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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시대에 춤을 추어라

기후위기 시대에 춤을 추어라

: 기후-생태 위기에 대한 비판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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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6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527쪽 | 764g | 153*224*25mm
ISBN13 9788964362709
ISBN10 8964362705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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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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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비롯한 부유한 북반구 시민들은 기후 집회에 나가 ‘지구가 죽어간다’, ‘지구를 살리자’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인다. 그 구호를 볼 때마다 한 움큼의 의뭉스러움이 치받쳐 오르곤 한다. 과연 그 지구는 같은 지구일까? 사과와 커피 값을 걱정하는 한국의 시민과 저기 아프리카에서 고행길을 걸으며 물을 뜨는 소녀에게 지구는 같은 공간일까?
--- p.23

지구 경관을 파괴적으로 변경하고 자연과 인간을 노예화했던 식민주의가 바로 기후변화의 뿌리다. 그 연관을 놓치면 기후변화에 대한 이해는 ‘인간 탓’이라는 인류세의 블랙홀 속을 헤맬 수밖에 없다. 지금 현재, 기후비상사태 속에서 펼쳐지는 ‘산불의 팬데믹’이야말로 식민주의와 자본주의의 궤적을 낱낱이 폭로한다. 산불의 시간은 놀랍게도, 해결되지 않은 원한이 다시 귀환하는 시간이다.
--- p.34

오늘날 ‘개인의 책임과 개인적 실천’이라는 규범은 기후-생태 위기를 확대하는 또 하나의 강력한 지배 이데올로기로 작동한다. 우리가 분리수거를 잘하는지 서로를 감시하며 알량한 도덕적 자족감에 사로잡힌 사이 코카콜라 자본은 1분당 20만 개의 플라스틱 병을 토해내며 지구 행성의 마지막까지 더럽히고 있다. 자유주의자들이 검약과 소비 미덕을 실천하기 위해 서민의 난방비를 올리자고 호들갑을 떠는 사이, 한국의 화석연료 기업들은 정부 보조금을 두둑이 받아가며 세계 곳곳에서 천연가스를 퍼올리거나 화력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다. 한편으로, 개인 책임에 대한 과중한 무게와 개인적 실천의 무력감이 기후우울증을 부추기거나 아예 위기를 외면하는 무관심의 태도로 전이되기도 한다. 개인 책임의 무한한 쳇바퀴가 우리의 양심을 병들게 하고 영혼을 황폐하게 만드는 까닭이다.
공교롭게도 한국의 경우 ‘개인적 책임’의 이데올로기가 보다 견고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 능력도 개인 책임, 무능력도 개인 책임. 능력주의가 지배하는 사회에선 우리의 인생사가 공적인 돌봄과 상호호혜성이 아니라 경쟁과 자기 관리의 고독한 여정으로 점철될 수밖에 없다. 요컨대 개인 책임의 감옥, 그것이 현재 한국 사회의 풍경이다. […] 이는 왜 한국의 환경단체들이 신자유주의를 경유하며 점점 더 보수화되고 있는지를 설명해준다.
--- p.106-107

우주선에서부터 사막 위의 유토피아 도시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슈퍼 부자들이 계획하거나 시도하는 다양한 유토피아 프로젝트들은 그들이 망쳐놓은 세계에서 도피하기 위한 새로운 지도 만들기이다. 기후-생태 위기가 없는 세계, 부유세와 국가 규제 같은 간섭과 잔소리가 사라진 세계, 무산자들의 반란이 존재하지 않는 고요한 세계, 그들이 전적으로 군림하고 지배하는 사유화된 세계, 행성 한계의 파괴적 힘으로부터 벗어난 초월적 세계를 찾아 우주와 사막과 바다를 두더지처럼 샅샅이 뒤져 새로운 땅을 테라포밍하려는 욕망이 바로 이 소란스러운 유토피아 기획의 전모다.
--- p.207

자동차는 인간의 노동력뿐 아니라, 이렇게 지구의 광물과 생물 자원을 끊임없이 추출한다. 그것은 모든 것을 흡입한다. 자동차를 구성하는 금속들 하나하나 땅속 깊은 곳에서 채굴될 때마다 자본은 수익을 얻는 대신, 그 자리에는 빈곤과 오염이 남는다. 추출이 가속될 때마다 불평등과 생태계 붕괴가 더욱 악화된다. 자동차가 도로 위를 달릴 때마다 타이어의 검은 입자들이 흩날리고, 아시아의 농부들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고무나무를 쥐어짜고 살충제를 뿌린다. 콩고의 아이들은 검은 갱도 속으로 작은 몸을 옹송그린다. 전기차가 도로 위를 질주할 때마다 안데스 농부들은 갈증에 시달리고 아프리카 선주민들이 고향에서 쫓겨난다. 전기차가 친환경이라는 말이 횡행할 때마다 세계의 멸종위기 동식물의 서식지가 파괴된다. 바이오 연료가 청정에너지로 칭송될 때마다 아프리카와 남미의 선주민들이 땅을 뺏기고 고향에서 쫓겨난다. 그리고 세계의 수많은 빈자들이 굶주림에 시달린다. 추출주의는 결코 자연 자원을 재생산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로지 추출할 뿐이다.
--- p.316

햄버거 가격 속에는 지불되지 않은 노동력, 아울러 비만과 질병 등 보건 비용도 소비자들에게 전가한 채 누락되어 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햄버거 가격 속엔 생태적 비용이 빠져 있다. 인도의 과학환경센터의 보고에 따르면, 열대우림을 벌채한 땅에서 사육되었거나 그 땅에서 재배된 대두를 먹고 자란 소의 고기로 만든 햄버거의 값은 족히 200달러는 나가야 한다. 이 연구가 시행된 게 1994년이었으니 지금으로 환산하면 햄버거 가격은 훨씬 더 올라가게 될 것이다. 열대우림을 벌채하면 그만큼 탄소 흡수원이 사라지고 생태계가 무너지게 된다. 이는 인류의 미래를 미리 먹어치운 것이기에 그 비용을 산정하기도 쉽지 않다.
--- p.338

잭 먼디와 건설노동자연맹은 그렇게 노동의 사회정치적 소임을 추구했다. 자본주의 노동이 야기하는 생태 문제와 공공성의 침해까지도 비판적으로 사유하는 이른바, ‘사회적 노동조합주의’를 탄생시킨 것이다. 노동자의 경제적 조건에만 정박된 경제적 조합주의를 뛰어넘어, 노동자가 생산의 주체로서 생산의 사회적 효과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여겼던 것이다. 잭 먼디는 이를 이렇게 한마디로 요약한다. “노동자들은 자신의 노동이 유해한 방식으로 사용되지 않을 권리가 있습니다. […] 점점 더, 우리는 우리가 어떤 건물을 지을지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
더 나아가 건설노동자연맹은 여학생들을 연구 과정에서 배제하며 차별한 시드니 대학에 녹색 금지령을 내렸고, 게이 학생을 퇴학시킨 맥쿼리 대학에는 핑크 금지령을 적용했다. […] 1970년대 호주에서 일어난 놀라운 성취였다. 당연히 좌·우파 모두 잭 먼디와 녹색 금지령 운동을 증오했다.
--- p.400-401

디트로이트와 쿠바의 도시 텃밭은 경제-사회적 파국이 오히려 도시민의 재생산과 돌봄의 형식을 다르게 구성하는 기회의 장을 제공한다는 걸 보여준다. 자본주의가 실패했을 때, 자유무역와 상품 체제가 작동을 멈추었을 때, 식량 위기를 비롯해 불평등이 더욱 심화되었을 때, 그 불안과 분노를 파시즘 기계가 먹어치우지 않는 한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를 근원적으로 다시 질문하게 된다. 우리의 삶을 돌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동안 잃어버렸던 것은 무엇인가? 씨를 뿌리는 것, 스스로의 삶을 건사하며 자립하는 것, 다시 땅과 자연과 연결되는 것. 그리고 공동체를 다시 복원하는 것.
--- p.437-438

우리는 흔히 소비주의를 비판할 때 검소, 절제, 연민을 앞세운다. 환경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며 왜 당신들은 동참하지 않냐고 날을 세우거나, 기껏 공정 무역과 착한 소비를 하자고 종용한다. 하지만 이렇게 개인의 죄의식을 닦달하는 방식은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첫째는 그것이 대안적 정치를 상상하지 못한 채 ‘채식’, ‘저탄소’, ‘유기농’ 같은 브랜드 소비에 강박된 시장주의적이고 자유주의적인 한계 때문이고, 두 번째는 윤리적 죄의식이 소비주의의 쾌락을 결코 상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초콜릿에 서아프리카 아동의 노예 노동력이 함유되어 있다는 걸 안다고 해도 초콜릿은 무엇보다 강력하고 달콤하다. 자동차가 환경을 파괴한다는 걸 눈치챈다고 해도 자동차를 매력적인 지위재로 추앙하는 지배적인 세계관 아래에서 이를 포기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설령 압도적으로 탄소 배출을 하는 부자들의 소비 행위에 누진적인 세금을 물려 형평성을 도모하더라도, 소비가 곧 지상명령으로 우리의 정신세계를 지배하는 한 생태 위기는 지속되기 마련이다. 우리의 일상적 욕구와 쾌락을 충족하기 위해 시장에서 공급하는 재화와 서비스에 의존하는 경로를 벗어나 다른 길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절제에 대한 호소가 아니라 다른 강력한 쾌락, 소비주의를 넘어서는 대안적 쾌락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 p.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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