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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약은 물속에서 더 환한데

문학동네시인선-217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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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7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40쪽 | 130*224*20mm
ISBN13 9791141606831
ISBN10 1141606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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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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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어내고 떠나가고 다시 돌아가지 않음으로써 만들어지는 세계 그런 말을 하는 동안 귀와 입이 물의 흐름을 따라 조금 더 멀어졌다 아무것도 못 들은 척 물고기가 그 사이를 지나갔다 내게도 그런 집이 생기는 걸까 유언이 짧을수록 아름다운 생이라고 했는데 자꾸 혼잣말이 많아진다 그러니까 오늘은

저녁의 대문 앞에는 몇 년째 조등이 걸려 있었고
끝내 하지 못한 말들이 물고기떼처럼 골목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 「나는 물에 잠겨 있다」 중에서

말이 없는 세계였는데 어떤 식물은 멜로디처럼 흔들렸다. 누구도 돌봐주지 않았고 누구도 살아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지만 살아 있는 것 같았다. 한번 지나간 것들은 늦게라도 되돌아왔지만 무심한 얼굴로 다시 지나가곤 했다. 아니라고 말하는 거 이제 지겨워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희미하게 버드나무 가지가 물속으로 내려온다.
아팠던 날들은 아직도 아프다.

버드나무 아래 벗어두고 온 신발은 아직 거기 있을까?
--- 「아름다운 버드나무 가지는 물에 잠겼네」 중에서

버드나무에 바람이 불면 물속과 물 밖이 마주보며 함께 흔들렸다. 오래전 연인처럼 반짝였고 세상에는 오직 그 모습만 있는 것 같았다. 세계의 끝은 아닐까 생각하다가 따스하고 무료해서 마치 내가 살아 있는 것 같았다. 몇몇 사람들이 찾아와서 물가에 오래 서 있었다. 알 것 같은 사람이 있었고, 처음 보는 사람이 있었다. 그들은 아주 멀리 바다를 지나가는 배처럼 깜박이며 알 수 없는 이국의 말로 이야기했다. 내가 물속에 있다는 걸 모르는 것 같았다. 나는 여전히 버드나무 아래에서 버드나무 잎사귀에 부서지는 햇살을 보고 있다. 눈부셨다. 눈부신 이것이 아름다운 것일까 생각했다. 한 번도 눈부신 적 없는 생이 자꾸 어딘가로 가려 했을 때 나는 햇살을 보고 아팠고, 바람을 보고 슬펐다.
--- 「버드나무는 잠을 자고」 중에서

바깥을 향해서 손 흔들지 마 우린 이미 바깥이야 그리고 이 바깥에 안이란 없어 서로에게 스밀 어떤 자리도 없도록 해야지 그걸 사랑이라고 부른다면 그럴지도 몰라 용서할 수 있으니까 맨살을 만지고 입술에 입술을 대고 건조한 노래를 부를 수 있다면 그래서 끝내 닿지 않으려 한다면 그렇다면 말이야 우린 서로의 망명지가 될 수 있을지도 몰라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독립시켜야지 당신은 당신을 만지고 나는 나를 만지고 애초 없는 것을 향해 달려간다면 그렇다면 말이야 우린 그렇게 마주보게 될지도 몰라 그러니 밤이 온다 보이지 않는 몸이 꽉 차서 우리는 사랑해라고 말할 수 있다
--- 「망자들」 중에서

화단은 시끄럽습니다 서로 모르는 식물끼리 같이 아침을 먹고 점심을 먹고 놀다가 각자의 집으로 돌아갑니다 내일은 좀더 친해져서 함께 밥을 먹지 않을 테지요 욕하고 때리다가 엎드려 울고 나면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겠지요 돌아오지 않은 아이들은 반성과 번성 사이에서 잠이 들고 꽃 같은 건 되고 싶어하지 않을 겁니다 건설적으로 죽고 싶어한다는 걸 믿어도 되나요 날마다 처음 보는 우리만 남아 오늘의 높이에 대해 말합니다 얼마나 더 기울어져야 똑바로 설 수 있나요 그러는 사이 누군가가 벽돌을 쌓고 있습니다 차곡차곡 아름다운 높이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언젠가 이국의 세계를 걷게 될 것입니다 당신의 왼손과 나의 오른손이 겹쳐지는 이유 같습니다
--- 「건설적인 생활」 중에서

그래서 우리는 조금씩 멀어졌다 멀어짐의 이유라는 건 애초 없는 것 우린 여전히 서로의 가슴팍으로 날아가 꽂히는 첫번째 심장처럼 공을 주고받는다 멀어진다는 것은 나아간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온 힘과 간절함만 남는다는 것 우리는 어제보다 오늘 더 멀어지고 날마다 서로의 가슴팍을 향해서 더 멀어진다 우리가 던진 공은 가끔 우리의 사이에서 길을 잃고 떨어지거나 우리의 등뒤 어둠 속으로 던져지기도 했다 그래도 우리는 계속 멀어진다 그리고 더는 멀어질 수 없는 거리에서 우리는 캐치볼은 끝난다
--- 「여름밤의 캐치볼」 중에서

너는 오는 게 아니라 생겨나는 거니까 돌아갈 수 없다는 건 잘 살았다는 말 이 집엔 그런 것들이 살고 있다 이런 거짓말을 하고 싶은데 이제 다시 여름은 오지 않겠지 가버린 것들은 다시 오지 않아야 한다 거기서 누군가는 또 길을 잃을 것이고 어긋나려고 아름다워지겠지 나는 여전히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다
--- 「이제 그만 집에 가자라는 말」 중에서

내일은 내일로 가라고 말해주고 우리는 내일로 가지 않기로 약속을 하고 한번 더 넘어져요 파도처럼 마지막처럼
--- 「우리는 여수에서 하루를 살고」 중에서

밤이 되면 해변에 가려고 했다 그건 아름다운 일이기 때문에 잘못하면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뻔했다 우리는 우리가 아닌 채로 나란히 걸었다 동의하지 않는 걸음으로 아플 때까지 걸었다 우리는 나란히 눈동자를 볼 수 없었다 그러므로 당신은 나였고, 나는 당신일 것이 분명했다 멀어지자 멀어질 만큼 멀어지면 우리는 식물처럼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몰라 우리는 어딘가에 도착하지 말아야 한다 서로가 건넨 손은 등뒤에서 빗나갔다
(…)
약속한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는데 여수고등학교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우리는 밤이 되면 해변에 가려고 한다 저 언덕만 넘으면 해변이 보이거나 끝내 서로를 이해하지 않아도 되는 날씨를 만날 수도 있을 테니
--- 「여수고등학교 가는 길」 중에서

내게 없는 손을 주세요
오늘은 손을 잡고 연두의 세계를 공부하겠습니다
없는 것들에 대해
애초라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없는 것들은 자랍니다
없는 것들만 자랍니다
그런 밤이 있습니다
그런 밤만 가득합니다
그런 밤의 이마들을 자주 바라봅니다
쓰다듬어줍니다
만져지지 않는데
이렇게 가득해서
없는 것들로 풍요로워집니다
내겐 이런 게 다입니다
그게 가끔 살아 있는 이유가 된다거나
나 없이 연두로 가득한 세계를 천국이라 믿는 이유입니다
--- 「더피, 나의 고사리들」 중에서

병든 것들 옆에 나란히 누워보세요
사는 거같이 살아보는 게 소원이었으니
아무도 모르게 죽은 몸을 배웅합니다
배회합니다
내가 참여할 수 없는 동화입니다

생각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생각으로부터 더 멀리 물러나세요
--- 「화단에 손톱을 심어요」 중에서

머리카락 사이에 손가락을 넣으면 모든 죄가 선명해졌다 비밀은 모두가 바라보는 그 자리에 있는 법이니까 여름이 끝나기 전에 말해줘 그게 여름만 기다린 사람에게 할 말이니 올리브나무 뒤로 올리브나무 종일 그 옆에서 무슨 주술처럼 비명처럼 나뭇잎들을 세어본다 올리브나무와 올리브나무 사이를 만져본다 그 사이로 무엇이 만져진다는 건 정말로 길을 잃었다는 말 이젠 어떤 추방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어 올리브나무 아래 물고기들이 왜 그렇게 부드럽게 헤엄을 치는지 세상 모든 것들이 그렇게 따뜻하게 보일 때가 있다는 것을
--- 「올리브나무는 나의 뒤에서 오래 울어주었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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