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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두드리는 소년

세상을 두드리는 소년

[ 개정판 ] 문학의 즐거움-46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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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5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28쪽 | 476g | 152*225*30mm
ISBN13 9788968300394
ISBN10 8968300399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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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푸(중국에서는 보통 친근한 의미로 본명 대신 이름의 한 글자나 성 앞에 ‘샤오’ 또는 ‘아’를 붙여 부르는데, 여기서도 주인공의 성인 ‘푸’ 앞에 ‘샤오’를 붙인 것임-옮긴이)는 충칭(중국 남서부, 양쯔 강 근처에 위치한 도시-옮긴이)의 의자 가마 제작소 거리에 있는 다이 씨의 이층집 앞 길가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문간에서는 샤오푸의 어머니가 고향에서 가져온 짐을 집 안으로 나르는 일꾼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중이었다. 어머니는 자신의 앞을 지나가는 살림살이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하루 종일 덜거덕거리는 수레를 탄 뒤 이틀 동안 혼잡한 화물선에서 시달린 터라 몹시 지쳐 있었지만, 자신의 아들과 가구는 멀쩡했다.
샤오푸는 지난 며칠이 물 흐르듯 빠르게 지나간 느낌이었다. 눈앞을 연이어 스쳐 가던 풍경과 낯선 이들의 얼굴에 샤오푸는 무척이나 설레었다.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도적에 대한 두려움에 여행은 오히려 더 흥미진진했고, 멀리서 충칭의 거대한 성벽이 보일 때는 모든 꿈이 다 이루어진 것만 같았다.
--- p.13~14

충칭에 온 지 어느덧 반년이 지났다. 그동안 충칭이 멋있고 재미있기만 한 곳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사건이 하나 있었다.
땅거미가 질 무렵 샤오푸는 집으로 가는 중이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두 벽이 만나는 뾰족한 모퉁이에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사람들은 귀신이 우둔해서 언제나 곧은길만 따라다닌다고 믿었다. 그래서 이런 모퉁이를 만들어 놓으면 지나가던 귀신이 부딪혀 사라진다고 생각했다. 이런 간단한 방법으로 사람들은 가족의 안녕을 기원했다.
샤오푸가 그곳으로 다가갔을 때 사람들은 막 흩어지는 중이었다. 대부분 겁에 질린 표정이고, 몇몇은 불안한 표정으로 마주 보며 수군거렸다. 호기심이 잔뜩 생긴 샤오푸는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갔다. 어느덧 주위에는 군인 여섯 명과 샤오푸밖에 남지 않았다.
군인들은 짐꾼 하나를 에워싸고 있었다. 그중 한 군인은 벽에 등을 기대고 서 있는 짐꾼의 가슴에 총을 겨누었다. 짐꾼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군인들에게 애원했다.
군인 하나가 짐꾼의 말을 잘랐다.
“열을 셀 때까지 우리의 이불을 나르지 않으면…….”
군인은 잔인한 미소를 지었다.
“제발 한 번만 봐주십시오. 저는 이미 주인에게 가야 할 시간이 지났습니다. 시간을 지키지 않으면 주인과 약속한 돈을 받을 수 없게 됩니다. 그러면 저희 가족은 모조리 밥을 굶어야 합니다.”
짐꾼이 울며 애원했다.
샤오푸는 곤경에 처한 짐꾼 옆으로 시선을 옮겼다. 군인들 것으로 보이는 이불 꾸러미가 여럿 놓여 있었다. 또 그 옆에는 쌀가마니 두 개가 달린 짐꾼의 멜대가 있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군인이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짐꾼은 두려움으로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나리…….”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나리! 제발 봐주십시…….”
순간, 고막을 찢을 듯한 총성과 함께 짐꾼의 마지막 애원이 가냘픈 비명 속으로 묻혀 버렸다. 짐꾼은 땅바닥에 쓰러졌다.
샤오푸는 공포에 질린 채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불과 몇 초 전까지만 해도 가족의 끼니를 걱정하던 남자가 붉은 피로 물든 시체가 되어 쓰러져 있는 모습을.
갑자기 한기가 느껴지면서 몸이 덜덜 떨렸다. 어서 빨리 이 구역질 나는 만행의 현장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걸음을 뗄 수가 없었다.
--- p.60~62

샤오푸는 망치로 금속을 다듬으며 말했다.
“딴 세상에 온 것 같아요. 전 이제껏 스승님과 다른 분들이 저를 의심한다고 믿었거든요.”
“우리가 그렇게 행동한 건 사실이지만 일부러 그랬다는 건 너도 짐작할 게다. 우리가 널 의심하는 것처럼 보여서 그 녀석을 안심시키려고 했으니까. 물건이 어떻게 사라졌는지 확인한 다음에 조치를 취하려고 했지.”
때마침 주위가 조용해져서 샤오푸는 나지막하게 물었다.
“제게 직접 물어보지 그러셨어요?”
“네가 모르게 하려고 했으니까.”
“제가 그 때문에 얼마나 속을 끓였는지 모르실 거예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스승님께서 절 의심하시는 건 견딜 수 없었어요.”
탕 씨는 한동안 샤오푸를 바라보더니 말했다.
“어젯밤까지도 점원이 범인이라고 확신한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루 씨와 추 씨에게 처음 물건이 사라졌다는 말을 할 때도 점원이 의심스럽다고 했지. 물론 그들도 네가 범인은 아닐 거라고 했지만, 최근에 네가 물건을 관리해 왔으니까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구나. 그들이 너를 의심한 건 순전히 그것 때문이었지. 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너를 아들처럼 믿는다고 했다. 이 정도면 마음이 좀 풀리겠느냐?”
샤오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탕 씨는 말을 마치고 만족스러운 듯 발걸음을 옮겼다. 너를 아들처럼 믿는다……. 샤오푸는 이 말을 몇 번이나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만약 그가 좀 더 어렸다면 지금 흐르는 눈물이 감격 때문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샤오푸는 그저 용광로에서 나온 연기 때문에 흘리는 눈물이라고 믿었다. 그는 다시금 망치를 높이 들어 올려 금속판을 힘껏 두드렸다.
--- p. 267~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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