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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신료 전쟁

: 세계화, 제국주의, 주식회사를 탄생시킨 향신료 탐욕사

리뷰 총점10.0 리뷰 13건 | 판매지수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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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세계문화 43위 | 역사 top100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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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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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4년 08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316쪽 | 444g | 148*217*16mm
ISBN13 9791172131005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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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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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로 인도 항로를 개척한 사람은 바스쿠 다가마였다. 그는 목적지인 인도를 거쳐 리스본으로 돌아가기까지 2년간 4만 2000킬로미터를 항해했다. 함선 4척에 170명의 인원으로 출항했으나 귀국할 때는 2척의 배와 생존자 55명뿐이었다. 그렇다면 바스쿠 다가마는 왜 이토록 무모한 항해를 감행했던 걸까? 포르투갈 국왕은 왜 도박에 가까운 모험에 막대한 투자를 했을까?

콜럼버스와 바스쿠 다가마 이후로도 많은 배들이 스페인과 포르투갈 항구를 떠났다. 한 세기가 지난 후에는 네덜란드와 영국에서도 탐험이 줄을 이었다. 항해 중에 많은 사람이 죽었으나 모험을 멈추지 않았다. 그들이 인도로 가려고 목숨을 건 데는 여러 이유가 있었을 테지만 그중 하나가 바로 향신료였다. 콜럼버스가 결국 찾지 못한 것도 유럽인들이 열광하는 향신료인 후추였다.
--- p.17~18

스파이스제도는 말루쿠(Maluku) 또는 몰루카(Molucca) 로 알려진 바다에 있는 섬들이다. 믈라카에서 해협을 지나 남동쪽으로 내려가면 보르네오와 자바섬 사이의 자바해에 이른다. 거기서 동쪽으로 나아가 술라웨시섬을 끼고 북쪽으로 올라가면 거기가 말루쿠해다. 그동안 수많은 유럽인이 이곳을 찾으려고 애썼다. 선단을 꾸리고 아프리카 서안 대서양의 카나리아제도를 지나면서는 바람 한 점 없는 무풍지대에서 몇 개월을 꼼짝도 못 하면서 견뎌야 했고,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 근해에서 종잡을 수 없는 폭풍우에 시달려야 했다. 이들을 괴롭힌 것은 날씨뿐이 아니었다. 당시로서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병(괴혈병)에 걸려 목숨을 잃으면서 항해를 계속했다. 16세기 초에 포르투갈과 스페인 선단이, 한 세기 후에는 네덜란드와 잉글랜드 선단이 이런 위험을 감수하며 항해를 했다.
--- p.38~39

당시 네덜란드 상인들이 가진 배의 숫자는 다른 모든 유럽 국가의 배를 합친 것보다 많았다고 한다. 16~17세기뿐 아니라 지금도 네덜란드의 로테르담은 유럽 해운의 허브 구실을 한다. 러시아 화물의 상당 부분이 로테르담항에 선적된다. 지리적으로 북서 대서양에 인접해 있어 교역에 매우 유리하다. 위로는 영국과 스칸디나비아 지역을 잇는 북해가 있고, 대륙 쪽으로는 프랑스와 독일 사이에 있으면서 육로와 뱃길로 이베리아반도에 갈 수 있다. 육로로는 동유럽을 거쳐 러시아까지 이어진다. 북해, 북대서양, 지중해는 물론 육상 운송까지 모두 가능하다는 뜻이다. 선박 수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조선업이 발달했다는 의미이다. 당시 네덜란드 선박 건조비는 영국의 반에도 못 미쳤다. 대량 생산 체제의 기본인 표준화 작업이 앞서 있었기에 원가를 절감한데다 설계 능력도 뛰어났다.
--- p.61

여기서 잠시 칼레 해전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프랜시스 드레이크에 대해 알아보자. 그의 프로필을 찾아보면 군인, 해적, 함장, 모험가, 기사(Knight) 등이다. 그가 참전한 대표 전투가 칼레 해전이고 그 외에도 스페인과의 몇몇 소규모 전투에 참여한 바 있다. 카리브해에서 스페인 상선을 약탈하는 해적질도 주요 이력이었다. 세계 일주 역시 중요한 행적이었는데 역사적으로 페르디난드 마젤란이 첫 번째 세계 일주자고(사실 그는 일주를 못 하고 필리핀에서 죽었다), 드레이크가 두 번째 일주자다(완벽한 걸로 치면 첫 번째일 터다). 비교하자면 마젤란은 향신료를 찾아 말루쿠제도를 목표로 항해했고 드레이크는 약탈을 목표로 스페인 상선을 찾아다니며 세계를 일주했다. 마젤란은 태평양 항해 중 갑판에서 망원경으로 육지를, 드레이크는 스페인의 갤리언선을 찾았을 것이다. 드레이크의 세계 일주는 1577년 영국 서남부의 항구 도시 플리머스에서 시작해 1580년에 끝났다.
--- p.76~77

노바야제믈랴 북쪽으로 진행하던 바렌츠는 결국 얼음에 갇혔다. 선원 16명, 사환 소년 한 명으로 이뤄진 팀이었다. 견딜 수 없는 추위에 바렌츠 일행은 배에서 내렸다. 노바야제믈랴섬에 자리를 만들고 갑판에서 뜯어낸 널빤지로 오두막을 지어 8개월을 버텼다. 이듬해 6월 얼음이 어느 정도 녹자 구명보트를 타고 탈출했다. 몇 명은 이미 사망했고 바렌츠도 심하게 병든 상태였다. 탈출한 지 일주일 만에 바렌츠는 어느 얼음 섬에서 사망했다. 나머지 생존자들은 도중에 러시아 어부를 만나 식량을 얻고 1000킬로미터 거리를 노에 의지해 항해했다. 무르만스크의 콜라반도에 다다랐을 때 다행히 네덜란드 배에 의해 구조됐다. 앞서 이들이 얼음에 갇혔을 때 지내던 오두막은 170년이 지난 1871년에 노르웨이 사냥꾼에 의해 발견되었다. 놀랍게도 그곳에는 바렌츠의 항해 일지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는데 뱃길과 기상 상태 등이 너무나 자세히 기록되어 있어 탐험자들에게 더없이 좋은 자료가 되었다.
--- p.126~128

초기에는 현지인들과 마찰이 심했다. 대체로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오해였으나 두 세대를 넘기자 자연스레 공존의 분위기가 정착됐다. 암본은 정향 산지인 트르나테, 티도레와 육두구 산지인 반다제도의 중간에 있다. 게다가 현지 중개인이 직접 물건을 가져다주었다. 반다해는 바람의 방향이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오락가락하고 풍랑도 자주 일어 결코 편안한 뱃길이 아니었다. 굳이 위험을 자초할 이유는 없었다.

포르투갈은 초기에 반다제도의 여러 섬에 들러 직접 통상을 시도했지만 환영은 고사하고 여러 사람이 살해당하는 일까지 겪었다. 주민들은 본능적으로 백인들을 적대시했고 포르투갈인도 마찬가지였다. 온갖 거짓말과 속임수에 진절머리가 나 있는 상태였다. 그러다 1605년 어느 날, 암본에 네덜란드 선박이 나타났다. 갤리언선으로 보이는 배 한 척이 수평선에 나타나더니 점점 해안으로 다가왔다. 얼핏 보아도 위용이 대단했다. 돛을 달아맨 마스트가 몇 개인지 세어 보기도 전에 갑판 밑에 촘촘히 입을 벌리고 있는 대포들이 보였다. 갑판에는 머스킷 총을 둘러메고 서 있는 병사들이 사뭇 위협적이었다. 수평선에 또 다른 배가 나타났다. 그리고 또 다른 배, 이어서 또 다른 배…. 이날 암본으로 들어온 네덜란드의 배는 9척이나 됐다. 모두가 대형 선박으로 포르투갈 지휘자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입을 쩍 벌리고 쳐다보는 것이 전부였다.
--- p.159

1616년 10월, 반텐에 있는 영국 동인도회사의 수석 영업 담당 존 주르댕은 너새니얼 코트호프를 지휘관으로 임명하고 스완(Swan)호와 디펜스(Defence)호, 2척의 배를 반다의 런섬으로 보냈다. 런섬은 말루쿠와 반다해에서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독점 체계에서 벗어나 있는 유일한 섬이었다. 얼마 전에 런섬에서 7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아이섬이 네덜란드의 수중에 들어간 후 유일하게 남은 희망이었다. 반다제도에서 제일 작은 섬으로 웬만한 지도에 표기할 수 없을 정도지만 섬 전체가 육두구 나무로 뒤덮여 있어 생산량이 만만치 않았다. 영국 동인도회사는 반다해의 마지막 보루인 런섬을 사수하기로 뜻을 모았다. (중략)

“방법은 있소만 당신들이 오해할까 봐 걱정이오.” 그들이 난감해할 때 코트호프가 말했다. “그 방법이 무엇입니까? 오해라니? 당치도 않은 말입니다. 말씀만 하십시오.” 오랑카야들은 방법이 있다는 말에 귀가 번쩍 뜨였다.

“그 방법은 당신들 모두가 우리 영국 국왕의 신민(臣民)이 되는 것이오. 이 섬을 영국 국왕에게 이양하고 당신들은 우리 국왕 폐하의 신하가 되는 것 말이오. 그러면 국왕 폐하는 당신들을 적들로부터 지키려고 싸울 것이오.” 코트호프가 단호하게 말했다.
--- p.194~197

이 정복전에서 2500명이 총에 맞아 죽거나 굶어 죽었다. 항복하느니 자살하겠다고 절벽에서 뛰어내린 사람도 부지기수였다. 300명이 안 되는 사람들만 간신히 근처 섬으로 피해 살아남았다. 이로써 1만 5000명으로 추정되는 반다제도 전체 인구에서 1000여 명만 살아남고 일부는 바타비아에 노예로 보내졌다. 그러나 이들 역시 항해 도중 상당수가 사망했다. 반다에서 바타비아는 돛배로 달포를 넘겨야 갈 수 있는 거리다. (중략)

개인적으로 나는 이 이야기를 쓰다가 거의 3주 동안 집필을 멈추어야 했다. 유럽인들이 자행한 악행은 비단 반다제도만의 일이 아니었다. 아메리카의 잉카 원주민 말살, 아프리카 전역에서 자행한 노예사냥 외에도 많다. 그중에서도 불빛을 향해 돌진하는 부나비처럼 싸우다 산화한 반다인들의 사연은 특히 처절했다. 참고로 현재 인도네시아에는 700개 정도의 서로 다른 언어를 가진 종족이 모여 산다. 내가 자카르타에 머물고 있었을 때, 선배였던 미스터 신이 뉴기니섬의 이리안자야 지역에 갔다 와서 이런 이야기를 해 주었다. 바로 옆에 있는 언덕 하나만 넘어가도 이웃 마을과 말이 달라 소통이 안 된다고 했다. 그때는 믿기 어려웠지만 아마도 사실이었을 것이다.
--- p.227~228

크롬웰은 화들짝 놀랐다. 잘나가던 동인도회사가 파산이라니! 1653년에 의회를 해산하고 정권을 잡은 이래 이런저런 계획서를 만들어 승인해 달라고 했을 때 ‘부자 놈들, 무슨 욕심을 그렇게 부려? 하던 일이나 잘할 것이지 인도는 또 뭐야?’ 하면서 무시해 왔던 게 사실이다. 청원대로 하려면 항해 조례를 제정하고 사업 특허를 줘야 했다. 그러나 항해 조례는 다른 나라와 외교 분쟁의 이유가 될 가능성이 매우 컸고 특허란 해당 회사에 인도 영역에서 전쟁을 수행할 권한을 주는 것이었다. 즉, 군대 보유는 물론 선전 포고와 영토 점령 등 외교권 일체를 내주는 일이었다. 왕정 시대였다면 왕이 알아서 할 일이지만 당시는 왕이 없는 공화정 사회였기에 크롬웰로서는 그런 특혜를 베풀 수가 없었다. 의회라면 가능할지도 몰랐다. 막상 동인도회사가 파산했다는 소식을 접한 크롬웰은 절반을 자기편으로 채워 넣은 의회를 설득해 청원을 승인했다. 윌리엄 코케인의 극약 처방이 주효한 것이다.
--- p.243

영국인 의사는 상처가 곪아 목숨이 위태로워질 것을 걱정하여 푸아브르의 팔을 절단했다. 그리고 네덜란드령 인도네시아 바타비아에 그를 내려놓았다. 그곳에서 치료를 받는 동안 활기찬 향신료 상거래 현장을 목격하고 놀랐다. 여러 나라의 배들이 바타비아항을 드나드는데 모두 향신료를 가득 싣고 있었다. 일본, 중국, 시암(태국), 벵골, 말라바르, 스리랑카, 수마트라 등의 배들을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네덜란드 상인들의 부유함에 놀랐다. 그들 대부분이 말루쿠의 정향과 반다제도의 육두구 거래로 큰 부자가 되었다. 그리고 네덜란드가 해당 작물들의 씨앗과 묘종의 역외 반출을 얼마나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는지도 알았다. (중략)

“정향과 육두구가 꼭 저들이 장악하고 있는 곳에만 있는 건 아니라우. 말루쿠와 반다가 얼마나 큰 지역인 줄 아시우?” 푸아브르는 이제 그가 가야 할 길을 알았고 그 일에 목숨을 바치리라 다짐했다. 그것은 정향과 육두구 나무를 훔치는 일이었다.
--- p.265~266

영국은 네덜란드를 몰아내고 말루쿠와 반다를 점령했다. 2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네덜란드가 전력을 다해 방어했던 그 지역, 정향의 트르나테와 티도레, 그리고 암본, 반다제도의 모든 섬의 육두구가 지금 영국인들 손에 들어온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영국인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영국은 실상 이곳을 영원히 점령하고 식민지로 삼을 생각이 없었다. 향신료는 이미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었다. 가격도 많이 내려가고 새로운 향신료들이 발견되어 음식 조리법도 달라진 상황이었다. 영국은 향신료 말고도 돈벌이가 될 상품들을 개발하고 있었다. 언젠가는 이 지역을 떠날 것이니 영국이 해야 할 일은 명확했다.

바로 그들의 식민지에 정향과 육두구를 옮겨 심는 것이었다. 우선 영국이 확실히 장악하고 있는 말레이반도가 고려됐다. 싱가포르의 래플스 총독은 이를 잘 알고 있는 정치가이자 식물학자였다. 그는 사업자에게 농장을 조성할 부지와 자금을 마련해 주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그 결과 싱가포르와 피낭섬이 새로운 향신료 허브가 되었다. 피낭섬은 래플스가 자바의 총독 대리인이 되기 전에 근무했던 곳으로 현지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이로써 네덜란드의 동인도 향신료 독점이 무력화됐다. 향신료 재배지는 세계 여러 열대 지역으로 퍼져 나갔다.
--- p.279~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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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세계 최초로 ‘먹방’이라는 트렌드를 만들어 낸 나라다. 그만큼 즐겁게, 잘 먹고 또 먹을거리에 관심이 많다. 그렇다면 맛의 본질은 무엇일까? 좋은 식재료와 훌륭한 조리 방법, 그리고 특별한 ‘향신료’에 있다. 향신료의 역사는 단순한 맛의 역사가 아니다. 향신료를 확보하기 위해 네덜란드인들은 주식회사를 만들었고 영국과 프랑스는 제국주의 국가로 거듭났으며 그 결과 세계는 하나가 되었다. 향신료 때문에 세계화가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자는 단순하지만 본질적인 이야기를 재미있고 유쾌하게 풀어 간다. 맛을 향한 인간의 욕망이 전쟁을 낳았고, 격렬한 싸움의 본질적인 부분을 바꾸어 놓았다는 발상이 흥미롭다. 언제나처럼 맛있게 먹되 더불어 이 책을 펼치고 그 맛의 진정한 의미를 살펴보자. 우리의 지성과 마음을 풍성하게 살찌우는 좋은 책이다!
- 심용환 (역사학자, 심용환역사N교육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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