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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머니의 책

내 어머니의 책

[ 양장, 개정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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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4월 3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322g | 128*188*20mm
ISBN13 9788972756958
ISBN10 8972756954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알베르 코엔(Albert Cohen, 1895~1981)
그리스령 코르푸 섬에서 태어났다. 다섯 살 때 프랑스로 이민을 가 마르세유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스위스 주네브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1921년 시집 『유대인의 말』을 파리에서 출간했고 1930년 자전적 4부작의 첫 작품인 『솔랄』을 발표하여 문명을 떨쳤다. 프랑스가 독일에 함락된 후 드골의 임시정부에 합류해서 런던에서 7년 동안 근무했으며, 1946년 난민 지위에 관한 국제협약을 작성했다. 1947년 주네브로 돌아와서 국제난민기구의 사무총장을 지냈다. 1957년 이스라엘 정부로부터 대사직을 제안받았으나 창작에 전념하기 위해 거절했다. 1952년에 창작 활동을 재개하여, 『솔랄』에서 시작했던 4부작은 이후 『망즈클루』(1938), 『영주의 연인』(1968), 『용감한 형제들』(1970)로 완간되었다. 이 중 코엔의 최고 걸작으로 손꼽히는 『영주의 연인』은 발표되던 해에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대상을 수상했고 〈르몽드〉가 선정한 20세기 책 100권에 선정되었다. 그 밖에 『오 그대, 인간 형제들이여』(1972), 『망각이라는 독약』(1981) 등의 작품이 있다.
역자 : 조광희
서울대 불문과와 동 대학원 졸업. 성심여대와 이화여대에서 불문학 교수를 지냈다. 옮긴 책으로 『인문과학과 철학』『문학비평과 인문과학』『카메라 루시다』『엄마의 마지막 산 K2』『내 어머니의 책』『눈』 『꽃도 십자가도 없는 무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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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여러 번, 보석상들에게 속아서 제값도 못 받고, 내게 돈을 마련해 주려고 아버지 몰래 보석을 팔곤 했는데, 그녀와 나는 엄격한 아버지를 무서워했고, 그래서 우리는 공범이 될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주네브의 보석상 문을 열고 나오는 그녀의 모습, 나를 위하여 마련한 얼마 되지 않는 돈을 보며 거금이라도 되는 듯 만족스러워하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아, 그 보석들은 그녀의 고귀한 가문의 상징이자 근동 지방 귀부인의 영광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렇게나 기뻐하던 내 어머니의 걸음걸이는 그때 이미 고통스러웠고, 이미 죽음의 표적이 되어 가고 있었다.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유달리 열등감이 심했던 가엾은 여인- 나에게 바다 공기를 많이 들이마시고, 한 주일을 위해서 맑은 공기를 저장해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그녀만큼이나 얼간이였고, 그래서 시키는 대로 했다. 다른 손님들은 이 조그만 멍청이가 일부러 입을 크게 벌리고 지중해의 공기를 한껏 들이마시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렇다, 우리는 멍청이들이었지만, 그러나 우리는 서로 사랑했다.

내 그녀는 날마다, 집에 없는 아들의 자리를 식탁에 마련했다. 심지어 내 생일날에는 집에 없는 나의 식사까지 차렸다. 그녀는 주인 없는 접시 위에 가장 맛있는 요리를 놓고, 그 앞에는 내 사진과 꽃을 놓았다. 그녀는 내 생일날의 디저트로 주인 없는 접시 위에 항상 아몬드 케이크의 첫 번째 조각을 얹어 놓았다. 어린 시절 내가 그것을 가장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주인 없는 잔에 항상 사모스 포도주를 따랐다. 그녀는 조용히 남편 곁에서 식사를 했고, 그리고 내 사진을 바라보았다.

내 어머니의 사랑. 이제 다시는, 한밤중에 그녀의 침실 문을 두드리며 잠이 오지 않으니 함께 있어 달라고 말할 수도 없다. 지독히도 철이 엇던 나는 새벽 두 시나 세 시에 그녀의 방문을 두드렸고, 깜짝 놀라며 잠을 깬 그녀는, 자고 있었던 게 아니라고, 내가 잠을 잠을 깨운 게 아니라고 말했다. 그녀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잠옷 차림으로, 졸음 때문에 비틀거리면서도, 정성을 다한 레드풀이나 심지어 아몬드 파이까지 만들어 주려고 했다. 아들을 위해 새벽 세 시에 아몬드 파이를 만드는 것보다 더 자연스러운 일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주네브에 머무는 동안 그녀의 가방에는 항상 여러 가지 과자가 가득 들어 있었는데, 그녀가 ‘목구멍 위문품’이라고 불렀던 이 과자들은 내가 갑자기 먹고 싶어 할 때를 생각해서 몰래 미리 준비해 둔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어느 날 불쑥 친구의 손을 잡듯이 그것을 내 손에 쥐어 주곤 했다. 그럴 때면 그녀는 “내 귀여운 캥거루야”라고 말했다. 그 모든 것이 이다지도 생생한데, 벌써 몇천 시간 전의 일이다.

어머니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은 잃어버린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어린 시절을 원하고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하기 때문에, 나이 들수록 어머니를 더욱 사랑하게 되고, 그것은 어머니가 자신의 어린 시절이기 때문이다. 나는 한때 어린아이였고, 이제는 어린아이가 아니다. 그러나 나는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도 믿을 수도 없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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