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가 말년에 자신의 삶을 축약한 문장을 보면 그의 궤적이 보인다. “사랑했노라. 괴로워했노라. 그리고 배웠노라.” 괴테는 사랑의 사람이었다. 여성에 대한 사랑뿐만 아니라, 삶을 사랑했고, 사람을 사랑했고, 바이마르를 사랑했고, 지식을 발전시키고 이루는 것을 사랑했다. 사랑에는 고통이 뒤따르는 법. 그래서 괴로워했다. 사랑 때문에, 사람 때문에, 지식을 발전시키고 이루어 가는 과정에서 괴로워했다. 그럼에도 괴로움 때문에 삶의 끈을 놓지 않았다. 괴테는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자유도 생명도 날마다 싸운 자만이 누릴 자격이 있다”며 어린아이처럼 마음을 사로잡는 것에 몰두하며 치열한 삶을 살았다. 새벽 5시 30분부터 1시까지 글 쓰는 루틴을 평생 지켰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법”이라며 삶이 다할 때까지 배우고 익혔다.
--- 「들어가며」 중에서
괴테를 숭배할 정도로 존경한 쇼펜하우어는 인생사가 고통인 이유를 살아남고자 하는 인간의 본성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세계의 본질이 ‘삶에의 의지’, ‘살아남고자 하는 의지’라고 말한다. 삶에 대한 애착이 오늘을 살도록 이끈다는 것이다. 쇼펜하우어는 그 의미를 이렇게 말했다. “이 세상의 모든 생물은 생존하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지만, 이 의지가 충분히 만족되지 않기 때문에 삶은 고통스러운 것이다.” 원하는 대로 삶은 펼쳐지지 않는다.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세상살이다. 그래서 삶은 고통이다. 내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삶에의 의지를 품어야 한다. 괴테의 말대로 존재하는 것은 의무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의지대로 세상에 온 것이 아니듯이 이 세상을 떠날 때도 우리의 의지대로 선택할 수 없는 게 인생이다.
어리석게도 인간은 고통 속에 있을 때라야 비로소 자기내면을 직시한다. ‘내가 왜 이런 고통을 당하게 되었지?’, ‘나는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라며 자조 섞인 의문을 던진다. 고통의 이유를 발견하려는 몸부림이다. 이때라도 해답을 찾으면 괜찮다. 그러면 괴테의 말처럼 게으름, 무기력, 메마른 감성을 회복할 수 있으니.
--- 「1장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의무입니다. 비록 그것이 순간적일지라도」 중에서
삶의 고통이 지속되면 두 가지 반응이 나타난다. 첫째는 극복하며 회복하려고 힘쓰는 사람들이며, 둘째는 회피하고 부정하는 부류다. 문제는 부정하고 회피하는 부류다. 이들 중 고통을 잊기 위해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해하거나 알코올, 약물에 의존한다. 슬픔, 분노, 불안, 우울한 감정으로 힘겨운 하루하루를 보내는 이도 있다. 마치 시든 꽃처럼 생기를 잃고 살아간다. 이런 삶을 극복하려면 결코 시시해지지 않을 그 무엇을 찾아야 한다. 괴테는 살아가는 기쁨을 맛보기 위해 끊임없이 다방면에 깊은 관심과 열정을 보였다. 시, 소설, 극작, 여행, 사랑, 식물과 광학, 자연 탐구에 관심을 쏟으며 삶을 풍부하게 만들어 갔다.
괴테 평생의 삶은 인생 목적을 이루기 위한 항해였다. 괴테가 추구한 인생 목적에 대해 자서전 『시와 진실』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의 목표는 오직 나 자신을 한층 더 현명하게 향상시키는 일과 인격을 높이는 일이었다. 또한 내가 선과 진실이라고 믿는 것을 표현하는 일이었다.” 괴테는 상상만으로 글을 쓰지 않았다. 오직 자신이 경험하고 검증한 것만을 글로 풀어냈다. 애매모호한 것은 실험을 통해 그 의미를 밝혔다. 괴테의 글 쓰는 방식이 곧 삶의 방식이었다. 괴테는 자신이 살고 싶은 삶이 있다면 실험 정신으로 밀어붙이고 그 삶을 증명하듯이 결과를 만들어 냈다. 실험을 경험으로, 경험을 지혜로 승화시켜 문학적으로 풀어냈다.
--- 「2장 소망이란 우리 안에 있는 능력의 예감이다」 중에서
본질을 보지 못하면 겉으로 드러난 것에 현혹되기 마련이다. 쏟아지는 지식과 정보 속에서 우리는 변하지 않는 그것을 찾아내야 한다. 그것을 찾아내지 못하면 헛고생하며 살게 된다. 삶의 고통에서도 벗어날 수 없다. 인간다운 삶을 살기도 힘들다. 그러니 드러난 징후들로부터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그것을 알아내라. 알아낼 수 있어야 그 길을 걸을 수 있을 테니.
--- 「3장 드러난 징후들로부터 그것을 알아내라」 중에서
괴테는 방황하는 인간이 자아실현을 이룰 수 있다고 빌헬름의 삶을 통해 이야기한다. 무언가를 성취하려면 방황은 필연적이라는 것이다. 괴테는 한 분야를 성취한 후 다시 방황 속으로 들어갔고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었다. 그런 후 다시 또 방황의 길로 스스로 들어갔고 인류사에 길이 남을 결과물을 세상에 남겼다. 인간은 방황하는 과정이 있어야 바라는 소망을 이루고 더불어 성장과 성숙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자기 삶으로 증명한 것이다. 니체도 의미 있는 삶을 위해 향상심을 부르짖는다. 힘에의 의지, 초인 사상으로 자신을 극복하며 무의미한 삶에서 벗어나라고 『방랑자와 그 그림자』에서 강조한다. 높은 곳을 향해 끊임없이 노력하라고 말한다. “높은 곳을 향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은 결코 헛되지 않다.”
긍정적인 평가는 행복하다. 문제는 부정적인 평가다. 살다 보면 반드시 부정적인 평가를 받게 된다. 이때 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중요하다. 부정적인 평가가 자신을 성장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삶을 무너뜨리는 독약이 될 수도 있으니. 그래서 괴테는 자신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는 타인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는 담대함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괴테는 남의 눈치를 보지 않았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반응하며 살았다. 어린 시절에는 ‘애늙은이 같다’는 평가를 자주 받았고, 젊은 시절에는 ‘인간미가 없다’는 이야기도 자주 들었다.
--- 「4장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법이니라」 중에서
욕망을 제어하지 못하면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다. 어두운 충동을 견디지 못하는 것은 결국 자기 내면에 그것에 반응할 만한 것들이 담겨 있어서이다. 유혹은 무조건 참아서는 해결되지 않는다. 견디는 힘이 약해지면 다시 유혹의 미끼를 물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두운 충동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자기의 내면에 좋은 것을 담고 있을 때 가능하다. 내 안에 선善한 것이 가득할 때, 무엇이 올바른 길인지 명확하게 알고 있을 때 어떤 화려한 유혹에도 이겨낼 수 있다.
그러니 왜 나에게 이런 고난이 닥친 것이냐고 푸념하지 말자. 고난 없는 삶은 없으니까. 누구나 설명할 수 없는 고난 속에 살아간다. 중요한 것은 그 고난을 감당할 만한 힘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감당할 힘이 있다는 것만 기억해도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또 한 가지는 과단성 있는 행동이다. 생각은 생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고민도 마찬가지다. 오직 과단성 있는 행동만이 고난에 사로잡힌 나를 깨우고 벗어나게 한다.
--- 「5장 선한 인간은 어두운 충동 속에서도 올바른 길을 분명히 알고 있다」 중에서
삶이 고통스럽다. 그래도 견디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것은 사랑 때문이다. 현재 내 삶의 결과와 성취의 정도가 아니라 나의 존재 자체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기에 견디고 버티고 힘을 내는 것이다.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 내가 사랑해야 할 대상이 있기에 우리는 오늘을 이겨 낼 수 있다. 나를 희생하는 것이다. 생명조차 아끼지 않는 것도 사랑 때문이다. 우리는 사랑의 힘으로 오늘을 살아가고 내일을 맞이한다. 사랑이 있기에 빛나는 태양도 반짝이는 별빛도 작은 들꽃도 아름다운 것이다.
괴테는 알았다. 공손함이 없는 관계는 파괴와 타락을 초래할 뿐이라고. 그래서인지 세월이 흐른 후에는 일방적인 사랑이 아니라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사랑으로 변했다. 자기 방식으로 사랑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자신의 욕구를 채우는 미성숙한 태도다. 이런 사랑은 파괴와 타락을 초래할 뿐이다. 사랑은 나와 대상이 함께 성장하는 행위여야 한다. 나의 사랑으로 상대가 성장했다면 바람직한 사랑이다. 물론 나도 성장해야 한다. 일방적인 희생이 아닌 서로가 공존하고 성장하는 사랑이 진짜 사랑이니까.
경탄이 없다는 것은 새로운 것을 만나지 못했다는 것이고 깨달음을 얻지 못했다는 의미다. 사랑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며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삶에 성장과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의미다. 영혼이 메말라 가고 있다는 증거일 수 있다. 이런 삶에 사랑이 스며들 수 없고 행복도 깃들기 어렵다. 그러니 가만히 있지 말자. 더 나은 삶, 행복한 삶을 갈망하자. 당연한 것을 당연히 여기지 말자. 한 번도 눈길을 주지 않았던 것들에 관심을 가져 보자.
--- 「6장 아름다움이란 어느 곳에서나 환영받는 손님이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