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인간이 있는 곳에는 항상 권력이 존재한다. 오직 죽음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소멸되는 권력에 대한 욕망. 어쩌면 권력욕은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는 고유한 속성일지도 모른다. 오랜 세월 동안 국가 권력을 장악하고 승계해왔던 욕망의 세력이 있다. 역사는 그들을 ‘왕’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권력의 상징, 왕은 어떻게 탄생한 것일까? 그리고 어떻게 그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백성을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일까?
왕의 역사, 그 시작으로 먼저 초기 인류의 리더인 ‘빅맨BIG MAN’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빅맨이란 인류 역사상 가장 먼저 시작되었으며, 가장 오래 지속되고, 가장 이상적인 권력을 행사했다고 서양의 진화심리학자들이 주장하는 인류 리더의 원형이다.
원시사회에서의 권력은 사냥, 전쟁, 구성원 간에 갈등 조정 등 공동체의 생존과 번영, 화합을 위해 필요한 도구였고, 빅맨은 이 과정에서 형성된 명성을 통해 정치적 권위를 행사한다. 즉, 이들은 아직 공적 권위가 아니라 개인적 명성과 지혜라는 제한적이고 불안정한 자원으로 소수의 부족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초기 리더의 유형이라 부를 수 있다.
전통적 문명의 형태를 추적해온 제레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는 저서 『어제까지의 세계』에서 인류의 초기 형태인 부족사회는 조직적으로 복잡하고, 인구가 수천 명에 이르는 군장사회chiefdom로 옮겨 간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전의 부족사회가 높은 식량 생산성과 많은 인구 수에 기반을 두었다면, 기원 전 5500년경 등장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군장사회는 그보다 경제구조가 더욱 세분화되면서 관료 및 공적 무력의 체계를 서서히 갖추어 가게 된다. 이렇게 규모가 커져 감에 따라 해당 집단의 정체성과 리더에 대한 충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데올로기와 체계적인 상징 의식이 발전하기 시작한다.
- 2장 '왕과 나‘ (pp. 43~44) 중에서
미국의 정치 1번지 워싱턴 D.C.는 연간 3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이 움직이는 로비의 도시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곳에서 인생의 대부분을 보냈다는 한 남자를 만났다. 그는 힘 있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우리에게 미국의 돈과 권력이 어떻게 만나고 그 만남이 어떻게 발전되는지, 그래서 ‘진짜’ 권력이 어디에 있는 지를 보여 주겠다고 했다.
“여기가 K 스트리트입니다. 미국 로비 산업의 중심인 곳이죠. K 스트리트를 따라 서 있는 건물들에 거의 모든 로비 회사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3만 명의 로비스트들이 워싱턴에 있습니다. 로비 산업은 매년 60억 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엄청난 규모의 산업입니다.”
한때 미국 정치계에서 명성을 날린 거물 로비스트였던 이 남자, 잭 아브라모프는 워싱턴이 국가에 위협이 되는 곳이라고 단언했다. 워싱턴은 미국만이 아니라 세계 여러 곳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결정들이 내려지는 곳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역시나 돈이 있었다.
“1년에 16억 이상의 돈을 썼습니다. 미식축구, 야구, 농구, 하키, 공연 등에요. 미식축구의 경우 72개의 좌석을 예약합니다. 우리는 확보한 좌석으로 스포츠 경기에서 정치인들을 위한 기금 행사를 엽니다. 미국의 국회의원들은 재선되기 위해 많은 돈을 씁니다. 매 선거마다 수십 억 원의 돈을 쓰지요. 그리고 그 돈의 대부분은 제3자로부터 나옵니다.”
먹고 먹히는 치열한 로비의 세계의 한 중심에 있었다는 그의 얼굴에 만감이 교차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가 들려준 과거의 삶은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화려한 것이었다. 그는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 조지 부시George Bush 전 대통령 및 국내외 유력 정치인들과 다양한 인연을 쌓았으며, 권력에 다가가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그는 기업으로부터 엄청난 액수의 정치 자금을 모아 특정 정치인에게 제공했다. 그러면 정치인들은 하나같이 동일한 질문을 남겼다. “그럼 이제 뭘 해 드리면 되죠?” 그것은 질문이면서 동시에 협력의 의사표시이기도 했다. 돈과 권력의 결탁은 그렇게 이루어졌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로비스트에 대한 미국인의 인식은 상당히 부정적이다. 그들의 활동이 미국을 좀먹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상위 1퍼센트의 부자 및 월가Wall Street와 함께 K 스트리트의 로비스트들을 미국을 망친 주범으로 손꼽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로비스트라는 직업을 떠올릴 때면 부패, 비리, 스캔들과 같은 단어가 연상된다는 조사 연구도 있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