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환상을 충족시켜 주는 상품은 기존 경제학 법칙의 사각지대에 있다. 가격이 떨어지면 수요가 느는 수요의 법칙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오히려 소비자는 가격 하락을 환상 상품에서 평범한 상품으로 전락하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수요 법칙의 기반은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에 있다. 빵을 1개 먹었을 때보다 2개나 그 이상을 먹었을 때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가설이다. 환상 상품 시장에서는 이 기본적인 전제가 성립하지 않는다. --- p.26
환상 상품은 소비할수록 만족도가 더 크게 증가하거나 적어도 상품 하나하나가 완전히 제각각인 환상을 충족시켜 준다. 소비가 는다고 만족도 증가 폭이 줄어들지 않는다. 환상 상품 시장에서는 현대 경제학 법칙 대신 보다 고전적인 세이의 법칙(Say’s Law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근대경제학 가설)이 적용되는 분야일지도 모른다. 환상 상품으로 분류되는 제품을 만들기만 하면 소비자가 스스로 쓸모와 만족감을 찾아 나선다. --- p.28
희소성은 환상의 가장 기본적인 원천이다. 다만 실제로 상품이나 서비스가 적거나 희귀한지보다는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는 점이 훨씬 더 중요하다. 어떤 상품은 실제로 드물지 않지만 그렇게 여긴다. 또한 어떤 것은 실제로 많지 않은 데 일상적인 것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따라서 현대 기업은 자신의 제품이 특별하며 쉽게 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려고 안달한다. 자사 상품은 얼마나 환상적인가? 그 사실을 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당신은 특별한 존재라는 점을 암시하기 위해서 애쓴다. 보통 사람인 내가 구하기 힘든, 그래서 구하는 순간 나도 특별한 사람이 된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핵심이다. 물리적인 희소성 이상으로 심리적인 것도 매우 중요하다. --- p.117
명품의 인기는 단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인간의 본능 때문만은 아니다. 사람들은 스스로를 의식하기도 한다. 제값 주고 사는 것도 명품 소비의 효용이다. 보통 상품과 다른 높은 가격과 이를 지불할 수 있다는 자존심이야말로 환상 상품의 일부다. --- p.146
혁신은 기업가가 꿈꾸는 환상이다. 경영계의 환상 상품이다. 이 환상은 실제보다 훨씬 더 환상적이다. 기업가들은 너절한 현실보다 혁신이라는 환상에 훨씬 더 끌린다. 이 점이 바로 혁신이 때로는 독이 되기도 하는 이유다. 혁신이라는 환상 상품을 꿈꾸지만 현실적으로 밉상인 경영전략을 내놓는 기업가나 경영자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