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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누워 있고 일어날 생각을 안 한다

[ 양장 ] 민음의 시-322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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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희곡 top100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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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6월 14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84쪽 | 352g | 124*210*15mm
ISBN13 9788937409424
ISBN10 8937409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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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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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중간이라도 가려면 가만히 있어야 하고
가만히 있기엔 누워 있는 것이 제격이니까
다른 걸 하려면 할 수도 있는데
안 하는 거다

왜? 누워 있으려고
--- 「눕기의 왕」중에서

그렇게 토끼는 죽은 듯이 잠이 들었고
거북이는 결승선을 통과했습니다

이때부터 토끼의 비극이 시작된 겁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사실은 누구도
토끼를 깨워 주지 않았다는 것
--- 「토끼잠」중에서

당신이 탄 버스가 부산행이라는 믿음만이
당신을 부산으로 데려다줍니다

행복엔 잘잘못이 없고 계속하면 됩니다
--- 「꿈속에서도 시인입니다만 2」중에서

언어는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칩니다

오해와 다툼과 싸움이
같은 뜻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말에도 창문이 있고 먼지가 쌓인다는 것을 모른다

실어증을 앓는 사람은 쓰레기를 버리려다
쓰레기통까지 버린 사람이다
--- 「정리하지 않은 게 정리」중에서

오후에는 우산을 챙기라고
오늘은 야외 활동을 자제하라고
기상청은 날씨를 돌려 말하지만
무엇이든 끝내고 싶을 땐 끝! 이라고 해야 한다
끝은 돌려 말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 「뺑뺑이 맑음」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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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을 절반쯤 읽었을까. 나는 내가 속고 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나는 임지은 시인이 사물에서 신기한 규칙들을 찾아낸 줄 알았다. 세계에 마법을 걸고 있는 줄 알았다. 난 내가 이상한 세계를 마주하고 있는 줄 알았다. 근데 아니었다. 임지은 시인은 이상한 얘기의 달인이 아니라 당연한 얘기의 천재였다. 임지은은 숨 쉬듯이 당연한 얘기만 한다. 너무 당연해서 내가 잠깐, 어제, 그제, 몇 달 전에…… 그게 그렇게 당연하다는 사실을 까먹었을 뿐이었다. 언제 까먹었는지는 모르는, 어쩌면 한 번도 알았던 적이 없는 것만 같은 당연한 얘기들. 임지은의 당연한 얘기는 물음표가 달리지 않은 질문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시집엔 당연하지 않은 얘기들도 있어. 최대한 사물을 긍정할 때. 무생물이 나를 딸, 이라고 불러도 특별한 일이 아닐 때. 세 번째 시집은 시집이 되고, 우리는 임지은을 세 번째 시집을 가진 시인이라고 부를 수 있다. 정말 당연하지. 이름이 있다는 게. 이름이 없어도 이름을 부를 수 있다는 게. 너무 당연해서 위로받는, 무서운, 시집, 시집, 시집.
- 김승일 (시인)
당연한 말처럼 보이지만 어쩐지 당연해서 좋은 시의 세계. 티셔츠에는 “머리부터 집어넣는 티셔츠의 세계”가 있고, 빨대에는 “몸통이 구멍인 빨대의 세계”가 있다(「사물들」). ‘좋아하기 때문에 좋아하는 마음’도 덩달아 허락받는다, 이 시집은 우리에게 아름다운 자유행 티켓을 손에 쥐여 주며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행복엔 잘잘못이 없고 계속하면 됩니다”(꿈속에서도 시인입니다만 2」).
- 최선교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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