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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토미나

: 17, 18세기 영국 여성 작가 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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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8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336쪽 | 428g | 140*210*18mm
ISBN13 9791141601171
ISBN10 1141601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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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5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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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지금에야 저에게 관심을 다시 가지는 듯한데, 예전에 저를 멸시한 당신이 이제 와서 사죄하며 저에게 사랑을 구한다는 것을 믿기 어렵고, 거짓말을 미끼로 순진하고 어린 저를 재미삼아 낚아보려는 심보가 아닌가 염려됩니다. 남자들은 속임 당한 여자들을 전리품처럼 과시하는 법이지요. 불행히도 저는 그렇게 속아넘어간 첫번째 여자도 아니고, 마지막 여자도 아닐 것입니다. 그런 술책으로 저를 유인할 생각이라면 차라리 깨끗하게 죽여주십시오. 저를 포로로 만들어 과시할 생각은 마십시오.
--- p.40 「계약」중에서

공작이 말했다. 그렇다면 총독으로 하여금 그 계약을 스스로 파기하게 하여 작은아버님을 자유롭게 해드리겠습니다. 당신은 제 소유이지 작은아버님의 소유가 아닙니다. 당신이 제 소유권을 거부하거나 저를 적으로 삼지만 않는다면 저는 제 권리를 주장할 것입니다.
하늘이 당신을 인도하길 바랍니다. 늦었으니 이만 돌아가세요.
당신 손에 입을 맞춰도 된다고 말해주십시오.
제 마음을 이미 가진 당신에게 손을 거절할 이유가 없습니다.
--- p.48 「계약」중에서

세상 사람들은 실제 있었던 일보다는 있었을 법한 일, 진실보다는 표면, 마음보다는 얼굴을 보고 판단을 내리기 때문에 그동안 수많은 순결한 여성의 명예가 더렵혀져왔다. 결론적으로, 이리저리 돌아다니거나 여행을 다녔음에도 폭력과 스캔들로 얼룩지지 않은 여성이라면 나는 하늘이 그녀를 특별히 보살폈다고 말하겠다.
--- p.70 「순결의 수난」중에서

왕자가 말했다. 폐하는 지금 사랑에 빠지셨습니다. 폐하가 사랑하시는 상대는 온갖 장점을 두루 갖추고 있습니다만, 그분은 폐하의 사랑을 절대 되돌려드릴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폐하가 사랑하시는 상대는 바로 여자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여자라는 사실을 숨기고 남장을 하고 있는데다 전사로 행세하고 있으니 폐하가 헷갈리실 만도 합니다. 폐하께는 얼마나 다정한지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너무나 잔인한 사람입니다.
--- p.159 「순결의 수난」중에서

논란의 여지 없이 여성은 타고나기를 남성보다 더 지조 있고 정의롭다. 만약 첫번째 애인이 변덕의 기술을 가르쳐주지 않았더라면 여자들은 연인의 곁을 떠나지 않는 비둘기와 같았을 것이고, 인도의 아내들처럼 죽은 연인의 무덤에 산 채로 뛰어들어 순장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관습이란 본성까지도 바꾸는 법이라, 여성들의 성정 또한 변해서, 오래된 습관이 제2의 천성이 되어버렸다. 여자들은 남자들의 삶을 본보기로 삼아 온갖 악덕을 저지르게 되었고, 거의 남자들만큼이나 지조 없는 변덕스러운 존재가 되어버렸다.
--- pp.173~174 「수녀 이야기, 혹은 서약을 어긴 미녀」중에서

사랑했다가 사랑하기를 그만뒀다가 (그리고 다른 이를 사랑했다가) 다시 처음의 사랑으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랑하는 대상이 아무리 매력적이더라도, 아니 처음 사랑했을 때보다 천배 더 매력적이더라도 말이다. 사람들은 이 사랑의 수수께끼에 대해 잘 모르지만 이보다 더 명백한 사실도 없다. 사랑의 불길이 사그라지더라도 재 속에 불씨가 남아 다시 활활 타오를 가능성이 있는 경우도 있긴 하다. 그러나 그 불씨가 완전히 꺼져버렸을 때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 불을 지피는 것은 불가능하다.
--- pp.233~234 「수녀 이야기, 혹은 서약을 어긴 미녀」중에서

우리네 여성들이란 우리 자신이 간절히 소망하는 바로 그것을 애인에게는 단호히 거절하기 마련이다. 신이 우리를 만들면서도 주저하는 마음이 있었는지, 여성은 스스로에게도 모순된 존재가 되어, 얼굴이 조화로울수록 마음은 불화로 가득하다. 여성들은 마치 하늘의 구름과 같아서, 이쪽에서 번개가 치면 저쪽에서 천둥이 치는 식이다. 말과 생각이 늘 영 딴판이다.
--- pp.251~252 「불행한 신부, 혹은 앞 못 보는 미녀」중에서

보플레지르가 숙녀 신분인 그녀에게는 자유로이 접근하지 못할 테니, 런던의 정부情婦가 되어 그의 접근을 받아주기로 결심했다. 그녀는 이런 인물로 행세하며 보플레지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황홀할지 떠올려보았고, 또한 그녀가 당연히 몸을 허락하리라고 여기는 그의 생각과 달리 그녀가 거절하면 얼마나 난감해할지 즐겁게 상상해보기도 했다.-그녀의 상상은 참으로 이상하고 이해하기 힘들었으며,-그녀의 욕망은 거칠고 종잡을 수 없었으며,-그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할 만큼 마음이 갈팡질팡했다.
--- p.273 「판토미나, 혹은 미로 속의 사랑」중에서

오직 정열만이 사랑을 축복으로 만들어주는바, 정열이 사그라지기 시작할 때면 나는 새로운 여인으로 변신하는 계략을 써서 고루한 남편 대신 정열적이고 거칠고 애달파하고 간절히 욕망하며 사랑에 시름시름 앓는 애인을 즐길 수 있었던 거야.-오, 무시받는 모든 아내, 그리고 사랑에 빠진 후 버림받은 모든 여인도 나처럼 이 방법을 채택하길!-그러면 남자들은 자기들이 친 덫에 보기 좋게 걸려들고 말 텐데! 너무 쉽게 정복당하고 잘 울고 징징거린다는 이유로 여자들을 비난할 수 없을걸!
--- pp.298~299 「판토미나, 혹은 미로 속의 사랑」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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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마거릿 캐번디시가 하는 모든 이야기는 로맨스이고, 그녀가 하는 일은 모두 로맨틱한 것뿐이다.
- 새뮤얼 피프스 (17세기 영국 작가, 행정가)
모든 여성이 애프라 벤의 무덤에 꽃을 헌정해야 한다. 그녀 덕분에 여성들은 자기 생각을 표현할 권리를 얻게 되었기 때문이다.
- 버지니아 울프 (소설가)
애프라 벤은 작품에 수녀를 등장시킴으로써 “페미니즘 사상의 역사”로 들어가는 관문 역할을 하기도 했다.
- 수전 골딩 (영문학자)
일라이자 헤이우드가 문학사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주목할 만하나, 그동안 그녀의 작품만큼이나 무시되었고 오해받았으며 잘못 전해져왔다.
- 폴라 백샤이더 (영문학자)
「판토미나」는 도덕적 모호성으로 흥미를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기발하고 결단력 있게 행동하는 여주인공으로 기억에 각인되는, 유쾌하리만치 별나고 전복적인 소설이다.
- 패트릭 스페딩 (영문학자)
여성의 욕망은 불온하고 파괴적이며, 자기기만으로 점철된 모순덩어리다. 사랑은 결국 신체적인 현상일 뿐이며, 욕망은 일방향으로 움직인다. 연애는 여성에게 폭력이고, 결혼은 환상이거나 타협이다. 그럼에도 이 세 작가가 로맨스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은 이유는 이 장르에 연애 이상으로 많은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 독자는 이 작가들의 ‘로맨스가 아닌 로맨스’에서 특히 사랑의 정치학과 욕망의 정신분석학이란 두 가지 맥락을 읽어낼 수 있다.
- 민은경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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