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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 두런두런

: 신평 변호사의 시 그리고 산문

신평 | 새빛 | 2024년 09월 0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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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9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336쪽 | 150*220*30mm
    ISBN13 9791191517804
    ISBN10 1191517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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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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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별로 시일의 선후에 따라 그대로 배열하여 계절의 변화를 순차적으로 담으려고 했습니다. 제가 해온 오래된 시골살이의 이모저모를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혹은 지금도 여전히 잊지 못하는 그리운 사람에게 속삭이듯이 두런두런 말하려고 했습니다.
    --- 작가의 말에서

    봄 햇볕 비치는 아침 들판
    노란 민들레 한 송이에
    무척 행복하더이다
    마음에 드는 책 잡고
    오후 환한 햇살 바라볼 때
    행복이 충만하게 일더이다
    저녁 어스름 황혼 옆에 두고
    둘이 조용히 걷는 오솔길
    다람쥐 한 마리 지나가더이다
    사는 무게가 가벼워지고
    주위가 편해지는 나이가 되니
    가슴 뛰는 일 새롭게 생기더이다
    고요한 행복의 논에 물 대며
    파란 벼 지켜보는 일상
    제 작은 잔 넘치는 축복이외다
    ---「1부 봄 ‘넘치는 축복'」 중에서

    그립다고 미친 듯 보고 싶다고
    꼭 만나야 하는 것은 아니어라
    환상의 그릇 덜컥 땅에 떨어져 깨지면
    의미 잃은 파편으로 바뀌는 것이어라
    바다가 하늘의 구름을 바라보며
    그리움 가슴에 넣어 한없이 삭이듯
    무심한 그리움이 더 아름다워라
    그리움이 참다 참다 화석이 되어
    만고의 세월 덧없이 흐른 뒤
    그 안에 새겨진 안타까움, 지극한 사랑의 무늬
    후인이 떨구는 눈물로 되살아나리
    ---「1부 봄 ‘그리움'」 중에서

    바람이 한여름 더위
    그늘로 데리고 가듯
    강물이 절벽 옆 깊은 곳에
    푸르게 가라앉듯
    남은 시간이 가슴 속 응고된
    회한의 덩어리 삭여
    마른 하품으로 증발시키면
    이 하늘 저 하늘
    인연의 중력에도 매이지 않고
    깃털처럼 가벼이 떠도는 몸
    아무렇지 않게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가뿐히 경계선 넘어가리
    ---「2부 여름 ‘월경越境'」 중에서

    내가 살아온 모든 시간들
    달빛에 비치는 흐릿한 윤곽
    슬퍼하는 사람
    눈물 한 번 닦아주었더라면
    배고픈 사람
    따뜻한 밥 한 끼 사주었더라면
    절망하는 사람
    한 번 꼭 껴안아 주었더라면
    나는 왜 그처럼
    매정하고 인색하기만 했을까
    사람답게 사는 것이 어려워도
    사람답게 살려고 노력은 했어야지
    자책과 회한에 가려 잘 보이지는 않지만
    간혹 보석도 숨어있겠지 기대하며
    흘러간 시간이 담긴 상자
    밤의 날개로 덮는다
    ---「2부 여름 ‘내가 살아온 시간들'」 중에서

    패자의 슬픔을 무시하는 사람은
    천박한 껍데기다
    패자가 흘리는 눈물에 고개 돌리는 사람은
    처마 밑 누렇게 변한 고드름이다
    사람으로 태어나 사람답게 살려거든
    낮은 곳으로 기꺼이 내려갈 수 있어야 한다
    거기에 모인 슬픔과 눈물의 웅덩이에
    가만히 손 담그고 발 적시는 사람
    그 사람이 진짜 사람이다
    ---「3부 가을 ‘진짜 사람’ 에서

    신록의 잎사귀 연두색으로 반짝이면
    천국의 복음이 속삭이고
    열락의 평원이 끝없이 펼쳐진다
    여름 한낮 모진 땡볕을 견디며
    숨이 붙어있는 이치를 배우고
    존재의 가치에 고개를 끄덕인다
    이제 군데군데 아픈 흔적이 밴 나뭇잎
    누렇게 변색하여 붉은 하늘 쳐다보니
    해 지고 달 뜨는 움직임 마치 새털처럼 가볍고
    바람결 일으키는 새들의 노래 아름답다
    무한은 허무하나 만물은 오로지 그 안에 포섭될 뿐
    순명의 위엄과 광채가 둘러싸니
    이 모든 생애 은혜와 축복이었구나
    ---「3부 가을 ‘하나의 생生'」 중에서

    보낸 해는 언제나 버거웠지만
    새로 맞는 해는 가뿐하다
    무거운 돌들이 실리지 않고
    다가올 봄바람만 살랑이며
    지나가기를 빌어보지만
    언제나 무자비한 삶이여
    실망하고 속고 상처를 입고
    서서히 견디지 못할 무게로 가라앉으니
    그래도 새해는 다르겠지
    그 희망 하나 붙잡고
    아무 일 없는 듯이 태연히 사는 거지
    그러는 새 간혹 스쳐 가는 기쁨
    내내 울음을 참으며 그 기쁨에 기대잖아
    그런 게 땅에 뿌리박은 삶이잖아
    그렇게 해서 우리는 깊어지잖아
    ---「4부 겨울 ‘새해에는'」 중에서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경계선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저는 이런 내용을 담은 글을 통해 아직 창창한 날들을 가진 이들에게 조그마한 위안을 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자신에게 남겨진, 훌륭한 삶을 향한 가능성을 과소평가하지 않게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집니다. 우리 자신들의 참된 행복을 위한 공감이 이루어지고 그 동심원이 점점 더 널리 퍼져나갔으면 합니다.
    --- 저자의 에필로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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