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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2

아니 에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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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ie ERNAUX,アニ- エルノ-,아니 뒤셴느Annie Duchesne

1940년 9월 1일 프랑스 릴본에서 태어나 노르망디 이브토에서 성장했다. 프랑스 작가이자 문학교수이다. 루앙 대학교에서 문학을 공부한 뒤 중등학교 교사, 대학 교원 등의 자리를 거쳐 문학 교수 자격을 획득했다. 자전적 요소가 강한 그녀의 작품들은 사회학과 밀접한 관계를 이루고 있다. 유년 시절과 청소년기를 노르망디의 소읍 이브토Yvetot에서 보냈고, 노동자에서 소상인이 된 부모를 둔 소박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루앙 대학교를 졸업, 초등학교 교사로 시작하여, 정식 교원, 문학 교수 자격을 획득했다. 202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고, 사회에서 금기시 되어온 주제들을 드러내는 '칼
1940년 9월 1일 프랑스 릴본에서 태어나 노르망디 이브토에서 성장했다. 프랑스 작가이자 문학교수이다. 루앙 대학교에서 문학을 공부한 뒤 중등학교 교사, 대학 교원 등의 자리를 거쳐 문학 교수 자격을 획득했다. 자전적 요소가 강한 그녀의 작품들은 사회학과 밀접한 관계를 이루고 있다. 유년 시절과 청소년기를 노르망디의 소읍 이브토Yvetot에서 보냈고, 노동자에서 소상인이 된 부모를 둔 소박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루앙 대학교를 졸업, 초등학교 교사로 시작하여, 정식 교원, 문학 교수 자격을 획득했다. 202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고, 사회에서 금기시 되어온 주제들을 드러내는 '칼 같은 글쓰기'로 이를 해방하려 노력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1974년, 자전적인 소설 『빈 장롱Les Armoires vides』으로 등단했고, 1984년, 역시 자전적인 요소가 강한 『남자의 자리La place』로 르노도상을 수상했다. 2008년, 전후부터 오늘날까지의 현대사를 대형 프레스코화로 완성한 『세월들』로 마르그리트 뒤라스상, 프랑수아 모리아크상, 프랑스어상, 텔레그람 독자상을 수상했다. 2011년, 자신의 출생 이전에, 여섯 살의 나이로 사망한 누이에게 보내는 편지인 『다른 딸L'autre fille』을 선보였고, 같은 해에 12개의 자전 소설과, 사진, 미발표 일기 등을 수록한 선집 『삶을 쓰다Ecrire la vie』를 갈리마르 Quarto 총서에서 선보였다. 생존하는 작가가 이 총서에 편입되기는 그녀가 처음이다. 2003년 자신의 이름을 딴 아니 에르노 문학상이 탄생했다. 2020년 『삶을 쓰다』에 실렸던 글들을 추려서 재수록한 『카사노바 호텔』을 발표했다.

데뷔 시절부터 아니 에르노는 노르망디의 소읍 이브토의 카페-식료품점이었던 자신의 유년 시절로 구성된 자전적 소재에 몰두하기 위해 모든 픽션을 포기했다. 역사적 경험과 개인적 체험을 혼합한 그녀의 작품들은 부모의 신분 상승(『남자의 자리』, 『부끄러움』), 자신의 결혼(『얼어붙은 여자』), 성과 사랑(『단순한 열정』, 『탐닉』), 주변 환경(『밖으로부터의 일기』, 『바깥세상』), 낙태(『사건』), 어머니의 치매와 죽음(『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 『한 여자』), 심지어 혹은 자신의 유방암 투병(『사진의 사용』, 마르크 마리 공저)을 소재로 자기 자신을 철저하게 해부하였다.

그녀는 “판단, 은유, 소설적 비유가 배제된” 중성적인 글쓰기를 주장하면서 “표현된 사실들의 가치를 높이지도 낮추지도 않는 객관적인” 문체를 구사, “역사적 사실이나 문헌과 동일한 가치로 남아 있기를” 소망한다. 에르노에게는 “자아에 내재된 시적이고 문학적인 대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녀의 글쓰기는 “문학적, 사회적 위계를 전복하려는 의도에서 출발, 문학과 어울리지 않는 것으로 여겨지는 대상들 ― 슈퍼마켓, 지하철 등 ― 에 대해, 이것보다 고상한 대상들 ― 기억의 메커니즘, 시간의 감각 등 ― 을 서술하는 것과 동일한 방법으로, 그 둘을 결합하여” 글을 쓴다. “내게 중요한 것은, 나와 나를 둘러싼 사람들을 생각할 때 썼던 그 단어들을 되찾는 일이다.”

아니 에르노의 작품은 “개인의 기억 속에서 집단의 기억을 복원”하려는 사회학적 방법론에 깊은 영향을 받았다. “개인성의 함정”에 매몰되지 않으려는 노력의 산물인 그녀의 작품은 자전의 새로운 정의를 부여했다. “내면적인 것은 여전히, 그리고 항상 사회적이다. 왜냐하면 하나의 순수한 자아에 타인들, 법, 역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로써 아니 에르노는 사회학자의 방법론을 채택, 자신을 집단적 표본과 특성을 체득한 한 체험자의 총합으로 간주한다.

“나는 나를 특수한 존재로서, 절대적으로 특수한 존재라는 의미에서 나 자신을 생각한 적이 거의 없다. 나는 나를 사회적, 역사적, 성적 경험과 판단의 총합, 언어의 총합, 또한 세계(과거와 현재)와 끊임없이 대화하는, 그리하여 이 모든 것이 필연적으로 하나의 특수한 주관성을 형성하게 된 총합으로 간주한다. 나는 나의 주관성을 보다 일반적이고 집단적인 메커니즘과 현상을 되살리고 그것을 밝히기 위해 사용한다.

” 그녀에 따르면 사회학적 방법은 전통적으로 자전적인 ‘나’를 넓힐 수 있는 방법이다. “내가 사용하는 나는 비인격적 형태를 띄고 있다. 성별도 애매하고, 종종 나의 말이기보다는 타인의 말일 수도 있는, 전체적으로 다인격적 형태이다. 그것은 나를 픽션화하는 수단이 아닌, 내 체험 속에서 현실의 지표들을 파악하기 위한 수단이다.” 이로써 그녀의 작품은 자신의 궤적의 “사회적 이종교배”(소상인의 딸에서 학생, 교수, 이어 작가가 된)와 그에 따르는 사회학적 메커니즘을 다루고 있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사망을 접하고 [르몽드]지에 애도의 헌사문 「부르디외, 회한」을 기고하면서 사회학적 방법론과 자신의 작품 사이의 유대감을 밝혔고, 부르디외의 글이 그녀에게 “자유와, 세계 펼에서의 실천이성과 동의어”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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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옮기는 사람. 엄마의 책장 앞을 서성이고 파리의 오래된 극장을 돌아다니며 언어를 배우고 이야기를 꿈꿨다. 그 모든 것이 사랑을 연습한 시간임을 이 책을 쓰며 알았다. 산문집 『상처 없는 계절』, 『창문 너머 어렴풋이』, 『몽카페』, 『열다섯 번의 낮』과 『열다섯 번의 밤』을 썼고, 소설집 『그렇게 우리의 이름이 되는 것이라고』를 지었다. 옮긴 책으로 아니 에르노의 『남자의 자리』, 『빈 옷장』, 『세월』을 비롯해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세상의 발견』과 희곡집 『소프루』 등 여러 책이 있다. 『생텍쥐페리의 문장들』과 프랑스 근현대 산문선 『가만히, 걷는다』를 엮고
읽고 쓰고 옮기는 사람. 엄마의 책장 앞을 서성이고 파리의 오래된 극장을 돌아다니며 언어를 배우고 이야기를 꿈꿨다. 그 모든 것이 사랑을 연습한 시간임을 이 책을 쓰며 알았다.

산문집 『상처 없는 계절』, 『창문 너머 어렴풋이』, 『몽카페』, 『열다섯 번의 낮』과 『열다섯 번의 밤』을 썼고, 소설집 『그렇게 우리의 이름이 되는 것이라고』를 지었다. 옮긴 책으로 아니 에르노의 『남자의 자리』, 『빈 옷장』, 『세월』을 비롯해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세상의 발견』과 희곡집 『소프루』 등 여러 책이 있다. 『생텍쥐페리의 문장들』과 프랑스 근현대 산문선 『가만히, 걷는다』를 엮고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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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6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104쪽 | 125*205*20mm
ISBN13
9791190533454

책 속으로

사망을 확인해 준 당직 의사에 대한 기억은 없다. 몇 시간 만에 아버지의 얼굴은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변해 있었다. 오후가 끝날 무렵 방에 혼자 남겨졌다. 차양을 통과한 햇살이 장판 위로 슬며시 들어왔다. 그것은 더 이상 내 아버지가 아니었다. 퀭한 얼굴에 코만 보였다. 흐물흐물한 파란색 양복에 감싸인 그가 마치 누워 있는 한 마리의 새처럼 보였다. 눈을 커다랗게 부릅뜬 남자의 얼굴은 그가 숨을 거두자마자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이제 다시 그 얼굴조차도 보지 못하게 된 것이다.
--- p.11

나는 곧바로 그가 주인공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중간쯤에 이르자 거부감이 찾아왔다.
최근에서야 나는 소설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물질적 필요에 굴복하는 삶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예술적인 것, 무언가 ≪흥미진진한 것≫ 혹은 ≪감동적인 것≫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나는 아버지의 말과 제스처, 취향, 아버지의 인생에 영향을 미쳤던 사건들, 나 역시 함께 나눴던 한 존재의 모든 객관적인 표적을 모아보려 한다.
시처럼 쓴 추억도 환희에 찬 조롱도 없을 것이다. 단조로운 글이 자연스럽게 내게 온다. 내가 부모님께 중요한 소식을 말하기 위해 썼던 글과 같은 글이.
--- p.16

나는 천천히 쓰고 있다. 사실과 선택의 집합에서 한 인생을 잘 나타내는 실타래를 밝혀내기 위해 애쓰면서, 조금씩 아버지만의 특별한 모습을 잃어가는 듯한 기분이다. 글의 초안이 온통 자리를 차지하고, 생각이 혼자 뛰어다닌다. 반대로 기억의 장면들이 슬며시 미끄러져 들어오게 두면, 아버지의 있는 모습 그대로가 보인다. 그의 웃음, 그의 걸음걸이, 그가 내 손을 잡고 장터에 데려가고, 나는 놀이기구를 두려워한다. 다른 이들과 나눴던 상황의 모든 조건들이 중요하지 않게 된다. 나는 매번 개인적이라는 함정에서 빠져나온다.
물론 들었던 단어와 문장에 최대한 가깝게 써야 하는 이런 작업에서 글쓰기의 행복이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때때로 볼드체로 강조했던 문장들은 독자들에게 중의적인 의미를 나타내거나, 내가 모든 형식에서 거부했던 향수, 감동, 조롱을 공모하는 쾌락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저 그 단어와 문장이 아버지가 살았던 세계이자 내가 살았던 세계이기도 한 곳의 한계와 색깔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어떤 단어를 다른 단어로 받아들이는 법이 없었다.
--- p.36

글을 쓰며 하류라 여겨지는 삶의 방식에 대한 명예 회복과 그에 따른 소외를 고발하는 일 사이에서 좁다란 길을 본다. 이러한 삶의 방식은 우리의 것이었고 심지어 행복하기도 했으며, 우리가 살던 환경의 수치스러운 장벽들(≪우리 집은 잘살지 못한다≫는 인식)이기도 했으니까. 행복이자 동시에 소외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아니 그보다도 이 모순 사이에서 흔들리는 느낌이다.
--- p.43

내 기억 속에 언어에 관한 모든 것은 돈 문제보다 더한 원망과 아픈 언쟁의 원인이었다.
--- p.52

이제 와서 이 세세한 것들의 의미 해석을 꼭 필요한 일 이상으로 스스로에 강요하는 것은, 그것이 무시해도 좋은 것이라고 확신하며 거부했었기 때문이다. 모욕적이었던 기억만이 그 일들을 간직하게 해줬다. 아래에 있던 세계의 추억을 마치 저급한 취향의 어떤 것처럼 잊게 하려고 애쓰는 세계,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의 욕망 앞에 무릎을 꿇었던 것이다.
--- p.59

어느 날 그가 이렇게 말했다. ≪책, 음악, 그런 건 너한테나 좋은 거다. 내가 살아가는 데는 필요 없어.≫
--- p.67

내가 교양 있는 부르주아의 세상으로 들어갈 때, 그 문턱에 두고 가야 했던 유산을 밝히는 일을 마쳤다.
--- p.91

아니 에르노의 기억은 이미 나를 관통해 내 안에 있다. 나의 단단한 껍질은 이미 허물어졌다. 이제 나는 알몸의 기억을 마주한다. 마침내 내 기억은 허구를 벗었다.
무엇이 보이는가?
거기, 소설보다 더 큰 삶이 있다. 나의 아버지와 내가 떠나온 세계가 있다.
당신은 어떠한가?
소설보다 더 큰 무엇이 보이는가?

--- p.101 「옮긴이의 말」 중에서

출판사 리뷰

1984년 르노도상 수상작

"어떤 작품과도 닮지 않은 압도적인 걸작" - 패리스 매치
"감정을 억제하고 필요한 단어만으로 쓰인 강렬한 작품이자 훌륭한 문학적 성공" - 르몽드

시처럼 쓴 추억도
환희에 찬 조롱도 없을 것이다

프랑스 현대문학의 거장
2022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아니 에르노'가 그리는 아버지의 삶과 죽음


"몇 시간 만에 아버지의 얼굴은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변해 있었다. 오후가 끝날 무렵 방에 혼자 남겨졌다. 차양을 통과한 햇살이 장판 위로 슬며시 들어왔다. 그것은 더 이상 내 아버지가 아니었다. 퀭한 얼굴에 코만 보였다. 흐물흐물한 파란색 양복에 감싸인 그가 마치 누워 있는 한 마리의 새처럼 보였다. 눈을 커다랗게 부릅뜬 남자의 얼굴은 그가 숨을 거두자마자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이제 다시 그 얼굴조차도 보지 못하게 된 것이다." - 본문 중에서

자신의 개인적 체험을 보편적 차원으로 확장해나가는 독보적인 글쓰기와 꾸준한 작품 활동으로 전 세계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아니 에르노의 『남자의 자리』가 1984Books에서 출간되었다.

관계 후 남겨진 흔적을 사진 찍고 그 흔적 이면의 보이지 않는 것을 글로 적은 『사진의 용도』, 개인의 역사를 공동의 역사로 확장하며 커다란 문학적 성취를 이뤄내 프랑스 유수의 문학상과 2019년 맨부커 국제상 최종심에도 오른 대표작 『세월』, 글쓰기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을 밝힌 『진정한 장소』, 날 것 그대로의 폭력성을 감추지 않고 드러낸 강렬한 첫 소설 『빈 옷장』에 이어, 이번 소설 『남자의 자리』에서 작가는 자신의 아버지의 생애를 다룬다.

아버지의 삶을 회고하며 그의 말과 제스처, 취향, 인생에 영향을 미쳤던 사건들, 자신과 함께 나눴던 한 존재의 모든 객관적인 표적을 사실을 바탕으로 '필요한 단어'만을 사용해 옮겨 적은 이 작품은, '어떤 현대 문학과도 닮지 않은 압도적인 걸작'이라는 평과 함께 1984년 르노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소설은 중등교사자격시험에 합격하고 정확히 두 달 후에 있었던 아버지의 죽음으로부터 시작한다. 비명도 오열도 없이 진행되었던, '고상한 세계'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덤덤하게 흘러가는 장례식과 사망 이후의 형식적이고 통상적인 절차들을 끝내고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 '이 모든 것을 설명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작가에게 찾아온다.

"아버지와 그의 인생에 대해 그리고 사춘기 시절 그와 나 사이에 찾아온 이 거리에 대해 말하고 쓰고 싶었다. 계층 간의 거리나 이름이 없는 특별한 거리에 대해. 마치 이별한 사랑처럼." - 본문 중에서

『남자의 자리』 에는 아니 에르노의 아버지의 삶이 있다. 그는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농가의 일꾼이었던 할아버지의 자식으로 태어나서 공장 노동자로 살다가 같은 노동자였던 어머니를 만나 카페 겸 식료품점을 운영한다. 노동자보단 상인이기를 원했고, 쾌활한 사람이었으나 부부관계는 원만하지 못했다. 미술관 같은 곳은 가본 적이 없고, 사는 데 책이나 음악 같은 것은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며 물질적 필요에 얽매인 삶이다. 이것이 그녀가 기록한 아버지의 삶이며, 한 남자의 자리이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에게 있어서 '교양있는 부르주아의 세상으로 들어갈 때, 그 문턱에 두고 왔던 유산이기도 하다.

작가는 '시처럼 쓴 추억도 환희에 찬 조롱도' 없는 '단조로운 글쓰기' 방식으로 아버지의 생애를 서술한다. 소설의 시작 부분에서 밝힌 ‘물질적 필요에 굴복하는 삶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예술적인 것, 무언가 〈흥미진진한 것〉 혹은 〈감동적인 것〉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그녀의 글쓰기 태도는 특히 인상적이다. 인터뷰집 『진정한 장소』에서 아니 에르노는 아래와 같이 말한 바 있다.

"저는 아버지가 겪은 지배에 - 실제로 - 글에 의한 지배를 더하고 싶지 않았어요. 이 지배에 덧붙이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사회적 참상 묘사주의 - 적대감만을 보여주기, 묘사를 비관적으로 하기 - 와 포퓰리즘 - 경제적인, 문화적인 지배에 속하는 모든 것들을 감추고 지우는, 노동자 신분의 위대함이라는 찬사를 보여주기 - 이죠. 이 양쪽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제가 생각했던 유일한 방법은, 제가 썼던 사실을 바탕으로 하는 "단조로운" 글쓰기였어요. 그렇지만 기사 형식의 글을 말하려는 것은 아니었죠. 어떤 것도 추구하지 않는 확인된 사실의 글쓰기, 가치에 대한 판단을 철저하게 없앤, 현실에 가장 가까운, 정서를 벗겨낸 글쓰기. 그것은 저의 것이었던, 결국 더 이상 저 자신을 분리하지 않게 된 세계의 바람과 한계를 느끼게 만들기 위해, 필요한 단어만으로 아버지의 세계에 뛰어드는 일이었죠. 그렇게 남자의 자리에서는 더 이상 폭력성이 표현되지 않았어요. 말하자면 그것을 감정처럼 "억누른 거죠" - 『진정한 장소』 중에서"

그렇다면 문학적 요소를 뺀 문학의 가치는 무엇일까? "기억 속 불투명한 혹은 어두컴컴한 곳에 불을 밝히는 것, 나는 그것이 작가, 아니 에르노의 문학의 방식이라 생각한다. 그저 보여주는 것, 화자의 감정에 붙잡히지 않도록 칸막이를 없애는 것. 이 모든 것은 불투명한 인생을 밝히기 위함이다. 쓰지 않으면 더는 존재하지 않는 어느 불투명한 삶을 구하기 위함이다. 그러니 이보다 더 완벽한 오마주가 어디 있을까? 그녀의 글은 아버지를 향한, 그녀가 내려놓고 떠났던 세상을 향한 오마주다. 그리고 이 오마주는 예술의 편에 서 있지 않다. 삶이 먼저, 문학은 그다음이다. 삶이 문학이 되기 위해 꾸며야 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 (옮긴이의 말)

소설은 쓰지 않으면 더는 존재하지 않는 어느 불투명한 삶을 구하는 한편, 그 과정에서 벌어진 나와 아버지와의 거리, 계층 간의 거리 역시 드러낸다. 언제나 '두 강 사이를 건너'게 해준 '뱃사공이자, 자신을 멸시하는 세상에 자식이 속해 있다는 사실이 커다란 자부심, 심지어 존재의 이유였던 '한 아버지, 한 남자의 자리'는 다시 한번 개인적 차원을 넘어서 우리 옆의 '자리'를 돌아보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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