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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에 곰이라니 2

다산책방 청소년문학-022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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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8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264쪽 | 140*205*20mm
ISBN13 9791130671048
ISBN10 113067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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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함께 있자. 나랑 함께 있어.
그 말랑말랑하고 가슴 따뜻해지는, 얼굴이 붉어지는 예쁜 마음. 이렇게 수줍게 다가서는 마음을 어찌 모를 수가 있을까.
그러나 청해는 그 마음을 받아줄 수도, 그 세계에 속할 수도 없었다. 지속할 수 없다면 애초에 시작하지 말아야 한다. 그들 사이에 더 머무르고 싶지만 청해의 주파수는 그들과 달랐다. 사람으로 돌아가야 할 존재였다.
종이 다른 존재 사이에서 진정한 교감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 p.60

“엄마가 대학생 때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났었는데, 그때 오스트리아에 있는 한 미술관을 찾아갔었어. 근데 길을 잘못 들어서 원래 가려고 한 미술관 바로 옆에 있던 딴 미술관에 들어간 거야. 실수로 들어간 곳이었지만 입장료가 아까워서라도 그냥 봐야지 했는데, 여행을 통틀어 이 잘못 들어갔던 미술관에서의 시간이 제일 즐거웠어. 엄마는 이때의 경험을 늘 기억하면서 살아. 계획과 다르게 잘못 들어갔어도 내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그곳을 바라보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더라고.”
“엄마한테…… 나는 잘못 들어간 미술관인 걸까?”
“아니, 너한테 엄마가 잘못 들어간 미술관인 거지. 네 여행을 통틀어서 엄마가 너한테 그런 미술관이 되어주고 싶어. 다른 곳으로 가려고 했지만 잘못 들어온 우리 집이 네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기억이 되었으면 해.”
--- p.106

“더 빨리 사람이 되길 바라니까요.”
“그래봤자 오십보백보 아닌가? 빨리 사람이 되면 뭐가 다른데? 아니, 다른 건 됐고, 산에 가고 싶다는 녀석이 왜 빨리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산소 테라피를 거부하는 건데?”
“싫으니까……. 사람으로 돌아가기 싫으니까!”
그 대목이 당최 이해되지 않았다.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고? 오히려 레서판다로 사는 게 좋다고?
“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 다른 애들은 어떻게든 다시 사람이 되려고 기를 쓰는데 넌 왜 돌아가기 싫어?”
“사람이었을 때 행복했냐고 물어봤어야죠. 만날 학교랑 집만 오가는 그 쳇바퀴 같은 일상이 좋았냐고 물어봤어야죠. 휴대폰 사용 시간도 잠겨 있고, 애들이랑 노는 것도 안 되고, 게임은커녕 영화 한 편 내 마음대로 볼 수 없어. 다 부모님이 짜준 스케줄대로 움직여야 해. 동물이면 불행하고 사람이면 다 행복해?”
--- p.144

길영을 만나기 위해 금강산을 넘어서 돌아오는 길에 길애는 생각했다. 사람답게 잘 산다는 게 뭘까. 어찌 살아야 후회 없이 잘 살 수 있을까. 단지 배부르고 등 따뜻히 살아간다면 그게 행복한 삶일까.
비로봉에 앉아 두 번째 계절인 여름을 나고 있는 봉래산을 바라보는 동안, 어지럽던 길애의 마음이 다음 계절로 들어섰다. 계절이 이렇게 돌고 돌아오듯 사람 사는 인생의 행복과 불행도 돌고 돌아오는 것이라 믿는다면, 나도 견디면 되겠구나.
“아바디를 본 순간 도망치지 않고 살고 싶어졌어…….”
---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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