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교 연구팀이 평소에 하는 운동과 사망률의 관계를 조사했더니 다음 도표와 같은 결과가 나왔다. 바로 ‘격렬한 운동이 반드시 몸에 이로운 것은 아니다’라는 사실이다. 덧붙여 일본 도호쿠대학교의 조사에 따르면, 근력 운동은 걷기와 마찬가지로 사망률, 심혈관 질환, 암, 당뇨병의 위험을 낮추지만, 근력 운동을 일주일에 130분 이상 과도하게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단, 근력 운동 시간이 길수록 당뇨병의 위험은 낮아진다). 달리기도 ‘근육량 증가, 심폐 기능 강화,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적인 한편, ‘부상, 무릎 통증, 족저근막염’의 위험이 따른다.
격렬한 근력 운동이나 달리기로 피로가 쌓이면 면역력이 떨어지고 감염병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호흡기내과 전문의로서는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여러 가지를 고려하면, 역시 걷기가 가장 좋은 선택이다.
--- p.31
당뇨병은 제1형과 제2형으로 나뉘는데, 그중 흔한 것이 인슐린 분비가 적거나 인슐린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해 일어나는 제2형 당뇨병이다. 이는 유전적 요인에 ‘과식, 운동 부족, 비만’이 겹쳐서 발병한다.
걷기는 당뇨병과 같은 만성 질환에도 효과가 있다. 미국 샌디에이고의 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고령의 여성 약 5,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하루 걸음 수가 2,000보 늘어나면 당뇨병 발병 위험이 12% 낮아졌다. 그뿐 아니라 살짝 땀이 날 정도의 속도로 걸으면 당뇨병 발병 위험이 14%나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뇨병 치료에는 일반적으로 식사 요법과 운동 요법을 병행한다. 일본 준텐도대학교의 조사에 따르면, ‘식사 요법과 운동 요법을 병행한 그룹’에서는 근육에 쌓인 이소성 지방이 19% 감소하고 인슐린 감수성은 57% 증가하는 개선을 보였다. 한편 ‘식사 요법만 시행한 그룹’에서는 근육 내 이소성 지방과 인슐린 감수성 수치에 변화가 없었다. 이 연구는 운동이 당뇨병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 준다. 걷기가 무시무시한 이소성 지방을 없애는 데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논문이기도 하다.
--- p.50
1일 1만 보, 2개월에 60만 보를 걸으면 불안과 우울이 개선된다.
이는 일본 불안장애학회 학술대회에서 보고된 도쿄대학교 대학원의 조사 결과다. 한 기업에서 직원 180명에게 만보기를 나눠 주고 2개월에 60만 보, 즉 1일 1만 보 걷기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캠페인 전후로 ‘불안장애 및 우울증 자가 진단’을 실시했다. 그런데 원래 건강하던 사람뿐 아니라 캠페인 시작 전에 ‘정신적으로 다소 약해졌다’라고 답변한 사람도 걷기로 불안이나 우울 증상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참가자를 ‘목표보다 적게 걸은 사람(1일 1만 보 미만)’, ‘목표만큼 걸은 사람(1일 1만~1만 2,000보)’, ‘목표보다 많이 걸은 사람(1일 1만 2,000보 이상)’으로 나누어 살펴보았더니, 남성은 많이 걸을수록 불안과 우울 증상이 개선되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여성에서는 조금 다른 결과가 나왔다. 여성의 경우 목표만큼 걸은 사람(1일 1만~1만 2,000보)은 남성과 마찬가지로 마음 상태가 개선되었지만, 너무 많이 걸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
--- p.66
미국 스탠퍼드대학교는 2014년에 학생 48명을 대상으로 ‘창의성과 뇌’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지금부터 당시에 실시된 네 가지 실험을 소개하겠다.
우선 첫 번째 실험에서는 학생들에게 ‘수학적 사고로 정답을 구하는 과제’와 ‘창의성을 요구하는 과제’를 주고, 각각 ‘흰 벽으로 둘러싸인 방에 가만히 앉아서 답변→실내 러닝머신 위에서 걸으면서 답변’하게 한 뒤 점수를 비교했다(실험 1).
그 결과 ‘창의성을 요구하는 과제’에서는 걸으면서 답변한 경우, 대상자 중 81%가 점수 상승을 보였으며 점수는 평균 60% 올랐다. 한편 정답이 하나인 ‘수학적 사고로 정답을 구하는 과제’에서는 걸으면서 답변한 경우, 대상자 중 23%의 점수가 올랐지만 평균 점수는 앉아서 답변한 경우가 더 높았다.
--- p.104
가벼운 운동이 치매를 예방한다는 연구가 세계 5대 의학 전문지 중 하나인 《란셋》의 자매지에 발표되었다. 스웨덴 스톡홀름의 카롤린스카의과대학교가 중·장년 남녀 1,450명을 약 20년에 걸쳐 조사한 결과, 주 2회 이상 걷기를 비롯한 가벼운 운동을 하는 사람은 치매 발병 위험이 절반으로 감소했다.
정상과 치매의 중간 단계를 경도 안지 장애(MCI)라고 한다. 경도 인지 장애는 다소 염려스러운 점은 있지만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는 애매한 상태라 알아차리기 어려운 질병이다. 하지만 경도 인지 장애 환자의 절반 이상이 5년 이내에 치매로 진행된다고 알려진 만큼 방심해서는 안 된다.
경도 인지 장애 단계에서 멈추겠는가, 치매로 진행되게 내버려 두겠는가? 확률은 반반이지만, 여러 요인이 작용하는 복잡한 문제이므로 어느 쪽으로 기울지 장담하기는 어렵다. 다만, 걷기와 식사로 경도 인지 장애를 개선할 수 있다는 견해를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가 있으므로 소개한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듀크대학교 연구팀은 평균 65세의 경도 인지 장애 환자 160명에게 6개월 동안 각자 운동이나 식사 요법을 실천하게 하고 결과를 비교했다. 참고로 대상자들에게는 ‘앉아 있는 시간이 길다’,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같은 심혈관 질환의 위험 요소가 있다’, ‘치매 진단은 받지 않았지만 경도의 인지 기능 저하를 보인다’와 같은 특징이 있다.
결과는 다음의 도표와 같다. 도표를 살펴보면 유산소 운동을 한 그룹에서는 실행 기능이 개선되었다. 실행 기능이 저하되면 체계적으로 요리하기, 예산 내에서 물건 사기, 세탁 시 검은 옷과 흰옷 구분해서 빨기, 설명서 대로 기기 조작하기와 같은 일을 잘 처리하지 못하며, 이는 가장 많은 치매 유형인 알츠하이머병에서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다.
연구 결과, 특히 유산소 운동과 식사 요법을 병행한 그룹에서 실행 기능 개선의 경향이 두드러졌다. 즉, 경도 인지 장애에는 유산소 운동과 식사 요법이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대사 증후군이 치매 위험을 높인다’라는 보고도 있으므로, 그런 측면에서 치매가 걱정되는 사람도 걷기와 식사 요법을 조합한 대책을 마련하는 편이 좋다.
--- p.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