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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만식전집 7

채만식전집 7

: 레디 메이드 인생 외

문학전집-01이동
채만식 | 창비 | 1989년 07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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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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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1989년 07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536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36460075
ISBN10 8936460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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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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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는 광화문 네거리의 기념비각(紀念碑閣) 옆에서 발길을 멈추고 망설였다. 어디로 갈까 하는 것이다. 봄 하늘이 맑게 개었다. 햇볕이 살이 올라 포근히 온몸을 싸고 돈다. 덕석 같은 겨울외투를 벗어버리고 말쑥말쑥하게 새로 지은 경쾌한 춘추복의 젊은이들이 봄볕처럼 명랑하게 오고가고 한다. 멋장이로 차린 여자들의 목도리가 나비같이 보드랍게 나부낀다. 그 오동보동한 비단 다리를 바라다보노라니 P는 전에 먹던 치킨 카츠가 생각이 났다.

창을 활활 열어젖힌 전차 속의 봄 사람들을 보니 P도 전차를 잡아타고 교외나 나가고 싶었다. 그러나 크림맛을 못본 지 몇달이 된 낡은 구두, 구기적거린 양복바지, 양편 포이 오뉴월 쇠불알같이 축 처진 양복저고리, 땟국 묻은 와이샤쓰와 배배꼬인 넥타이, 엿장수가 이전어치 주마던 낡은 모자, 이렇게 아래로부터 훑어 올려보며 생각하니 교외의 산보는커녕 얼핏 돌아가서 차라리 이불을 뒤쓰고 드러눕고만 싶었다.

마침 기념비각 앞에 자동차 하나가 머물더니 서양사람 내외가 내린다. 그들은 사내가 설명하고 여자가 듣고 하면서 기념비각을 앞뒤로 구경한다. 여자는 사진까지 찍는다. 대원군이 만일 이 꼴을 본다면……이렇게 생각하매 P는 저절로 미소가 입가에 떠올랐다.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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