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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캐드펠 수사 시리즈-01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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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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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4년 08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424g | 138*198*18mm
ISBN13 9791164052554

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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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저기 정원에서 일하는 수사 보이나? 뱃사람들처럼 발을 끌고 다니는 저 땅딸막한 사람 말일세. 저 사람이 글쎄, 젊었을 때 십자군이었다는구먼. 사라센인들이 안티오크를 점령했을 때 고드프루아랑 같이 출정했었대. 예루살렘 왕이 성지의 해안 전역을 통치할 무렵에는 선장으로 바다에 나가서 10년 동안이나 해적선들을 격파했고! 정말 믿기지 않는 일 아닌가?”
--- pp.12-13

“수도원장님, 위대하고 고귀한 능력을 지닌 수호성인을 찾기 위한 우리들의 경건한 노력이 마침내 계시를 얻은 것 같지 않습니까? 이 친절하신 성녀께서 제롬 형제의 꿈을 통해 몸소 우리를 찾아오셔서 우리의 병든 형제를 데려와 치료를 받게 하라 권하신 겁니다. 그렇다면 그분께서 우리를 그다음 단계로도 인도해주시리라고 기대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성녀께서 우리의 기도를 듣고 콜룸바누스 형제의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회복시켜주신다면, 그다음에는 몸소 우리들과 더불어 거하시리라는 희망을 품어도 좋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겸허히 교단의 허락을 받아 그분의 축복받은 유골을 이곳 슈루즈베리로 옮겨 와 그분께 합당한 의식을 갖추어 안치시키는 것이 타당하지 않겠습니까? 성녀의 위대한 영광과 우리 수도원의 영예를 위해서 말입니다!”
--- p.33

이어 그는 복잡한 표정을 하고 있는 이들의 얼굴에서 눈길을 돌려 담장을 바라보았다. 밝은 떡갈나무색 머리칼의 소녀가 다시금 그 곁을 지나던 참이었다. 소녀는 지금 들은 이야기와 휴 신부의 격렬한 어조에 감명을 받은 나머지 계속 걸음을 옮겨야 한다는 사실마저 잊은 채 그곳에 우뚝 멈춰 서서는, 장미 꽃잎 같은 입술을 벌려 미소 지으며 사과처럼 환히 빛나는 얼굴로 과수원 안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존 수사 또한 캐드펠을 바라보는 소녀의 얼굴에 떠오른 것과 똑같은 표정으로 소녀를 바라보았으니, 캐드펠은 두 젊은이를 번갈아 살피며 감흥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소녀는 깜짝 놀라 얼른 매무새를 가다듬고 얼굴을 발갛게 붉히더니 서둘러 시야에서 사라졌다. 존 수사는 소녀가 사라진 뒤에도 한참 동안 벌린 입을 다물줄 몰랐다.
--- p.59

주민들은 리샤르트와 뜻을 같이하고 있었다. 모두의 안에서 억눌려 있던 비분한 감정이 리샤르트의 자신만만한 태도에 불같이 끓어올랐다. 여기저기서 한꺼번에 외침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위니프리드는 귀더린의 성녀이며, 다른 곳에 속하는 분이 아니라는 얘기였다.
--- p.94

“돈을 주다니!” 리샤르트는 끔찍하다는 듯 부르짖었다. 극도의 멸시와 극도의 혐오가 서린 목소리였다. 물론 리샤르트도 돈이 무엇인지 알았고, 그것이 어떻게 쓰이는지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에게 돈이란 그저 관계의 탈선에 불과했다. 웨일스의 농촌 지방에서 화폐가 쓰이는 일은 거의 없다시피 했으며, 화폐를 필요로 하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모든 상품이나 용역의 매매는 물물교환의 형태로 이루어졌다.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것들을 못 가질 정도로 궁핍한 주민이나 거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궁핍한 사람들은 친족들이 도왔으며, 모든 집이 활짝 열려 있었다. 시장을 통해 흘러들어온 화폐란 무의미하고 괴상한 물건에 지나지 않았다. 리샤르트는 경멸스러운 기분을 떨치지 못한 채 잠시 멍하니 앉아 있다가, 곧 이번 경우에는 이 돈이 치명적인 모욕을 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가 그 치욕스러운 물체에서 손을 떼었다. 피가 솟구쳐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르고, 눈의 흰자위까지 벌겋게 충혈된 상태였다.
--- p.101

“제 아버님은 어디 계시죠?” 질문을 던지는 그녀의 눈은 놀라움으로 동그랗게 되었으나 걱정스러운 표정은 아니었다. “여러분과 함께 계시지 않았나요? 제가 아버님을 놓친 건가요? 이곳을 떠나신 지 한 시간이 지났다면 지금쯤은 집에 도착하셨겠네요. 아버님하고 같이 돌아가려고 왔는데.”
로버트 부수도원장은 의아한 눈으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찡그린 콧잔등에 처음으로 불안감이 어른거렸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가? 리샤르트 씨가 이리로 오느라 집을 떠났다고?”
--- p.124

캐드펠은 가시나무 덤불을 헤치고 외침이 들리는 쪽으로 다가갔다. 관목들로 빽빽하게 둘러싸인 타원형의 작은 풀밭이 나타났다. 관목숲 한쪽 끝에 한 사람이 간신히 드나들 정도의 공간이 보였다. 아마 리샤르트도 그곳을 통해 빈터로 들어선 모양이었다. 리샤르트는 풀밭에 누워 있었다. 무성한 풀 위에 오른쪽 엉덩이가 놓이고, 양 어깨는 바닥에 닿아 있었으며, 두 팔은 한껏 펼쳐진 채였다. 무릎을 세워 왼쪽 다리를 오른쪽 다리 위에 걸친 자세였다. 그리고 가슴께에는 깃털이 달린 화살 하나가, 하늘을 향해 도전적으로 뻗쳐 있는 턱수염과 똑같은 각도로 그의 늑골을 꿰뚫고 비죽이 비어져 나와 있었다.
--- pp.128-129

로버트 부수도원장은 승리감과 기쁨에 차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콜룸바누스 수사에게 내리려 했던 가벼운 처벌은 물론이요, 처벌을 내려야겠다는 생각조차 그 순간 완전히 사라졌다. 마침내 원하던 모든 것을 얻은 터였다. 콜룸바누스 수사는 무릎을 꿇은 채로 번득이는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보며 두 손을 모아 감사를 드렸다. 기묘하게도, 이 간절히 바라던 결실을 바로 자신이 가져왔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경건하지 못한 행위를 마음속 깊이 참회한 덕분에 이와 같은 훌륭한 보상을 얻게 되었다고 말이다. 한편 제롬 수사는 부수도원장과 휴 신부에게 깊은 인상을 주려는 생각에 두 손을 맞잡은 채 하느님과 성인들을 찬양하는 기도를 라틴어로 중얼거렸다.
--- p.179

일행은 고분고분 발을 멈추고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는 부수도원장을 지켜보았다. 그는 마치 발끝으로 길을 찾듯이 무성한 잡초와 들꽃들 사이로 수도복 자락을 끌며 조심스레 걸어 들어갔다. 그러곤 머뭇거리지도 서두르지도 않고 교회의 동쪽 끝에서 일직선이 되는 곳에 자리한 곳, 잡초가 웃자란 작은 흙무더기로 가더니 그 앞에 무릎을 꿇었다.
“위니프리드 성녀께서는 여기 누워 계십니다.” 부수도원장이 말했다.
--- p.183

어둠이 회색빛으로 엷어지는 축복 같은 시간이 다가오는가 싶더니, 사물이 서서히 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제대 앞 작은 창문으로 내다보이는 하늘은 잿빛에서 흰빛으로 바뀌었다가, 다시 맑은 녹색으로, 노란색으로, 이어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구름 한 점 없는 아침이었다. 첫 햇살이 새어 들어와 제대 위에, 유골함 위에, 수의로 휘감긴 시신 위에 떨어지고, 이어 황금의 검처럼 교회를 길게 갈랐다. 그러나 콜룸바누스 수사는 여전히 어둠 속에 뻣뻣하게 누운 채 깊고 규칙적으로 호흡하고 있었다. 흔들어봐도 말을 걸어봐도 그에게는 도무지 닿지 않는 듯했다.
--- p.223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불경스러운 죄악에 대한 두려움, 그의 비참한 처지에 대한 동정, 그리고 엉뚱한 오해에 대한 죄책감으로 생긴 침묵이었다. 진실이 번갯불처럼 머리 위로 떨어져 모두를 압도했다. 리샤르트는 화살을 맞고 죽은 것이 아니었다. 어떤 비겁한 자가 두터운 은폐물 사이에서 뛰어나와 그의 등에 비수를 꽂아 넣었다. 성녀가 한 일이 아니었다. 인간, 한 사악한 인간이 저지른 일이었다.
--- p.251

“수사님들은 곧 떠나실 테니 우리가 문제를 죄다 떠안게 된 셈이죠. 수사님들을 욕하자는 건 아닙니다. 수사님들이야 물론 사명이 있는 곳으로 떠나야죠. 하지만 다들 가시고 나면 우리끼리 리샤르트 씨의 죽음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이 교구 주민들의 절반 정도는 여러분 베네딕토회 사람이 그분을 죽였으리라 생각하고, 나머지 절반은 이 마을에 사는 어떤자가 원한에 못 이겨 살인을 저지른 뒤 여러분께 책임을 떠넘긴 채 시침 뚝 떼고 숨어 있으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오시기 전까지 이곳은 평화로운 마을이었어요. 살인 따위는 상상조차 못 해봤지요.”
--- p.289

교회 안에는 짙고 달콤한 향기가 가득했다. 열린 문으로 아침 바람이 살며시 들어오자 안을 메운 향기가 출렁거렸다. 제대 위에서는 여전히 촛불이 타올랐고, 촛대 사이에는 작은 등잔이 놓여 있었다. 제대 앞 한가운데 놓인 제대가 있었다. 그러나 거기에 무릎을 꿇고 있어야 할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마치 기적의 바람이 산사나무 울타리에서 꽃들을 꺾어 단 한 송이도 흘리지 않고 제대 창문 앞까지 날아와 창 안으로 입김을 훅 불어넣어 흩어놓은 듯, 제대 위에도 관 위에도 눈처럼 하얀 꽃잎들이 흩어져 있었다. 기도대와 그 옆에 놓인 옷 위에도 마찬가지로 꽃잎들이 보였다.
--- pp.320-321

부수도원장의 분노한 얼굴에 푸른 그늘이 드리우고, 섬세한 눈꺼풀 속 눈은 질투에 차 은빛으로 번쩍였다. 그런 보잘것없는 시골에서, 성녀마저 떠나버린 그 한산한 마을에서, 비가 내리다 말고 멈춘다거나 별것 아닌 상처가 제법 낫는 정도의 사소한 이적을 뛰어넘는 기적이 어찌 감히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그 의심스러울 정도로 엄청난 효험의 기적들이 어찌 그 짧은 기간 동안 모두 벌어졌단 말인가. 눈먼 자가 지팡이를 짚고 왔다가 그 지팡이를 내던진 채 돌아가는 일이 어떻게 가능하단 말인가.
--- pp.338-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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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자신 있게 추천하는 역사추리소설. 이 놀라운 이야기에 대해 말할 때 한없이 행복하다……. 엘리스 피터스가 육십대 중반에 이처럼 대단한 시리즈를 시작했다는 것을 떠올리면 마음에 환한 빛이 든다. 먼 길을 다녀와 켜켜이 쌓인 지혜를 품고 유적지를 직접 걸으며 작품을 구상했을 작가를 상상하고 만다. 멋진 일은 언제든 시작될 수 있고, 심혈을 다해 빚은 이야기는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다는 것을 이 보물 같은 작품들을 통해 믿게 되었다.
- 정세랑 (소설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으로 시종일관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
- 워싱턴 포스트
서스펜스와 역사소설이 혼합된 유쾌하고 독창적인 작품.
- 런던 이브닝 스탠더드
이보다 더 매력적이고 인상적인 탐정은 찾기 어려울 것이다.
- 선데이 타임스
캐드펠 수사는 한 세기를 완벽하게 구가한 셜록 홈스에 비견되는 창조물이다.
- LA 타임스 북 리뷰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보다 더 흥미진진한 소설.
- 산케이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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