀에는 걸리버 이야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중략…)
“아무 관심 없다 이거죠? 나하고는 말할 생각이 없는 거죠, 어젯밤 일 외에는 나랑 말하고 싶지 않다는 거죠?”
걸리버는 방에서 나갔다. 으르렁대는 소리로 중얼거리며 문을 쾅 닫았다.
--- p.129-130

다른 존재가 된다는 것, 다른 생물체가 된다는 것. 그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간단한 분자 재배치일 뿐이다. 우리 행성 내부의 과학 기술로는 아무 문제없다. 다른 존재로 바꾸고 싶은 모델을 정하여 정확한 명령만 내리면 된다. 우주에는 새로운 재료란 없다. 외모가 어떻든 간에 인간들은 우리와 똑같은 물질로 조잡하게 만들어진 존재일 뿐이다. 어려운 점은 다른 데 있다. 바로 이런 일들이 일어날 때이다. 욕실 거울로 바뀐 얼굴을 들여다본다. 전날 아침까지는 볼 때마다 토하고 싶었던 얼굴인데도, 새 얼굴을 보고 세면대에 토하고 싶지가 않다. 옷을 입는 것도 상당히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 p.236

어쩌면 고통 없이 사는 삶이 궁극의 것인지도 모른다. 고통 없이 사는 삶. 그래, 어쩌면 그것이 삶의 유일한 목표인지도 모르겠다. 나도 예전에는 그렇게 확신했다. 그런데 만일, 세상에 태어나 보니 그 목표가 이미 충족되어 있다면, 그래서 목표라는 것이 전혀 필요 없는 삶을 살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나는 호스트들보다 젊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내가 얼마나 행운아인지 잘 모르겠다. 호스트들과 같은 마음으로 감사할 수가 없다. 이제 더는 못하겠다. 꿈에서조차도.
--- p.297-298

나는 인간이 되고 싶습니다. 불가능하다면, 가능한 한 인간에 가까운 생물체로 살고 싶습니다.
우리 역사에서 주어진 기프트를 되돌리겠다고 한 자는 아무도 없었소. (…중략…) 당신은 재생 능력이 없는 몸속에 갇히게 될 것이오. 늙고 병들 것이오. 고통을 느낄 뿐 아니라, 당신이 되고자 한 그 무지한 생물체와는 달리 그 고통을 당신 스스로 선택했음을 평생 마음에 품고 살아가게 될 것이오. 당신 스스로 자초한 일이오.
알고 있습니다.
좋소. 당신에게 최고 형벌을 내리겠소. 이 형벌을 청한 것은 바로 당신이오. 이제 접속은 끊기고 기프트는 사라질 것이오. 당신은 이제 인간이오. 당신이 다른 별에서 왔다고 주장한다 해도, 그것을 증명할 방법은 없을 것이오. 인간들은 당신이 미쳤다고 생각할 거요. 물론 당신이 없다 해도 우리에겐 아무런 문제가 없소. 당신 임무를 대신할 자를 보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오.
--- p.332-333

인간들은 사랑을 소중히 여기지만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한다. 제대로 이해하는 순간 사랑은 사라지고 만다. 내 생각에 사랑은 두려움의 대상이다. 사랑이 두려워, 인간들은 퀴즈 쇼를 본다. 사랑에 대한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딴 생각을 한다. 사랑은 인간을 강렬한 힘으로 끌어당기는 초 거대 질량 블랙홀이다. 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는 것 같지만, 그 속에서는 이성이 완전히 마비된다. 사랑에 빠진 인간은 소멸의 온기 속에서 자신을 잃게 된다. 나도 나를 잃었다.
사랑이란 그렇게 어리석은 것이었다. 사랑에는 논리가 없다. 사랑 때문에 나는 평온 대신 고뇌를, 영원 대신 필멸을, 고향 대신 지구를 선택했다.
--- p.334

나는 달렸다.
와인을 버려둔 채 공원을 가로질러 골목길을 지나 대로를 건너 숨이 턱에 닿도록 달렸다. (…중략…) 그렇다면 접속을 끊고도 그들이 계속해서 나를 지켜보고 내 말에 귀 기울이고 있었던 것이 틀림없었다. 그 말은 지금도 내 말을 듣고 있을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제발 이러지 마세요. 이소벨과 걸리버는 해치지 말아 줘요. 두 사람은 아는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 p.414

“나 이제 떠나려고 해.”
내 말에 그녀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숨을 들이마셨다.
“그래요.”
한때 내가 키스했던 그녀의 입에서 마침내 이런 대답이 흘러나왔다.
“그래요. 그게 최선일 것 같네요.”
그녀의 얼굴은 몹시 일그러져 있었다. 자기 피부를 마구 구겨 던져 버리고 싶기라도 한 듯한 표정이었다. 눈에서 뜨끈하고 부드러운 긴장이 느껴졌다. 눈앞이 흐려졌다. 무엇인가가 뺨을 따라 입술로 흘러들었다.
액체였다.
빗방울 같지만 더 따뜻한, 짠맛의 액체.
그것은 눈물이었다.
--- p.451

인간을 위한 조언

1. 부끄러움은 족쇄다. 자유롭게 살아라.
2. 네 능력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마. 넌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그걸로 충분하니까.
3. 다른 사람들에게 잘해 주렴. 우주적 차원으로 볼 때, 그들이 바로 너 자신이니까.
4. 과학 기술로는 인류를 구할 수 없어. 인류를 구하는 것은 인간의 의지야.
5. 많이 웃으렴. 넌 웃는 게 보기 좋아.
6. 호기심을 품어야 해. 모든 것에 의문을 가지는 거야. 지금 사실이라고 하는 것들도 미래에는 결국 허구로 밝혀질 테니까.
7. 비꼬는 건 괜찮아. 단, 기분이 상하지 않을 정도로만 해.
--- p.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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