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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의 속도

전혜지 | OTD | 2024년 07월 0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8 리뷰 10건 | 판매지수 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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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7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208쪽 | 202g | 112*182*15mm
ISBN13 9791198791313
ISBN10 119879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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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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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를 그만두긴 했지만, 내 몸을 더 사랑하게 됐다거나 일명 바디 포지티브가 된 건 아니었다. 뚱뚱한 몸으로 사는 건 여전히 불편하고 날씬했던 때가 그립기도 하고 작고 예쁜 옷이 탐이 나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내 바람이지, ‘국가가 나서서 걱정할 일’은 아니었다.
--- p.43

나는 점심시간 끄트머리에 시위대에 합류했다. 마침 프린터기에 가져가지 않은 출력물이 남아 있었다. 폰트는 헤드라인에 색은 빨갛게, 크기는 72포인트 정도로 ‘원장 독재 타도’가 적힌 출력물이었다. ‘다른’사람의 일이 아니었다. ‘조심’하셔도 말려들 수밖에 없었다. 노동이란 그런 거니까. 언제 어디서 누구든지 고단한 거니까.
--- p.78

두 개의 칫솔이 무슨 의미이기에 그가 이렇게 화가 났는지, 칫솔을 바꾸고 헌 칫솔을 버리지 못했을 뿐일지도 모르고 그녀의 엄마가 오랜만에 딸의 집에 찾아와 이틀을 머물며 새 칫솔을 꺼내 놓고는 미처 챙기지 못하고 떠났을지도 모르지만, 사귀는 남자가 부정기적으로 하룻밤을 보내게 되어서 작정하고 칫솔을 마련해 뒀을지라도 그가 화를 내는 건 그녀로서는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 p.99

전부 칠만 이천 달러 때문이다. 칠만 이천 달러 때문에 주차 하나에도 그녀(년)를 떠올리는 것 같다. 무방비 상태로 옛 기억들이 끼어드니까 감당이 안 된다. 애틋한 기억들이 애틋해서 짜증이 났다. 아무래도 이 칠만 이천 달러를 없애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돈을 써버리는 희열과 쾌감으로, 그녀(년)에게 한 방 먹이는 기분으로 나를 공격해 오는 기억을 지워야겠다고 생각했다.
--- p.125

캐서린에게 너를 보고 흔히 말하는 인생의 속도라는 게 빠르기 뿐만 아니라 방향 역시 지니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되려 캐서린은 내 속도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네가 석사 끝나자마자 결혼을 한다고 했을 땐 미련하다고 생각했어.”
--- p.164

우리는 앞으로도 각자 자기만의 속도로 어딘가에서 어느 곳을 향해 열심히 달릴 테다. 그러다 보면 오늘처럼 또 마주치겠지. 그러면 다시 안심하겠지. 나는 순천역에 멈춰 선 기차에서 내리며 하나에게 캐서린을 만난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p.166

그때 녹화장 전체에 그들의 노래 [November Love]가 울려 퍼졌다. 누구의 노래인지 알아차린 사람들이 버저를 누르는 소리가 하나, 둘씩 들리기 시작했다.
“노벰버 럽 / 찰나 같지만 가장 진한 그때 / 그녀는 사라졌지만 / 노벰버 럽 / 붉은 나뭇잎 아쉬워 말아 / 사라지는 나뭇잎만큼 푸른 하늘 보일 테니.”
--- p.195

그런데 그 애는 죽었고, 우리는 해체했어요. 그렇다고 끝은 아니었습니다. 아직 남은 게 많더라고요. 남아 있는 이 친구를 가끔 만나야 했고요, 남아있는 제 노래를 가끔 이렇게 들어줘야 했고요. 다 사라진 건 아니더라고요. 남아 있는 것들이 12월을 맞이하게 하더라고요.
--- p.198

우리 대부분은 과거 어떤 꿈으로 반짝였으나, 지금은 그 꿈에 실패하고 그저 삶에 열심이다. 하지만 과거 꿈을 꾸던 나도 현재 삶에 충실한 나도 모두 ‘나’라는 것, 꿈의 무대가 끝났다고 해서 나의 무대가 끝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전하며 모두가 과거의 나도 유쾌하게 회상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을 창작하였다.
--- 「작가의 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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