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오페라의 유령〉의 R석은 10만원이었다. 두 번째 등급마저도 10만원에 판매했다는 점이다. “아무리 〈오페라의 유령〉이라지만 두 번째 등급이 10만원인데 우리 작품이 그보다 낮아선 안 되지”라는 분위기가 제작자들 사이에 형성됐다. 이런 추세는 2004년초 13만원짜리 VIP석을 내놓은 〈맘마미아〉가 또다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더욱 확고해졌다. ‘대형 뮤지컬 최고가 = 10만원 이상’은 하나의 불문율이 되고 말았다. - 36p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사운드 오브 뮤직〉 〈지붕 위의 바이올린〉의 공통점은? 세계적으로 빅 히트한 영화? 틀린 답은 아니다. 하지만 조금 더 정확히 답하면 다음과 같다. ‘뮤지컬로 대박을 친 뒤 영화로 만들어져 영화까지 성공한 콘텐츠.’ - 52p
최근 ‘뮤지컬붐’을 타고 여러 대학에서 신설돼 현재 뮤지컬과가 있는 대학은 무려 20곳에 이른다. 하지만 뮤지컬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 과정이라고 보긴 사실 힘들다. 뮤지컬 배우를 양성하기 위한 과정이 주를 이룬다. 교수진도 대부분 배우 출신이며, 커리큘럼 역시 보컬 트레이닝이나 연기 학습에만 치중한다. 뮤지컬에 가장 근간을 이루는 작곡이나 극작 전공이 없으며, 뮤지컬 역사나 이론, 분석도 없다. - 68p
영화, 드라마 시상식에서는 여우주연상 부문을 흔히들 ‘시상식의 꽃’이요, 하이라이트로 본다. 반면 뮤지컬 시상식에서는 가장 핫한 분야가 남우주연상이다. 후보 선정 때부터 쟁쟁하고, 배우들의 이름값도 높다. 여자 배우보단 남자 배우의 주가가 뮤지컬이란 장르에서는 상대적으로 높다는 뜻이다. 왜 그럴까. 여자 관객이 많기 때문이다. - 86p
뮤지컬 주연 배우 다수 캐스팅은 철저히 스타에 의해 작품을 택하는 한국적 관람 풍토에 의해 출발, 작품의 완성도를 훼손시키는 요소로 비판 받아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관객에게는 다양한 선택의 폭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출연진에겐 치열한 경쟁구조를 불어넣어 프로덕션의 질을 높이는 긍정적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 109p
노련한 타냐, 그는 애송이 페퍼에게 한 수 가르친다. “네 엄마는 (네가 이러는 걸) 아니?” 얼마나 기가 막힌가. 특히 타냐가 ‘Dose your Mother know’를 부를 때 런던 관객은 빵 터지고 말았다. 이 정도면 원래 아바 노래를 가져다 쓴 건 지, 뮤지컬 〈맘마미아〉를 위해 아바가 별도로 작곡한 건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 156p
헤드윅은 불우한 트랜스젠더의 개인적 사생활을 토대로 하고 있다. 그런데 그 스토리를 연대기 순으로 하는 게 아니다. 헤드윅의 모놀로그 형식으로, 시작부터 자신이 어떻게 세상에 알려지게 됐는가를 얘기하기 위해 교통사고를 언급한다. 그리곤 어릴 적 아픔, 어머니, 토미, 첫 남편 루터 등을 훌쩍훌쩍 건너다닌다. 그냥 사건과 에피소드만 떠들고 노래하는 게 아니라 헤드윅의 감정, 의식, 고통과 함께 버무리게 된다. 일종의 수다랄까. 우리가 원래 그렇게 얘기하지 않나. - 201p
‘뮤덕’은 〈헤드윅〉으로 대표되는, 숨은 보석을 발굴해 대중화의 초석을 다지기도 했으며, 뮤지컬 시장이 지나치게 상업적인 분위기로 흐를 때 중심을 잡아 주었고, 시장 확대에도 기여했다. 일부 부작용이 있긴 했지만, 한국 뮤지컬 성장 저변에 뮤덕의 무한애정이 있었음은 간과할 수 없다. 그들이 앞으로 또 어떤 양상을 보일지 주목된다. - 211p
〈잭더리퍼〉 〈삼총사〉 〈클레오파트라〉 등도 모조리 판권을 계약했다. 어차피 〈드라큘라〉 말고는 해외에서 공연된 적이 없던 뮤지컬이었다. 한국에서 건너와 자기네 뮤지컬을 하겠다는 게 오히려 이상했을 수도 있고, 가욋돈이 생긴다고 좋아했을 수도 있다. 판권 계약도 무척 저렴하게 했다. 매출액을 기준으로 삼지 않고, 그저 ‘회당 얼마’라는 식으로 했다. 훗날 이 뮤지컬들이 한국에서 대박 행진을 쏘아 올릴지 전혀 짐작하지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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