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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행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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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8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372쪽 | 142*202*30mm
ISBN13 9791130655840
ISBN10 1130655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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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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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딴 건 안 바랄게요. 석지훈 맘 좀 돌려줘요. 아니면 딱 하루만이라도 그 새끼랑 몸을 바꿔주든가. 법정에서 제대로 증언 좀 하게. 그리고 그 새끼도 내가 얼마나 죽을 거 같은지 알아야 할 거 아니에요. 그니까아, 제발 이 개같은 내 인생 좀 살려달라고, 어? 신이란 게 있다면 이 정도는 들어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요!”
명호의 속삭임은 점점 울부짖음으로 변하고 있었다. 지훈은 가슴이 지끈거리다 못해 갈기갈기 찢기는 것 같았다. 내가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걸까.
--- p.85 「2부」중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하지도 못했는데 오 선생이 지훈을 불렀다. 지훈은 “네.” 하고 대답했다. “이태헌.” “네.” 하는 소리도 연달아 들렸다. 이윽고 오 선생이 “장명호.” 하고 호명했다. 지훈이 눈을 꾹 감았다 뜨며 변명을 위해 입술을 떼려는데 그보다 먼저 “네.” 하고 대답하는 소리가 들렸다. 지훈은 반사적으로 소리가 난 곳을 쳐다봤다. 벽을 보고 돌아누운 태헌에게서 흘러나온 소리였다. 지훈도 깜빡 속을 만큼 명호의 목소리와 비슷했다. 태헌이 명호의 흉내를 낸 것이다.
--- p.172 「3부」중에서

무려 30년이다. 피를 나누진 않았지만 가족이 없는 자신에게는 태헌과 함께 가족과도 같은 존재였다. 징글징글하고 꼴도 보기 싫고 속 터질 때마다 가져다 버리고 싶었지만, 명호는 둘도 없는 친구였다. 이제 와 무슨 소용이겠느냐만 지금까지 명호에게 했던 모든 행동이 후회돼 미칠 것 같았다. 최근 연락이 뜸했다 할지라도 마음마저 뜸한 건 아니었다. 자주 싸우기는 했지만 큰일이 생기면 모든 걸 제쳐놓고 뛰어오는, 세상에서 유일한 내 편이었다.
--- pp.218~219 「3부」중에서

태헌이 우물쭈물하더니 입을 열었다.
“한 사람당 13억 3천이라니…… 좀 적지 않아?”
“아쉽긴 하지.”
명호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태헌이 우리 둘이서 로또를 나눠 가지는 게 어떻겠냐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지훈은 이미 성공해 서울에 번듯한 집과 직장이 있으니 삼등분으로 나누는 건 불공평하다는 게 그의 논리였다.
명호는 코웃음을 쳤다.
“너, 석지훈한테 처맞고 싶냐? 그리고 석지훈 비번도 모르는데 뭔 수로 로또를 꺼내냐고.”
“사실 나한테 방법이 있거든. 네가 내 말에 동의하면 그때 다 얘기해줄게.”
태헌이 머쓱해하며 말했다. 태헌이 진심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 명호는 술기운이 달아났다. 자신이 아는 태헌은 무능력하고 나약했지만 이렇게 탐욕스러운 인간은 아니었다.
--- pp.263~264 「4부」중에서

“근데 그때 이태헌 새끼 진짜 이상했어.”
명호가 허공 어딘가로 시선을 던진 채 맥주캔을 찌그러뜨리며 말을 이었다.
“내 목을 조르면서 이렇게 얘기했단 말이야. ‘이렇게는 못 보내. 나 그 돈 진짜 필요하단 말이야! 난 가족이 있으면 왜 안 되는데!’라고.”
“가족? 잘못 들은 거 아냐?”
“아냐, 확실해. 그 와중에도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으니까. 이태헌 그 새끼, 내 목을 조르다가 중간에 정신이 돌아왔는지 놀라서 손에서 힘을 빼더라고. 그거 아니었으면 난 진짜 죽었을 거야. 그니까 애초에 작정하고 저지른 일은 아니었단 거지.”
--- pp.299~300 「4부」중에서

앞마당은 그야말로 지옥도가 펼쳐진 것 같았다. 필우의 조직원들과 태평의 수하들은 상대방이 누군지도 모르면서 연장을 휘둘러댔다. 상대방의 어깨와 등을 칼로 사정없이 찍는 놈이 있는가 하면 아군인지 적인지 제대로 보지도 않고 쇠 파이프를 무작정 휘둘러대는 놈도 있었다. 피투성이가 돼 바닥을 구르는 사람, 부러진 다리를 부여잡고 고통스럽게 비명을 지르는 사람, 팔다리가 틀어진 채 미동이 없는 사람, 연기 때문에 시커멓게 그을린 얼굴로 기침을 토하는 사람으로 아수라장이었다.
--- pp.353~354 「4부」중에서

지훈은 지금 이 순간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다. 어차피 다 잃고 껍데기뿐인 인생, 이대로 마무리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백 번, 천 번 같은 상황이 온다고 하더라도 똑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이제 다 갚았다. 20년 전의 빚.
--- pp.361~362 「4부」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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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행운』은 8월의 이글이글한 태양열에 녹은 타르처럼, 뜨겁고 끈적한 욕망에 빠진 세 친구가 주인공이다. 작가는 극한의 상황으로 인물들을 몰아넣고 단 한 치의 자비도 용납하지 않는 잔인함을 시전한다. 그야말로 심장을 조이는 서사의 연속이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그 속에서 비어져 나오는 블랙유머와 인간 본성을 꿰뚫는 예리한 통찰은 독자에게 묘한 흥분감마저 선사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인물들이 가장 밑바닥에 닿았을 때야 선물같이 주어지는 ‘완벽한 행운’! 그곳에서 이야기는 진정 완성된다. 타협을 모르는 작가의 팔팔 살아 날뛰는 칼춤을 감상하시라!
- 신이원 (《그린마더스클럽》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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