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세의 나이에 안도는 빈털터리가 되어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전과 달리 찾는 사람도 없었다. 절망적이었지만 안도는 포기하지 않았고, 재기를 위해 노력한다. 어떤 사업으로 재기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터에 안도의 머릿속에 들어온 것은 ‘식품’ 사업이었다. 전쟁 후 굶주림에 겪는 사람들을 보면서, 건강과 복지를 지탱할 음식이 없다면 의류, 주택, 예술, 문화 등 더 높은 수준의 삶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고, 식품이 매우 중요하다고 느꼈다.
전후 식량이 부족한 일본은 원조받은 밀가루로 빵, 비스킷을 만들어 일본인들에게 제공했는데, 안도는 이런 모습을 보고, “같은 밀가루를 사용한다면 왜 일본인이 좋아하는 면류를 장려하지 않는가?” 생각했고, 원조되는 밀가루로 라멘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식품 사업에 도전한다면, 미국에서 원조받는 밀가루를 이용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 라면’을 만들면 성공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인스턴트 라면 발명에 도전한다.
---「1부. 라멘의 기원과 인스턴트 라면의 시작」중에서
삼양라면으로 전 국민의 사랑을 받던 삼양식품 전중윤 회장에게 박정희 대통령의 전화가 왔다. 박정희 대통령은 삼양식품이 분식 장려 정책에 기여한 공을 높이 평가하면서 라면 스프에 고춧가루를 넣어보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한다. 평소 박정희 대통령은 삼양라면에 고춧가루를 넣어 먹었는데, 자신이 고춧가루를 라면에 넣어 먹으니 맛있었다고 말해준 것이다.
출시 당시 삼양라면은 고춧가루가 들어가지 않았고, 닭고기 육수 베이스의 순한 라면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의 전화 후 삼양공업은 삼양라면에 고춧가루를 넣기로 결정한다. 고춧가루를 넣은 스프를 사용한 삼양라면은 이전보다 조금 더 얼큰해졌다. 얼큰함을 조금 더한 삼양라면은 더욱 맛있어졌고, 이전보다 더 잘 팔리게 된다.
---「2부. 한국 라면 산업의 뿌리 삼양식품과 농심 이야기」중에서
신춘호 회장은 라면 시장 진출 당시부터 품질경영을 최우선시했다. 초창기 연구소를 설립하고 라면의 품질을 꾸준히 높여왔는데, 80년대 초 다시 한번 품질을 높이기 위한 대대적인 투자를 감행한다. 라면의 맛은 스프 맛에서 나온다고 생각해, 안성에 스프전문공장을 짓고 대대적인 투자를 감행한다.
80년대 초 농심에서 출시한 라면들을 살펴보면 놀랍다. 사발면(1981), 너구리(1982), 안성탕면(1983), 짜파게티(1984), 신라면(1986) 등 지금까지 농심의 대표 라면으로 사랑받는 제품들이 모두 80년대 초에 출시되었기 때문이다.
1982년 출시된 너구리는 우동 컨셉의 고급 라면이다. 일본 사누끼 지방에서 즐겨 먹는 쫄깃한 면발의 우동을 제품화한 것인데, 이름을 짓는 과정에서 사누끼(さぬき) 지역을 이야기하다가 타누끼(たぬき, 너구리)라는 단어가 나왔고, 오동통한 면발이 너구리가 닮아 너구리로 지어졌다는 설이 전해진다. 1982년 순한 맛이 먼저 출시되었고, 1983년 얼큰한 맛이 출시되었다.
---「2부. 한국 라면 산업의 뿌리 삼양식품과 농심 이야기」중에서
풀무원은 새로운 건면 제조 기술로 2016년 1월 ‘육개장칼국수’ 제품을 출시한다. 육개장칼국수 제품은 사골과 양지를 전통 가마솥 방식으로 6시간 동안 정성스럽게 우려낸 육수에 차돌박이와 베트남 고추를 볶은 풍미유를 더해 구수하고 얼큰한 맛이 일품인 제품이었는데, 발전된 건면 제조 기술 덕분에 진한 풍미를 잘 구현할 수 있었다.
육개장칼국수 제품은 출시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출시 3개월 만에 서울 지역 대형 할인점에서 쟁쟁한 라면들을 제치고 매출 5위를 기록했으며, 6개월 만에 2000만 개를 판매해, 칼국수 라면 시장에서 36.5% 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을 정도였다. 새로운 기술로 개발된 육개장칼국수는 어느새 풀무원 대표 라면으로 자리 잡았다. 풀무원은 건면 시장에서 구체적인 성과가 보이자 브랜드를 ‘생면식감’으로 바꾸고 돈코츠라멘, 탱탱 비빔쫄면 등 다양한 후속 라면 제품을 출시한다.
---「3부. 한국 라면 시장에 도전한 기업과 대표 라면 이야기」중에서
중국 내에서 한국 라면의 인기 또한 엄청나다. 중국에서 수입하는 라면의 65% 이상이 한국 라면이다. 중국 내 라면 돌풍을 주도하는 것은 삼양식품인데, 불닭볶음면을 필두로 라면 수출에서 놀라운 성과를 이루고 있다. 2023년 중국 누적 수출액이 12억 위안(약 2250억 원)에 달했고, 수출액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 외에도 오뚜기, 팔도 등이 중국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반면 농심은 중국에서 생산 기지를 구축했다. 연간 2억 개 이상의 라면 생산능력을 보유한 상해농심(上海農心)과, 연간 4억 개 이상의 라면, 스낵 생산능력을 갖춘 심양농심(沈.農心)을 통해 농심의 대표 라면 신라면(辛拉面)을 필두로 안성탕면을 현지화한 돌솥쇠고기라면(石.牛肉拉面), 너구리를 현지화한 우동면(..面), 맑은 국물의 상해탕면(上海.面)등으로 중국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4부. 전 세계 다양한 나라의 라면 이야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