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노력해도 이렇게 달라질 수 있는데, 우리는 왜 이렇게 말하기가 늘 어려운 걸까요? 답은 ‘눈치 보는 마음’에 있습니다. 과도하게 눈치 보는 마음은 결국 미움받는 것이 두렵고, 타인에게 사랑을 획득해야 한다는 가련한 마음에서 시작됩니다. 어린 시절부터 형성된 이런 마음이 타인에게 말 붙이는 걸 망설이게 하고, 많은 사람 앞에서 말하는 나를 얼어붙게 하고, 목소리를 자꾸만 작고 힘없게 만드는 겁니다. 앞으로 자세히 설명해 드릴 개념 중 하나인 ‘말하기 코어’가 무너진 거죠.
--- p.7, 「인생이 새로워지는 말하기 수업」 중에서
결국 ‘두려움’인 겁니다. 일상에서 타인의 눈치를 과하게 보는 건 두려움에 휩싸여 무언가를 열심히 피하려 하는 자세와 같습니다. 상대방이 나에게 부정적으로 반응할 것이 두려운 겁니다. 상대방이 강하게 피드백을 하고, 화를 내거나, 싫어하는 표정을 드러내는 것이 무서운 거죠. 그래서 혹시나 나의 말과 태도가 상대방의 심기를 거스르진 않을지, 그래서 표정이 어두워지지는 않을지 살피게 되는 겁니다.
--- p.19, 「당신은 왜 ‘을’을 자처하나요?」 중에서
위축된 말하기는 대체로 힘이 없습니다. 발성 에너지가 부족해 소리만 겨우 나는 정도죠. 입안에서 조용히 맴돌거나, 긴장 때문에 톤이 높아져 코 쪽에서 소리가 뭉친 채로 날 때도 있습니다. 힘이 안 느껴지는 소리죠. 지금까지 힘없이 말하던 방식을 이젠 바꾸어야 합니다. 단순히 볼륨을 키우는 작업이 아니에요. 에너지를 죽인 채 조용히 지내던 쪽에서 발산하는 쪽으로 방향을 아예 바꾸는 거예요. 내 기운과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겁니다. “여기 내가 있다!”라며 확실하게 전하는 거예요. 탄탄한 목소리로요.
--- p.46, 「말하기에도 중요한 코어 근육」 중에서
결국, 소통도 기세입니다. 나를 위축시키고 힘들게 하는 사람 앞에서는 도리어 더 크고 기운차게 기세를 드러내야 합니다. 이때 가장 쉬우면서도 유용한 수단이 바로 말인 거죠.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으니까요. 나의 존재감을 제대로 각인시켜야 할 때, 마치 짐승들이 상대를 위협하려 몸을 크게 부풀리듯 소리를 부풀리면 됩니다. 그래서 우리말에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라는 말이 있나 봐요. 단순히 볼륨이 커서 말이 잘 들리기 때문만은 아니겠죠. 목소리를 키우는 일은 자기 확신과 자신감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 p.91, 「소통도 기세가 중요해요」 중에서
일상에서도 마찬가지예요. 만약에 나와 만난 지인이 유독 표정이 어둡고 말도 잘 안 건다면, 자동으로 ‘뭐지? 내가 뭐 잘못했나?’라고 생각하기 쉽죠. 하지만 그렇게 흘러가는 사고의 흐름을 단호하게 끊을 필요가 있습니다. 뭐라도 잘못한 양 쭈뼛거리거나 눈치 보지 말고, 영 신경 쓰이면 차라리 “혹시 무슨 일 있어?”라고 대놓고 물어 보세요. 혼자 전전긍긍하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 p.123, 「가끔은 나를 위해 필요한 수신 거부 모드」 중에서
추임새와 함께 세트로 ‘질문 되풀이 문장’을 써 주면 더욱 좋습니다. 예를 들어 “무슨 계절을 제일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에, “음… 계절이요?” 이런 식으로 복사, 붙여 넣기 해 주는 거죠. 천천히 되풀이 문장을 말하면서 시간을 벌 수 있고, 그 사이에 질문에 대한 대답을 더 충실하게 준비할 수 있습니다. 부수적인 효과로 상대방에게 ‘내가 경청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죠. 재진술은 상담 기법으로도 쓰일 만큼 되풀이는 원활한 소통에 도움이 됩니다.
--- p.144, 「대화가 어렵다면 대화부터 시작해 보세요」 중에서
결국에는 발성과 발음에 신경을 쓰라는 건데요. 감정이 아닌 발성과 발음에 신경을 쓰는 것만으로도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됩니다. 마치 감정에 매몰되어 있는 신경을 주변 소리나 신체의 감각으로 돌림으로써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명상과도 같은 이치인 거죠. 그래도 속도 조절이 어렵다면 이번엔 이미지 트레이닝이 필요합니다. 시선 높이에 가상의 글자를 띄워 보세요. 진행자들이 카메라를 보는 척 대본을 읽을 수 있도록 만든 프롬프터처럼요. 우리는 말을 빨리해야 할 것 같은 급한 마음 때문에 낱개의 글자가 아니라 문장이나 어절 단위로 후루룩 말해 버리곤 합니다. 그럴 때는 마치 게임을 하듯 한 글자 한 글자씩 해치운다는 마음으로 한 음절 한 음절에 집중해 보세요.
--- p.154, 「당황하지 말고 여유롭게 말해 보세요」 중에서
매력이 덜하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분들의 말에는 ‘일정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힘이 없거나, 목소리가 어둡거나, 약간 졸린 듯한 느낌 등 개인적인 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또한 결국에는 일정함으로 묶일 수 있습니다. 음높이, 속도, 톤, 표정이든 간에 무엇이든 너무 일정하면 듣는 사람은 쉽게 지루함을 느낄 수밖에 없죠. 일정히 움직이는 진자 운동을 상상해 보세요. 계속 반복되기만 하는데 대체 어디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겠어요. 마찬가지로 말할 때 가뜩이나 감정 표현이 적은 스타일인데, 음높이의 변화가 없고 속도도 일정하고 톤도 건조하다면 자칫 대화가 수면제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 p.197, 「상대의 관심을 붙잡는 밀당 화법」 중에서
인생은 생각보다 사소하고 자질구레한 일상적인 것들로 가득 채워져 있기에, 이런 이야기를 물 흐르듯 풀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나를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이야기들을 ‘사소하다’고 밀어내거나 ‘남들이 궁금해하지 않을 거다’라며 속으로 묻지 말고, 나서서 먼저 꺼내 보도록 노력해 보세요. 먼저 움츠러들 필요는 없으니까요.
--- p.211, 「관계의 균형을 맞추는 기브 앤 테이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