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 이야기의 저자는 우리에게 어떤 경우라도, 어떤 어려움을 당하더라도 하느님을 굳건히 믿으면서 끈질기게 희망을 지니라고 강력히 권고한다. 하느님께서는 무에서 세상을 창조하신 능력의 주님이시기에, 결코 불가능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하느님을 창조주로 고백하는 신앙인이라면 어떤 경우나 상황에서도 전능하신 하느님에 대한 믿음에서 희망을 길어 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은 물론 인간도 좋게 창조하셨다. 따라서 신앙인은 인간에 대해서 긍정적인 시각을 지닐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며느리가 미우면 발뒤축이 달걀 같다고 나무란다.”라는 속담처럼 한 번 미운 마음이 들면 그 사람이 하는 말과 행동 등 모든 것이 밉게 보인다. 내가 보기 싫어하고 만나기를 꺼리는 그 사람도 하느님의 극진한 사랑으로 좋게 창조되었다. 그래서 그 사람을 자세히 살펴보면 좋은 구석이 한 군데 정도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비록 지금은 잘못과 허물 때문에 더러워졌다고 해도 하느님의 은총으로 그 더러움을 털어 내고 선한 마음을 회복하여 덕을 쌓아 훌륭한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밉고 싫은 마음이 조금 누그러지지 않을까?
--- 「1장 창조주 하느님, 희망의 근거」 중에서
아우구스티노는 나중에 자신의 삶을 회고하면서 기록한 《고백록》에서 “내 영혼이 당신 안에 쉬기까지는 평안함이 없나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온갖 방황을 겪은 끝에, 인간은 오직 하느님 안에서만 평안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체험으로 깨닫고, 인간은 하느님과 함께할 때 비로소 사람답게 살 수 있다고 고백한 것이다. 갈빗대 일화는 남자와 여자는 모두 똑같은 품위를 지니고 서로 동등한 관계라는 점을 암시한다. 유다교의 한 주석가는 이렇게 설명한다.“하느님께서는 여자를 남자의 머리에서 창조하지 않으셨다. 여자가 남자를 지배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남자의 발끝에서 여자를 창조하지도 않으셨다. 여자가 남자의 종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때문에 하느님께서는 여자를 남자의 심장 곁에 있는 옆구리에서 창조하셨다.” 이렇게 볼 때 하와가 인체의 중심 부분인 갈빗대에서
--- 「2장 하느님, 인간의 근원」 중에서
죄로 인해서 하느님과의 일치가 깨지고, 인간과 인간 사이의 친교, 그리고 인간과 자연과의 조화가 깨지게 되었고, 그럼으로써 신뢰와 평안은 사라지고 불안과 두려움이 점점 커진다. 사람은 불안하고 두려울수록 신경질적이고 공격적으로 변한다. 서로 화합하고 일치를 이루어서 기쁨과 행복이 가득해야 할 인간의 삶이 일그러지고 망가져 버린 것이다. 망가진 삶은 생명보다는 죽음에 더 가깝다. 이런 의미에서 선악과를 따 먹는 날 반드시 죽으리라고 하셨던 하느님의 말씀은 이미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하느님께서는 질투에 사로잡혀 동생을 죽인 카인의 호소를 들으시고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다. “아니다. 카인을 죽이는 자는 누구나 일곱 곱절로 앙갚음을 받을 것이다.”(4,15) 하느님께서는 동생을 죽인 죄인 카인에게도 당신의 자비를 거두지 않으신다. ‘하느님께서 죄인에게 너무 관대하신 것이 아닌가? 죄인에게 자비를 베풀면 또 죄를 범할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하느님의 길은 인간의 길과는 다르고, 그분은 마음은 우리 마음보다 훨씬 더 크다.
--- 「3장 자비의 하느님, 죄인의 희망」 중에서
히브리인들에게 보낸 서간의 저자는, 믿음의 선조들은 자기들이 “이 세상에서 이방인이며 나그네”일 따름이라고 고백하면서 “하늘 본향”을 갈망하고 있었다고 말한다(히브11,13.16). 신앙인은 자신이 “하늘의 시민”(필리 3,20)임을 알고 하늘 본향을 향해 길을 떠나는 나그네다. 그는 이 세상에서 영구히 머물 곳을 얻지는 못하지만, 고정 관념과 편견을 넘어서는 자유로움 그리고 세상의 성공과 실패에 연연하지 않을 수 있는 여유로움을 얻을 수 있다. 성경이 하느님께 선택받은 이들이 무너지고 깨어진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아브라함은 그 굳건한 믿음으로 신앙인들에게 좋은 모범이 되지만, 다른 한편 보통 사람들과 크게 다를 바 없이 잘못을 저지름으로써 위로와 격려가 되기도 한다. ‘자네의 잘못에 대하여 너무 상심하지 말게나. 사실 나도 큰 잘못을 저지른 적이 있어. 그래도 하느님께서는 나를 내치거나 버리지 않으셨네. 오히려 내가 저지른 잘못을 통해서 나를 가르쳐 주시고 키워 주셨네. 자네의 잘못과 허물만 쳐다보지 말고 눈을 돌려 하느님을 바라보게. 그분은 우리 마음보다 크신 분(1요한 3,20)이고, 죄가 많은 곳일수록 은총도 풍성하게 내려 주시는 분(로마 5,20)임을 기억하게.’
--- 「4장 아브라함,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희망의 등불」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