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유튜브 채널 〈최재천의 아마존〉에서 가장 포악하고 무서운 야생 동물로 곰을 지목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다른 포식 동물에 비해 유독 곰에게 관대하고 호의적이다. 우리 아이들이 어려서 제일 먼저 품에 안는 인형이 대개 테디 베어 곰이다. 사냥을 즐겼지만 역설적이게도 미국 역대 대통령 중 자연보호지역을 가장 많이 만든 시어도어 ‘테디(teddy)’ 루즈벨트의 임기가 끝나던 1910년 무렵 곰의 인기는 유례없이 치솟았다. 테디 베어의 등장으로 봉제 곰 인형 생산량은 거의 100만 개에 달했건만 야생에서 곰은 여전히 박멸 대상이었다. 2007년 국제자연보전연맹(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 IUCN) 곰 전문가들은 현존하는 곰 여덟 종 중 여섯 종은 멸종이 우려된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그러나 멸종위기종보호법 덕택에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최근 야생 곰 수가 급등하고 있다. 어느덧 미국흑곰 개체수는 90만 마리에 달해 다른 곰 일곱 종을 전부 합친 수보다 많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05년부터 추진해온 반달가슴곰 복원사업 덕택에 2023년 기준으로 86마리가 지리산에 서식하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장이권 교수는 현실적인 적정 개체수를 64마리로 계산해냈다. 그러다 보니 2018년에는 수컷 한 마리가 90킬로미터나 떨어진 경북 김천 수도산까지 이동하며 양봉 벌통을 덮치기도 하고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곰과 우리의 공존 관계는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
곰은 인류 역사에서 우리와 가장 가까운 친족에 속한다고 여겨졌다. 단군 신화를 비롯한 세계 여러 토착 설화에서 곰은 자주 인간으로 묘사된다. 곰은 어머니, 보호자, 스승, 주술사 등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곰의 행동과 인지를 연구하는 생물학자들은 사물을 인식하는 능력이나 새롭게 부딪히는 문제를 해결하는 ‘지능’ 면에서 곰이 종종 유인원을 능가한다고 증언한다. 이런 이유로 미국 옐로스톤국립공원(Yellowstone National Park) 관리자들은 난공불락 쓰레기통 개발에 노력을 멈출 수 없다.
이 책은 안데스산맥 운무림에서 인도 관목지대와 중국 대나무 숲을 거쳐 북극 해빙까지 네 개 대륙 곳곳을 직접 발로 뛰며 채록한 곰 생태 리포트다. 이번 세기말을 넘길 듯한 곰은 대왕판다, 미국흑곰, 불곰, 단 세 종뿐인 상황에서 삶의 모든 걸 바치고 있는 위대한 보전활동가들의 희생이 가슴 저미도록 아름답다. 인간과 곰의 애증후박(愛憎厚薄)을 이처럼 절절하게 그려낸 책은 일찍이 없었다.”
- 최재천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생명다양성재단 이사장)
“한 번이라도 곰 인형을 가져봤던 사람이라면 이 과학 에세이를 탄성과 함께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웅녀 설화를 자연스레 떠올릴 수 있는 이 역시 마찬가지로 몰입이 가능하다. 곰들의 크고 둥근 그림자가 인류 문화의 출발점 위로 드리워져 있었다는 점을 곱씹으며 이름부터 낯선 안경곰과 느림보곰, 도처에서 마주치는 친숙한 대왕판다와 북극곰까지 전부 한 권으로 만날 수 있다. 이야기 속 이미지로서의 곰은 언제나 사랑받아 온 반면 실제의 곰들은 낭떠러지로 몰리고 말았기에, 글로리아 디키는 그 넓게 벌어진 틈을 종횡무진 오가며 묻는다. 우리는 우리를 해칠 수 있는 곰들과도 공존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충돌을 직접 겪은 사람들, 더 나은 방향을 찾기 위해 끝끝내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의 생생한 경험을 듣는 것부터 시작한다. 마지막으로 남은 곰 여덟 종을 통해 지구와 문명을 다시금 이해할 수 있는 놀라운 기회다.”
- 정세랑 (소설가)
“인간이 곰과 함께 살지 않은 적이 있었을까? 한반도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는 토템으로 곰을 삼은 부족의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곰이 인간이 되었고 인간은 곰으로 변신했다. 북반구에 서식하는 곰의 ‘겨울잠’은 지금도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네댓 달 동안 먹지 않고 잠을 잔다는 것은 인간의 입장에서 초현실에 가까운 장면이기 때문이다. 그토록 경외했던 곰은 공포, 관람, 보신의 대상이 되면서 그들이 살던 곳에서 사라진다. 곰이 사라진 숲을 보고 뒤늦게 놀란 인간은 다시 곰을 보호와 복원의 대상으로 삼는다. 아니, 곰을 죽이고 잡아먹고 가두고 구경하고 아끼고 연구하고 정해진 구역에 다시 푸는 작업이 모두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다. 그 와중에 곰은 인간의 경계를 넘나들며 인간을 물어 죽이기도 한다.
글로리아 디키는 곰을 둘러싸고 인간이 벌여놓은 혼란의 세상을 기록한다. 곰 여덟 종은 인간의 문화와 역사에 깊이 얽혀 있었다. 야생에 살고 있는 곰을 만나기 위해 대륙을 넘나들지만 결국 야생에서는 만나지 못하기도 하고, 인간이 둘러놓은 울타리나 카메라 프레임 안에서 마주하기도 한다. 아시아에서 반달가슴곰을 철장에 가두고 웅담을 채취하는 문제는 2024년 한국에서도 일어나는 문제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야생생물법) 개정안이 통과되어 2026년부터는 웅담 채취와 거래, 곰 사육이 금지되지만 아직은 곰을 도살하고 웅담을 채취해도 합법이다. 웅담 채취용 곰을 구조해서 돌보는 곰보금자리프로젝트는 서구의 비난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반성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급격히 나빠졌던 인간과 곰의 관계는 이제야 회복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곰과 함께 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이 책을 덮을 때 기억해야 할 메시지다.”
- 최태규 (수의사, 곰보금자리프로젝트 대표)
“권위 있는 걸작이다. 인류세 시대 속에서 진행 중인 인간과 나머지 자연계 사이의 충돌에 관해 알고 싶다면 꼭 읽어야 할 필독서다.”
- 제임스 밸로그 (코넬대학교 앤드류 D. 화이트 특임교수, 지구비전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