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해되고 망가진 채로 지속되는 가족, 친구, 연인 관계를 그리는 예소연의 소설은 궁핍과 외로움으로 인해 관계에 대한 욕구는 더없이 커졌지만, 전통적인 친밀성의 양식에 대한 자원이 동난 가운데 아직 새로운 관계 형식은 부족한 우리 시대의 다양한 사랑의 풍경을 그려낸다. 사랑에 빠지면 우리는 언제나 잠시라도 교육의 천재가 된다. 배우고, 적용하고, 실패하고, 폐기하고, 다시 감응하는 일의 반복. 사랑을 원한다면 반드시 실수를 동반해야 하는 시대, 그 불완전함으로 인해 때로 피폐해질지라도 도전을 멈출 수 없는 이들의 가없는 몸짓이 여기 있다.
- 오은교 (문학평론가)
예소연의 소설은 견딜 수 없던 마음들을 견딜 수 없던 이야기고, 묻어두었던 고통과 그리움을 꺼내어 묻는 이야기고, 변호하지 않음으로써 스스로를 염오하고 사랑하는 이야기고, 그리하여 내게서 가장 가깝고도 먼 한 사람이 바로 나라는 것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다. 나는 예소연이 잊지 않은 것, 믿어온 것, 사랑한 것, 미워한 것, 드러낸 것, 남겨두고 감춰둔 그 모든 이야기를 사랑하게 되었다. 사랑에 수반하는 것이 고통이라면 고통이 불러오는 수식은 다시 사랑일 것임을 믿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 이주란 (소설가)
예소연이 펼쳐내는 누군가의 삶을 따라가다가 그 발자취에서 나를 발견하는 경험. 거창할 것 같았는데 사소해서, 오히려 숨기고 싶은 모습이어서 당황스럽다. 나는 미운데 저애는 사랑스럽다. 제가 미워 견딜 수 없다는 몸부림을 나는 도저히 미워할 수가 없다. 등장인물에게 사랑을 느끼면서, 그와 닮은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그 간극에 또 한번 당황한다. 사랑하는 법에 대해 생각했다. 보송한 필터를 걷어내니 보이는, 각질이 덕지덕지 일어난 이것이 사랑이라고, 세상이 미워 흔들거리는 네 옆에서 그저 함께 흔들거려보는 것도 사랑이라고, 예소연은 말했다. 살 것 같았다.
- 손수현 (배우, 영화 〈철봉하자 우리〉 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