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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영화관

: 김윤아 영화평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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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6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145*210*20mm
ISBN13 9791191040388
ISBN10 1191040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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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왈의 비극적 운명은 어느 한 개인의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것으로 확장됩니다. 누구의 의도나 개인의 잘못이 아닌 비극을 그리지만 이 영화를 반전 영화로 해석하는 이들이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겠죠. 나왈의 초극적인 ‘운명애’(amor fati)는 개인의 고통과 전쟁으로 인한 참상과 비극을 초월하여 경건하고 숭고한 신화의 차원으로 격상되는 듯합니다. 인간적 윤리와 도덕을 넘어서는 신성한(sacred) 이야기가 신화라는 점에서 어머니와 결혼한 오이디푸스 왕의 이야기보다 아들과의 사이에서 쌍둥이를 낳았던 여자의 이야기인 [그을린 사랑]은 더욱 신화적인 이야기로 완성되었습니다.
---「너의 운명을 사랑하라」중에서

디즈니의 공주 신화는 [겨울왕국 2]에서 확연하게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엘사는 사실 공주가 아니라 여왕이며, 치렁치렁한 드레스를 벗어던지고 레깅스 같은 바지를 입기 시작하고, 여동생을 소중하게 여기며, 왕자의 키스가 필요하지 않은 여왕으로 디즈니 공주들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그런데 그 변화의 방향은 엘사를 인간 공주나 여왕이기를 넘어서서 비인간계인 정령들을 조정하는 가장 강력한 정령, 즉 여신의 차원으로 끌어올립니다. 이제 신들의 세계 아토할란으로 승천하며 여신이 되는 엘사가 주인공인 서사는 디즈니 명작동화 시리즈에서 디즈니 신화의 수준으로 끌어올려질 것 같습니다.
---「여신으로 등극한 엘사 여왕」중에서

누구나 좀비가 될 수 있다는 공포는 신자유주의의 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심정적인 동질감을 안겨줍니다. 누구보다 빨리 뛰고 움직여 타인을 물어뜯어야 살 수 있지만 그런 삶은 폭력적으로 닥쳐오는 죽음의 평등을 암시할 뿐입니다. 이 냉정한 공포는 좀비 자체가 아니라 자신도 좀비가 될지 모른다는 자각에서 비롯된 게 분명해 보입니다. 호러 영화가 주는 쾌락은 그럼에도 스크린 속의 환란이 나의 것이 아니라는 안도감에서 발생합니다. 그 쾌락은 현실의 팬데믹과 겹쳐짐으로써 더욱 매력적이고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15. 유동하는 좀비 공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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