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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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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7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92쪽 | 630g | 140*210*33mm
ISBN13 9791172173807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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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다 같이 술을 한 잔씩 마셨는데도 들것이 들어오는 장면은 여전히 충격적이었다. 응급 구조사들이 피로연장 안으로 들어가고 5분 정도 지났을까. 안에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지금은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가족들에게 말했을 테지. 그렇게 트레버가 죽었다. 그것도 결혼식 당일에. 자기 장례식을 위한 의복을 이미 다 갖춰 입고 죽은 꼴이라니,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 p.11

그 순간, 현실이 거대한 파도처럼 앨리를 덮쳐왔다. 곧 결혼식이 치러질 것이고, 트레버가 그녀의 인생에 영원히 함께하게 될 것이다. 그러다 어차피 이혼도 할 텐데 뭐, 하고 생각하니 신이 났다. 그렇기는 해도 피오나가 그 끔찍한 자식과 곧 결혼할 것이다. 지금 당장 앨리가 나서지 않는다면.
--- p.41

이에 앨리는 비명과도 같은 소리를 내지르며 닫힌 문을 향해 달려가 주먹으로 문을 두드리며 울부짖었다. 도어체인을 걸자 철컥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묵직한 문고리가 잠겼다. 앨리는 좌절감에 손바닥으로 문을 힘껏 내려쳤다. 그래봤자 활활 타오르는 화를 누그러뜨리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트레버가 다 알고 있었다.
--- p.81

피오나는 만찬장에 있는 사람 절반이 자신들을 쳐다보고 있다는 걸 눈치채고는 눈을 가늘게 뜨며 뒤로 물러났다. 그러고는 씩씩대는 엠마에게서 핸드폰을 가져와 화면에 띄워진 사진을 확인하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놀란 그녀가 고개를 들었을 때 엠마의 두 눈은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과 똑같이 핏발이 돋아 있었다. 엠마의 등 뒤로 두 사람을 향해 뛰어오고 있는 이선이 보였고, 그 뒤로 더치가 이선의 팔을 붙잡고 따라왔다. 비제이는 양손으로 머리를 감싼 채 미동도 없이 자리에 앉아 있었고, 앨리는 떡 벌어진 입을 손으로 가리고 있었다.
--- p.159

그때 앨리에게서 미용실에 이미 도착했다는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엠마는 세 시간 동안 편안하게 있을 수 있도록 운동복을 챙겨입고, 드레스와 하이힐을 손에 들고 방을 나섰다. 그리고 이선은 담배를 들고 발코니로 나갔다. 엠마가 그를 다시 받아주다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하지만 주말 내내 기승을 부리던 바깥 열기가 또다시 그를 덮쳐오는 바람에 얼른 에어컨이 틀어진 방으로 다시 들어왔다. 그러고 나서 암막 커튼을 쳤다. 진짜 재미있는 쇼가 시작되기 전 일단 잠부터 좀 자둬야 했다.
--- p.225

이미 엉망이 되어버린 오늘 밤을 생각하자 더치가 준비한 이 소중한 선물만은 절대로 망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트레버의 아버지와 존 삼촌 것까지 해서 시가 여섯 개를 꺼내 방 안에서 미리 잘랐다. 시가 하나에는 ‘신랑’이라고 적힌 고리가 씌워져 있었는데, 더치가 그 새끼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것 같았다. 트레버만을 위한 특별한 시가라니, 딱 보는 순간 자기 것이라는 걸 알아채겠지. 자기가 제일 특별한 줄로만 아는 놈이니까. 더치의 젖은 재킷을 책상 옆 의자에 걸어두고 짐가방에서 담배 한 갑을 챙겼다. 그리고 방을 나오기 전, 이선이 한 일이 한 가지 더 있었다.
--- p.279

더치는 방금 일어난 모든 일을 눈앞에서 직접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너무 끔찍했고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너무 황홀했다. 이런 생각을 한다니 죄책감이 들었다. 아니, 딱히 그렇지도 않았다.
--- p.302

“물어볼 게 있어.” 이선이 방금 했던 말을 되풀이하더니 바닥에 놓인 유에스비를 집어 공중에 들어 보였다.
“너희들 진짜 솔직하게 트레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헉, 들켰다, 비제이는 생각했다. 지난 다섯 달 동안 애썼던 그의 노력이 전부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 p.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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