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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전쟁

: 인류사상 최대 단일전, 독일-소련 전쟁 1941-1945

[ 개정판 ]
리뷰 총점9.6 리뷰 5건 | 판매지수 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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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책은 '스탈린과 히틀러의 전쟁'(지식의풍경, 2003)의 재출간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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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8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592쪽 | 848g | 152*225*30mm
ISBN13 9791194263036
ISBN10 1194263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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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7년의 혁명가들은 꽤 복잡한 유산을 물려받았으며, 그들이 차리즘의 폐허 위에 세운 국가는 그들이 바란 것보다 그 유산에 더 많이 빚을 지고 있었다. 현대화는 1920년대와 1930년대 동안 계속되었다. 사실, 현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더라면 독일과의 전쟁은 사뭇 달리 진행되었을 것이다. 1941년과 1945년 사이에 벌어진 러시아의 전쟁은 현대와 고대의 풍부한 혼합체다. 스탈린이 택한 전쟁은 사회주의적 애국심의 단순한 표현으로서의 전쟁이 아니었다.
---「프롤로그」중에서

내전의 유산은 왜 민이든 군이든 소련 사회 전체가 1941년에 동원되어 독일의 공격에 맞서 싸웠는가를 설명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그것은 또한 왜 초기에 벌어진 싸움이 그토록 무능하고 비싼 대가를 치렀는지 설명해준다.
---「1장 어둠이 내려앉다」중에서

스탈린은 왜 그렇게 눈이 멀었을까? 소련은 세계 최대의 첩보망을 가지고 있었다. 스탈린은 왜 그것을 완전히 무시했을까? 그는 거의 선천적으로 다른 사람을 믿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는 왜 정치가들 가운데 가장 교활한 히틀러를 눈에 띄게 신뢰했을까?
---「2장 한밤이 되기 전 그 시간」중에서

소련군에게는 적국과 동맹국이 가정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능력이 있었다. 소련군은 볼셰비키 원시성의 희생물이 아니라 기습의 희생물이었다. 스탈린이 독일은 여름에 공격하지 않으리라고 고집하는 통에 가장 기본적인 경계 조치조차 없었다. 항공기는 주요 공군 기지에 위장도 하지 않은 채로 먹음직스럽게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3장 동방을 유린하는 고트족」중에서

소련과 벌이는 전쟁을 히틀러는 페어니히퉁스크리크(Vernichtungskrieg), 즉 절멸전으로 규정했다. 그가 볼 때 소련은 독일 문명과 유럽 문명의 주적인 유대인, 볼셰비키, 슬라브인의 순수 집약체였다. 이 전쟁은 다른 두 세계 체제 사이에서 죽을 때까지 벌어지는 전쟁이었지, 그저 세력이나 영토를 얻으려는 싸움이 아니었다. 1941년 침공의 실질적인 전략적 논거가 무엇이든, 히틀러는 그 싸움이 이념적 동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감추지 않았다.
---「3장 동방을 유린하는 고트족」중에서

레닌그라드 전체가 먹을 것을 더 많이 찾으려고 미친 듯이 노력했다. 심지어 배급표를 훔치거나 거래했다. 가장 허약한 사람의 손에서 빵을 낚아채고는 그 사람 앞에서 꾸역꾸역 먹는 자도 있었다. 사람들은 새, 개, 고양이를 잡고, 의약품을 먹고, 아교와 가죽으로 수프를 만들었다. 굶주림은 사람들 사이에서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을 가려냈다. 어머니는 자식을 구하려고 스스로를 희생했다. 어머니가 죽으면 자식들은 그 곁에서 추위에 떨고 먹지 못하다가 죽어갔고, 자포자기한 이웃이 그들의 배급표를 훔쳤다. 배고픔은 새로운 도덕률을 만들어냈다. 죽느냐 사느냐라는.
---「4장 삶과 죽음 사이에서」중에서

그중에서도 가장 악명 높은 범죄는 키예프 외곽의 바비야르 BabiYar[오늘날 우크라이나 바빈야르Babyn Yar]에 있는 한 골짜기에서 단 이틀 만에 유대인 3만 3771명을 학살한 것이다. 독일이 점령한 뒤 얼마 되지 않아 파르티잔이 시 중심부에서 독일군 제6군 사령부로 쓰이는 콘티넨탈 호텔을 폭파했다. 당국은 ‘앙갚음’하기로 결정했다. 1941년 9월 26일에 유대인은 모두 사흘 안에 재거주 신고를 하라는 고지문이 도시에 나붙었다. 3만 명이 넘는 유대인이 나타났으며, 그들은 대부분 독일 당국의 목적이 재거주 신고 접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들은 시 교외의 골짜기로 끌려갔다. 그 골짜기는 모래 둔덕 사이에 파낸 1마일 길이의 대전차호였다. 거기서 그들은 작은 무리로 나뉘어 짐을 들고 골짜기 벼랑으로 갔다. 골짜기 바닥에는 길이 약 60야드, 깊이 8피트의 구덩이가 파여 있었다. 희생자들은 발가벗겨졌고 귀중품을 빼앗겼다. 그다음 그들은 골짜기 벼랑에 놓인 널빤지 위에 세워졌고, 목덜미에 총을 맞았다.
---「5장 내부로부터의 싸움」중에서

붉은군대가 스탈린그라드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는가는 군사적으로 설명하기가 불가능하다. 추이코프는 부하들에게 기운을 불어넣었다. 9월에 그의 본부에 폭탄 공격이 한 차례 가해지고 10월에는 불붙은 석유가 밀려와 그의 벙커로 흘러들었는데도 추이코프는 자기가 있는 곳, 부하들 사이에서 전선에 남았다. 그의 결연함은 다른 이들에게도 퍼져 나갔다. 다른 사령관이었다면 부하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추이코프는 스탈린그라드의 혹독한 도전을 견뎌내지 못하는 이들을 용서하지 않았다. 전투 동안, 비록 그들 모두가 정규 군인은 아니기는 했어도, 1만 3500명이 용기 부족이라는 죄로 처형되었다고 주장되어왔다. 거의 틀림없이 그들 모두 겁쟁이였던 것은 아니다. 추이코프는 결연한 숙명론을 보여주었고, 이것은 그의 지휘를 받는 이들의 사기에 반영되었다.
---「6장 부글부글 끓는 솥」중에서

양측은 앞으로 벌어질 결정적인 싸움이 되리라고 느꼈다. 붉은군대는 인력의 40퍼센트와 기갑 부대의 75퍼센트를 전투 지역에 밀어넣었다. 이 전력을 잃어버리면 재앙이 닥쳐왔을 것이다. 히틀러 측으로서는 성채 작전의 성공이 결정적이었으며, 이것이 그가 독일군의 힘에 더 큰 자신감을 가질 때까지 작전 개시일을 미룬 까닭이었다.
---「7장 성채 작전」중에서

‘총력전’이라는 용어가 어떤 실질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면, 그 용어는 틀림없이 독일과의 전쟁이 한창일 때 소련을 묘사하는 말일 것이다. 그토록 많은 국민을 전쟁 수행 노력을 위한 작업으로 내몬 국가는 없었으며, 사람들에게 그토록 힘겹고 기나긴 희생을 요구한 국가도 없었다. 후방 국민의 삶은 전쟁이 벌어지는 전선의 고통스러운 싸움을 빼닮은 분투였다. 1943년 이후의 여러 승리는 크나큰 대가를 치른 결과였다. 소련을 단일 전시 병영으로 바꾸겠다는 스탈린의 약속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었다. 전쟁은 일상생활의 모든 영역을 지배했다.
---「8장 거짓 새벽」중에서

히틀러는 이튿날 점심때, 비록 음식을 먹을 이유가 없음이 거의 틀림없기는 했지만, 비서 두 사람과 전속 요리사와 함께 마지막 식사를 했다. 그런 다음 그는 벙커에 있는 사람들과 진지하게 악수하고는 신부와 함께 자기 방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 오후 3시 30분에, 소련 군인들이 국회의사당 건물의 상층을 차지하려고 싸우고 소련군 전차가 제국 청사 주위 도로를 내달리는 동안, 에바 브라운은 독약을 먹고 히틀러는 자기 머리에 총을 쏘았다.
---「9장 스바스티카의 추락」중에서

스탈린을 역사의 괴물로 만들어버린 후대의 평가는 당시에는 그의 직접적인 그림자 속에서 살면서 목숨을 부지한 사람에게만 가능했다. 스탈린은 말 그대로 우상이 되었으며, 이것을 서방인이 이해하기는 힘들다. 러시아의 전쟁에 참전한 군인들에게 스탈린은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적에 맞서서 그들을 러시아 역사상 견줄 예가 없는 승리로 이끈 사람이었다. 거기에는 진실이 존재하지만, 부분적 진실일 뿐이었다. 승리는 승자와 패자에게 터무니없이 심한, 막대한 희생을 안겨주고 얻은 것이었다. 희생은 스탈린의 인민이 그가 죽을 때까지 계속 치러야 했다. 1914~1918년의 전쟁에서 자라난 내전과 마찬가지로 소련의 전쟁은 1945년에 정적이 전쟁터를 감싼 뒤에도 오랫동안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10장 개인숭배」중에서

독일이 전쟁에 졌지 소련이 이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견해는 사실과 잘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1941년에 독일 장군들은 ‘무식한 반(半) 아시아’ 전사인 러시아인, 그리고 ‘제정 러시아 장군 … 보다 훨씬 덜 위협적인’ 소련 지휘관을 상대로 한 승리는 (기껏해야 8주 내지 10주가 걸릴) 시간문제라는 자신감에 차서 출전했다. 이런 판단은 일어난 사건들로 거의 입증되었다. 독일군이 패하려면 독일 지도자들이 전혀 예기치 못한 그 어떤 것이 필요했다. 바로 소련이 경제력을 회복하고 군대를 개혁하고 출중한 자질을 지닌 지도자를 키워내는 것이었다. 이런 것이 없었다면 독일은 질 수 없었을 것이다. 소련은 전쟁에서 승리해야 했다. 이제는 소련 시민의 내부 깊숙한 곳에서 답을 찾는 것이 더 일반적이다.
---「에필로그」중에서

소련의 성공은 이 모든 요인에 무엇인가를 빚지고 있다. 그 요인이란 대중의 애국심과 타고난 인내심, 스탈린의 역할, 계획 수립 및 동원의 정치환경, 그리고 창의성과 노력의 일시적 만개 등이다. 마지막 요인은 매우 강력해서 대숙청 이후 사회를 괴롭혀온, 복종할 팔자를 타고났다는 암울한 풍조를 극복하기에 충분했다. 전쟁 수행 노력은 단지 자기가 속해 사는 체제에 반항하는 사람들의 노력으로만 지탱되지 않았으나 소비에트 국가, 그 지도자, 당의 산물도 아니었다. 두 요소가 상대를 완전히 신뢰하지 않으면서도 독일의 공세가 부과한 상호 필요성으로 말미암아 한데 결합되어 불안정하게 공생하면서 작동했다. 대가를 더 적게 치르고 더 인간적으로 덜 억압하고 무수한 사람이 죽지 않고도 승리를 얻을 수 있었다는 데 의심을 품는 이는 없다. 그러나 바로 그것이 소련이 치른 전쟁의 비극이었다. 고통받은 한 민족의 희생이 승리는 가져왔지만 노예 상태의 해방은 가져오지 못했던 것이다. 상실의 기나긴 역사 속에서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승전의 순간에.
---「에필로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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