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은 어떤 식으로 교회라는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만들어 가는 것일까? 가령 로마 제국의 고린도라는 도시에서 바울이 선포했던 예수 복음은 어떤 식으로 교회 즉, 에클레시아를 만들어 냈을까? 본서는 공간과 시간, 그리고 의례라는 세 겹의 시선으로 에클레시아를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당시 사회가 제공하던 다양한 삶의 공간들 내에서 예수를 믿었던 에클레시아는 어떤 식으로 그 나름의 복음적 공간을 형성해 갔을까?
‘그리스도 안’이라는 새로운 실존은 기존의 시간을 어떻게 변형시켜 경험하게 했을까? 그리고 공동체 내의 독특한 복음적 의례들은 이렇게 변혁된 공간과 시간을 어떻게 매개할 수 있었을까? 이 삼중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내고 하나로 모으면서, 저자는 1세기 로마 제국 속 고린도에서 메시아의 복음이 만들어 낸 에클레시아의 역동을 매우 생생하게 그려낸다. 본서를 천천히 읽다보면 복음이 빚어내는 교회의 모습에 대해 이전보다 더욱 선명한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교회가 무엇인가를 묻는 위기의 시기에, 올바른 교회를 열망하는 모두에게 좋은 대화 상대자가 되리라 생각한다.
- 권연경 (숭실대학교 교수)
우리는 본서의 저자인 정동현이라는 신약학자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동현 교수는 이미 해외 학계에서 많은 업적을 이루었고, 바울에 관한 국제적인 토론에도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본서는 고린도전서에 대한 하나의 중요한 밑그림을 그리며, 공간, 시간, 의례라는 관점에서 통찰력 있게 조망한다. 또한 고린도의 교회가 세상과 구별된 공간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며, 의례가 교회 곧 하나님의 신전을 어떻게 형성하며 경계를 설정하는지 논한다.
그리고 “그리스도 안”이라는 바울의 표현이 하나의 공간이며 동시에 새로운 시간성을 나타낸다는 것을 통찰력 있게 제시한다. 저자는 고린도전서와 바울에 관한 최신의 자료들을 사용하고, 1차 자료들도 능숙하게 활용한다. 본서는 고린도전서에 대한 많은 오해들을 교정해줄 뿐 아니라, 향후의 토론을 위한 중요한 발판을 마련한다. 본서를 통해서 독자들은 고린도전서의 핵심을 새롭고 명료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 김규섭 (아신대학교 교수)
난해 본문이 많은 고린도전서를 공간, 의례, 시간이라는 렌즈로 참신하고 일목요연하게 읽어 낸 책이다. 그리스도 안에서 새롭게 태어난 공간인 에클레시아, 그 에클레시아 안에 질서와 경계와 정체성을 부여한 의례(와 의례 해석), 그리고 에클레시아 안에 흐르는 질적으로 다른 시간성과 단축된 시간, 이 세 요소로 직조한 캔버스에 그려진 바울의 교회론은 생생하고 입체적이다. 본서가 고린도전서 본문 이해에 입각해 한국 교회 현실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지점은 소중하다. 한국 연구자들의 연구물을 적극적으로 인용하고 해외의 수많은 연구를 성실하게 소화한 각주가 백미이다. 본서 『건축자 바울』의 저자 정동현 박사 자신도 지혜로운 건축자로 불릴 만하다.
- 김선용 (독립연구자)
바울은 건축가다. 믿음의 공동체를 세우는 일이 그의 필생의 사명이 었다. 바울이 처음부터 완전한 도면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도면은 없는데 문제는 많았다. 실제로 고린도전서는 수많은 문제들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세례, 계층 갈등, 남녀의 차이, 재정 지원, 음란한 이들의 처리, 부활에 대한 혼란 등…. 바울은 그 문제들을 다루면서 고민하고 길을 찾아가며 성도들과 대화한다. 때로는 얼버무리고, 때로는 윽박을 지르면서. 그리고 그 과정에서 교회가 무엇인지, 어떤 현실적인 목표를 가지고 성도들과 소통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세상과 적절한 경계를 세워야 시대를 외면하지 않을 수 있는지를 배워갔다.
본서는 저자가 이 과정을 들여다 보며 씨름한 기록이다. 21세기의 실존을 떠나지 않으면서, 1세기의 상황으로 깊이 들어가는 책이다. 무엇보다 그 모든 자료들을 활용하여 본문과 직접 씨름하고, 자신의 논지를 쌓아가는 저자의 뚝심이 돋보인다. 복잡다단한 문제들을 다루면서 일관되게 “그리스도 안”의 삶과 “교회 안”에 사는 삶의 소망을 설득해 나갔던 바울의 뚝심과 닮았다. 슬기로운 건축가 한 명을 만난 기쁨과 그가 앞으로 지어갈 집에 대한 기대를 심어준 책이다.
- 박영호 (포항제일교회 목사)
의례와 시공간이라는 주제를 다루는 저자의 학문적 탁월함은 영문으로 출간된 그의 박사 학위 논문에서 이미 잘 드러났다. 저자가 이번에는 같은 화두를 가지고 한국의 독자들과 대화의 문을 열었다. 본서는 의례의 정체성 형성 기능(자기지시적 메시지)과 윤리적 기능(규범적 메시지)이 고린도 교회의 시공간을 어떻게 형성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에클레시아, 신전(성전), 경계, 몸, 세례, 은사, 젠더 등 다양한 주제에 관한 논의가 모두 흥미진진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우상에게 바쳤던 음식의 문제를 다루는 제4장에서 저자의 관점이 지닌 해석적 유용성이 특히 더 빛난다.
저자는 단순히 자신의 생각을 한글로 풀어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국 성서학자들의 논의를 함께 인용해가며 해석자의 삶의 자리와 결합된 학문적 대화를 시도한다. 그것은 이 책의 프롤로그가 잘 보여주듯, 성서 해석에 그 자신의 정체성을 담기 위한 시도의 일환으로 보인다. 그가 자주 사용하는 표현을 빌리자면 본서는 한국적인 것과 서구적인 것을 둘러싸고 이루어지는 “끊임없는 민족적, 언어적, 제의적, 공간적, 경계적, 사회계층적 정체성 협상 과정”의 일부이다. 내가 보기에 본서에서 보여준 저자의 면모는 구성주의 역사가에 가깝다. 앞으로 계속되는 “협상” 과정에서 저자의 삶의 자리가 그의 성서 해석을 어떻게 규정하며 확고하게 자리 잡아가게 될 지 기대가 크다.
- 안용성 (그루터기교회 목사)
한국의 자랑스러운 신학자 정동현 교수의 국내 첫 작품이다. 『건축자 바울: 공간, 시간, 의례』를 통해 신학적으로 탁월하고, 신앙적으로 겸손하며, 인간적으로 따듯한 정동현 교수를 만날 수 있었다. 본서를 통해 배운 바가 크지만 지면의 한계상 세 가지만 언급하도록 한다. 첫째, 본서는 고린도전서의 교회론을 새로운 관점으로 이해하도록 돕는다. 신학의 범주를 통해 서신서에 접근하는 다수의 학자와는 달리 저자는 바울의 텍스트가 제시하는 공간, 시간, 의례의 범주를 사용해 고린도전서에 다가간다. 본인의 방법론이 학계의 절충주의와 자신의 특정한 관점을 융합한 것임을 밝힌 저자는 자신이 소개하는 독법이 고린도전서를 바라볼 수 있는 여러 관점 중 하나라고 설명한다.
그가 제시하는 방법에 따라 그려지는 고린도 교회는 세상과 분리되는 경계를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세상을 품는 성스러운 공동체이다. 본서의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일관되게 흐르는 저자의 방법론은 전문적이고 신중한 자료 사용법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모법 답안과도 같다. 둘째, 본서는 바울이 알던 고린도와 오늘날의 독자가 안다고 짐작하는 고린도가 사뭇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 준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의 고린도를 잠시 내려놓고 바울의 고린도를 먼저 배워야 한다. 저자는 적절한 방법론을 사용하여 세밀하게 바울의 고린도를 복구한다. 그의 복구 작업은 학자의 탁월함과 신중함, 그리고 겸손함을 모두 보여준다.
셋째, 본서는 바울을 통해 독자의 신학과 신앙을 돌아보게 한다. 바울에 관한 전통은 바울이 “로마의 시민권자”요, “길리기아 지방의 다소 사람”이라고 밝힌다. 그러나 “바울서신에 그려진 바울은 정작 떠돌아다니는 존재, 곧 집도 조국도 없는 존재”처럼 나타난다. 바울은 “계속해서 길 위에 있었던” 나그네였다. 하지만 저자는 “기억이 머무는 곳, 그곳이 집, 고향”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어디를 가든지, 바울은 그리스도라는 공간과 시간 안에 있었”기 때문에 “그리스도가 바울의 집”이었다고 말한다. 바울의 육신은 늘 떠돌아다녔지만, 그의 영혼은 항상 고향에 있었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사유는 오늘을 사는 우리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살피도록 이끈다.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우리의 기억은 예수님 안에 머물고 있는가? 우리의 집과 고향은 정말로 예수님인가? 정교한 신학의 바탕 위에 남겨진 섬세한 신앙의 질문은 우리를 깊은 사색에 잠기게 한다. 『건축자 바울』에는 위에 언급한 부분 외에도 주옥같은 내용이 많이 들어있다. 학자들에게는 신중하게 자료를 사용하는 방법을 보여주고, 일반인들에게는 그동안 잘못 알고 있던 고린도에 대한 정보를 바로잡아 준다. 또한 성도들이 바울이 사랑한 고린도 교회를 이해하고, 바울이 사랑한 예수님을 사랑하도록 돕는다. 이처럼 귀한 책이 탄생했다는 점은 가히 기쁘고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바울을 사랑하고, 바울이 사랑한 교회를 사랑하고, 바울이 사랑한 예수님을 사랑하는 모든 성도에게 기쁘게 추천한다.
- 이상환 (미드웨스턴침례신학대학원 교수)
성실하고 세심한 학자가 자신만의 독특한 관점을 가지고 고린도전서를 해석한다면, 어떤 책이 나올까? 독자 앞에 놓인 본서가 이 질문에 대한 모범 답안 중 하나다. 저자는 본서에 고린도전서와 고대 세계에 대한 최근 중요한 논의를 성실하게 담았을 뿐만 아니라, 거기에 본문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이리저리 살펴보며 신중하게 주석한 내용을 덧입혔다. 특별히 “교회(에클레시아)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씨름하며, 바울이 이해한 그리스도, 시공간, 의례, 경계, 관계, 정체성, 몸 등의 상관 관계를 오밀조밀하게 엮어 흥미진진하면서도 묵직한 이야기로 풀어 놓았다. 바울이 이해한 교회나 고린도전서에 대한 심화 연구를 이 책으로 시작해도 좋을 것이다.
- 정은찬 (장로회신학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