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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장 ]
강진아 | 북다 | 2024년 06월 28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7 리뷰 26건 | 판매지수 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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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6월 28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64쪽 | 288g | 118*188*14mm
ISBN13 9791170611509
ISBN10 1170611508

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교무실을 나서는 변민희와 눈이 마주쳤을 때, 나는 평소처럼 시선을 돌리려고 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변민희의 얼굴 근육이 움직이기 시작했으니까. 치켜 올라간 두 눈이 가늘어지더니 잇몸이 보일 정도로 입술이 활짝 펼쳐졌다. 그러자 순식간에 개구진 느낌의 미소가 드러났다. 심드렁하면서도 대드는 듯하던 조금 전 분위기는 찾을 수가 없었다. 온몸의 잔털이 쭈뼛 서는 게 느껴졌다.
--- p.8

두려움의 이유는 엄마의 안광 때문이 아니었다. 내 몸을 움켜잡은 엄마의 손. 정확하게는 그 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한기 때문이었다. (……) 몸에 닿으면 소스라칠 정도로. 그 선명한 감각과 함께 나는 매번 새롭게 깨달았다. 엄마가 나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는지를. 나는 엄마에게 듣고 또 들어서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게 여자 혼자 애를 키우는 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 p.11

국사 담당인 한정철은 곽부성을 닮았다는 이유로 선배들 사이에서 곽부성으로 불리는 모양이었다. 키가 크다는 건 달랐지만 반듯한 콧대와 가느다란 입술, 커다란 눈망울은 내 눈에도 비슷해 보였다. 홍콩 사대천왕 사진을 모아서 책받침으로 만드는 게 한창 유행이던 시기, 학교 앞 코팅 가게에서 딱 하루 곽부성이 아닌 한정철이 포함된 사대천왕 책받침을 판 적이 있다. 이후 그 책받침은 희소하다는 이유로 몇 배나 비싼 가격에 학생들 사이에서 거래되었다.
--- p.15

금요일에도 변민희는 나타나지 않았다. 아이들은 쉬는 시간뿐만이 아니라 수업 시간에도 쪽지를 돌리며 웅성거렸다. 흥분과 두려움이 뒤섞인 이상한 열기가 교실을 가득 채웠다. 최리사는 변민희가 한정철과 함께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뿌려댔고 아이들은 여기저기로 말을 전하며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고 있었다.
“변민희랑 한정철 진짜 사귀는 거야?”
--- pp.32~33

엄마와 나 사이에는 몇 가지 룰이 있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질문 금지. 엄마가 싫어하는 것에 대해 질문하지 않기. 이 룰을 지키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질문을 참기 어려워서가 아니다. 그건 차라리 쉽다. 엄마가 싫어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그러니까 엄마의 마음을 알아채기가 의외로 어렵다. 엄마는 제대로 말해주는 사람이 아니니까.
--- p.40

“양심을 좀 지키고 살아. 후회하기 전에.”
그 말을 듣자 엄마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아주 군자가 납셨어.”
분명 떠올리기만 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뭔가가 번쩍하고 날아왔고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몇 초가 지나고 나서야 내가 그 말을 내뱉어서 한정철이 뺨을 때렸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나는 고개가 돌아간 채로 동공만 굴려 한정철을 노려보았다.
--- p.78

일시 정지. 잠깐의 호흡 후에 뒤로 감기. 이번에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특유의 쇳소리가 섞인 변민희의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너 나한테 잘못했지? 사과해. 많이 늦었지만 니가 사과하면 받아줄게. 같은 반인데 계속 이렇게 지낼 수는 없잖아, 알았지? 그러니까 사과해.
귀를 찌르는 치치직 소리 후 노래가 흘러나왔다. 뒤로 감기 후에 플레이.
--- pp.163~164

금영산을 내려오며 조금 전에 태워 없애버린 것들을 떠올려보았다. (……) 전단지와 명함. 그리고 뭔가가 더 있었는데, 뭐였지? 기억나지 않는 중요한 무엇이 시뻘건 불길 속에서 탔다. 그게 뭐였지? 분명 내 일부였는데 무엇이었는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 pp.216~217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흥미로운 소재만큼이나 그것을 구현하는 캐릭터의 매력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 서미애 (소설가)
엄마와 딸 관계라는 전형적인 주제의 밑그림을 단번에 입체적으로 끌어 올리는 이야기의 힘이 압도적이다.
- 주원규 (소설가, 목사)
레트로 감성을 자극하는 작품으로, 엄마와 딸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기존의 미스터리 문법에 신선함을 더했다.
- 배상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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