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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십자가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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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6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264쪽 | 348g | 128*188*15mm
ISBN13 9791198761118
ISBN10 1198761113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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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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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성인이 되려면 고아가 되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고아(孤兒), 외로운 아이. 그래서 온전한 성인들은 저마다 외로운 아이 하나를 가슴 속에 숨겨 두고 있다.
--- p.16 「1장 검은 물음표」중에서

앙투안과 함께 집에 들어서자, 오랫동안 비어 있던 공간에서 곰팡이와 종이 냄새, 테레핀 냄새 중간쯤인 퀴퀴한 냄새가 났다. 덧창을 올리고 창문을 열었다. 햇살이 망막에 닿는 순간 울컥하고 아버지의 부재가 허기와 뒤섞였다. 주인의 영원한 부재는 공간을 낯설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늘 드나들던 곳인데 처음 온 장소처럼 느껴졌다. 눈물이 나지는 않았지만 슬픔과 배고픔은 배다른 형제 같은 사이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슬픔을 배고픔으로 착각하고 자꾸 먹어 대는 것일지도 모른다.
--- p.19 「1장 검은 물음표」중에서

묘지의 정문 쇠창살 너머로 하얀 십자가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얼핏 보아도 수천 기에 가까운 무덤들이 줄지어 있었다. 일차 대전에서 전사한 프랑스 병사들의 묘지였다. 쉬이프는 산 사람보다 죽은 사람의 숫자가 더 많은 곳이었다. 먹구름이 몰려와 점점 잿빛으로 변하고 있는 하늘과 대조적으로, 십자가는 더욱 하얗게 빛났고, 얼핏 하얀 나무처럼 보였다. 하얀 십자가가 숲을 이루고 있었다. 현우는 문득 그 공간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 p.42 「2장 쉬이프로 가는 길」중에서

전쟁의 화마가 휩쓸고 지나간 이 벌판에는, 온통 잿빛으로 척박해진 땅보다는 하늘의 표정이 더욱 변화무쌍했는데, 낮은 먹구름이 드리운 날보다 구름 한 점 없이 화창한 날에 땅은 더 슬퍼 보였다. 나무란 나무는 깡그리 불타고 검게 그을린 밑동만 남아서, 땅의 모습은 타다만 촛대가 꽂힌 채 말라버린 잿빛 케이크 같았기 때문이다. 그 하늘 아래로는 피비린내와 화약 냄새에 휩싸인 채 흔적도 없이 사라져, 그곳을 아는 이들의 기억 속에만 시간이 갈수록 더욱 선명해지는 마을들도 다섯 개나 있었다. 타위르. 메닐 레 위를뤼. 페르트 레 위를뤼. 리퐁. 위를뤼.
--- p.49 「3장 적색 지대」중에서

안변역에서 원산의 갈마역을 향해 갈 때, 단옥은 광주리를 거의 질질 끌다시피 하며 걸었다. 이젠 도저히 인가가 있는 마을로는 갈 수가 없었다. 단옥은 사람의 기척을 피해 야행하는 들짐승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경성을 떠날 때 단단하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고무신은 다 찢어져 너덜거리고, 지독한 시취(屍臭_를 풍기는 광주리를 끌고 가는, 그 악취와 한 몸이 된 굶주린 거지가 되어 있었다. 눈에는 초점이 없어지고, 맑지 않은 의식 속으로 도피안사 스님이 불러 주던 회심곡 한 구절이 저 혼자 흘러갔다.
---p.77 「4장 단옥 이야기」중에서

궁궐, 신전, 깊은 숲속의 거대 버섯 사이 어디쯤 있는 이 집은, 말하자면, 마치 생명이 있는 영물처럼 넬리와 해용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든 것이다. 기둥과 기둥 사이로 해의 각도에 따라 빛을 반사하고 있는 수많은 유리창은 백 개의 눈을 가진 괴물의 눈처럼 보였고, 그때까지도 사람의 기척은 없었지만, 그 집으로 들어가는 작은 문 하나가 눈에 띄었기에 두 사람은 괴물에게 잡아먹히듯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갔다.
--- p.86 「5장 하인 수업」중에서

그중에서 ‘WHANGPOO Shanghai'라고 쓴 연락선이 보였다. 에르메스호가 정박 중인 황푸강 어귀까지 승객들을 태우고 갈 중형 선박이었다. 이미 승선 절차를 마친 이들이 나무다리를 건너 배에 오르고 있었다. 해용도 짐을 들고 서둘러 한국인 일행에게 합류했다. 모두 중국 여권을 지니고 있었다. 여권의 영문 이름 표기는, 각자의 한자 이름을 중국식 발음으로 옮겨 적었다. 줄을 지어 배에 오르려는데 누군가 뒤에서 등을 툭툭 치는 것이 느껴졌다.
--- p.129 「6장 떠나는 길, 돌아가는 길」중에서

왕의 수결이 비밀번호라니 처음엔 난감했다. 무슨 거치대에다 장검을 걸어 놓은 것처럼 보이는, 그림에 가까운 수결이었다. 거기에 일련의 숫자가 숨어 있지 않을까 해서 이리저리 살펴보기도 하고, 눈을 가늘게 뜨고 멀리 놓고 보기도 했다. 수결에 대한 연구가 필요했다. 조선에서 이역만리 떨어진 프랑스 땅에서 어딜 가야 조선 왕실의 수결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을지 막막했다.
--- p.189 「10장 은인들의 관계」중에서

그때 이후, 카메라는 마리즈 신체의 일부라도 된 것처럼 곁을 떠나지 않았다. 프레임을 통해 세상을 보았고, 순간과 순간들을 사냥해 나갔다. 스러지는 순간들, 그와 동시에 생성되는 순간들의 흔적을 수집하는 행위는, 시간의 탄생과 장례를 동시에 치르는 행위는, 마리즈에게 안도감을 주었다. 그는 부모에게서 불안과 위선을 상속받았다.
--- p.209 「11장 덕이 이야기」중에서

현우에게 글쓰기란, 발밑으로 깎아지른 낭떠러지 협곡 아래 거친 물살이 흐르는 가운데, 이쪽 낭떠러지에서 저쪽 낭떠러지로 건너가는 아치 형태의 다리를 만드는 것이었다.
--- p.215 「11장 덕이 이야기」중에서

대체 나의 조국은 무엇인가? 그 실체는 무엇인가? 조선인가? 대한 제국인가? 임시 정부인가? 분단된 한반도, 남한 혹은 북한인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면, 똑같이 독재자가 통치하고 있는 둘 중 어느 쪽인가? 자문은 언제나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 p.233 「12장 정의와 음모」중에서

며칠 후, 해용은 린치를 당해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동베를린의 어느 인적 없는 거리에 버려졌다. 지나가던 순찰차가 그를 발견해 병원으로 우송했고, 강도 사건으로 처리했다. 해용이 경찰관에게 강도를 당했다고 했던 것이다. 40년 전 쉬이프에서처럼.
--- p.234 「12장 정의와 음모」중에서

해용은 이제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할 말을 다 한 것인지 아니면 아직 말로는 만들어지지 못하는 것들이 형체를 찾기 위해 유령처럼 맴돌고 있었는지, 그게 아니라면, 영원히 사라지기 위해 머뭇거리는 중인지도 몰랐다. 이 머뭇거림조차 어느 날에는 사라지고 없을 것이다. 오랫동안 입 밖에 내지 않았던 모국어가 주변의 소음과 함께 녹음된 것을 확인했을 때, 해용은 더 바랄 것이 없었다. 큰 짐을 내려놓은 것 같기도, 비로소 그 무엇으로부터 풀려난 것 같기도 했다.
--- p.256 「14장 건너가는 사람」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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