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봉지로 얼굴을 가리고 다니라는 둥 아무도 널 사랑하지 않을 거라는 둥, 그런 말을 들으면 당연히 마음이 아프지. 그렇지만 그동안 내가 겪어온 일들을, 다른 사람도 아닌 네가, 그 코딱지만 한 흉터에 비교할 땐 그보다 더한 상처를 받는 기분이었어.”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었어. 난 단지 네 기분을 풀어주려고 그랬던 거야.”
“내 기분은 지금 아주 엿 같아. 내가 못생겼을지는 몰라도 최소한 그간의 일들을 하찮은 것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아. 그러면 진짜로 난 아무것도 아닌 게 될 테니까.”
“하찮지 않아. 내가 널 보면서 얼마나 감탄하는데. 넌 똑똑하고 예뻐, 캐서린.”
“예쁘다고? 공주처럼 말이니?”
캐서린이 두 손을 비빈다.
“마크와 그 친구들이 날 보면서 비웃었어.”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솟아오른다.
“나도 너처럼 보이고 싶어. 네 그 앙증맞은 흉터가 내 거였으면 좋겠어. 나도 아빠가 있어서 우리를 보살펴줬으면 좋겠고, 엄마가 저렇게 힘들게 일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이 빌어먹을 흉터들이 모두 사라져버렸으면 좋겠어. 그럼 나도 너처럼 될 수 있을까.”
“그러지 마, 캐서린.” 제시가 입술을 깨문다. “내가 생각이 없었어. 네가 그렇게 받아들일지 생각 못했어.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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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엄마는 흉터를 숨기려고 후덥지근한 스웨터를 입히거나 커다란 모자를 씌워서 아이들을 땀범벅이 되게 하거나 되레 겁을 먹게 만드는 다른 엄마들에 대해 분노를 참지 못했다. 엄마는 그런 엄마들에게 이렇게 쏘아붙이곤 했다.
“화상도 당신 아이의 일부란 걸 아세요. 당신이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면 그 상처부터 받아들여야만 해요.”
그리고 엄마는 남들의 시선에서 제 아이를 감추기에 급급한 사람들에게 보란 듯이 산타클로스와 사진을 찍으러 가는 캐서린의 머리에 리본을 달아주었다. 레이첼도 캐서린과 같은 노란색 리본을 달았다.
“하지만 엄마, 난 머리카락이 없잖아. 다 보이는걸, 엄마.”
“캐서린, 넌 네 흉터들을 감춰서는 안 돼. 그러면 앞으로 넌 영원히 그걸 감추려고 하게 될 거야.”
--- p.30
윌리엄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만진다.
“정말 부드럽구나.”
‘내 머리카락 만지지 마. 흉터들을 가리려고 일부러 덮어놓은 거란 말이야. 거기에 화상 자국들이 있어. 내가 너무 복잡하다고 네가 그랬던 거 기억 안 나?’
그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기 시작한다. 마음으로는 뿌리치고 싶지만 캐서린은 그의 손길이 너무나 따스하고 편안하다. 마치 몸이 찰흙으로 만든 인형처럼 말랑말랑해지는 느낌이다. 그녀는 간신히 들릴 듯 말 듯 속삭이는 목소리로 저항을 한다.
‘넌 날 좋아하지도 않잖아. 아니야?’
가슴이 덜컹 내려앉으면서 알 수 없는 갈망이 옥죄어온다.
‘그만…… 그만해, 윌리엄. 제발…… 멈추지 마……. 멈추지 마.’
그가 그녀의 얼굴을 끌어당긴다.
‘너무 가까이 다가오지 마, 윌리엄. 난 못생겼어. 너도 알잖아. 네 눈에도 다 보이잖아.’
그는 본능적으로 흉터들을 가리기 위해 들어 올린 그녀의 손을 가만히 옆으로 밀어낸다. 그리고 천천히 숨을 고르며 그녀를 감싸 안는다. 둘의 숨결이 서서히 하나로 얽혀들고, 그는 부드럽게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한다.
--- p.298
‘엄마, 레이첼. 내가 두 사람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야. 내 곁에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많이 있다니 난 정말 운이 좋은 아이지 뭐야. 담당 의사 선생님과 병원에 있는 모두들. 제시와 리즈, 다른 학교 친구들, 로버츠 씨, 그리고 코디네이터까지. 윌리엄도 있지. 난 걜 사랑하는 것 같아. 그리고 할머니와 할아버지도 여기 계시고. 난 하고 싶은 일도 있어. 인명 구조원이 되는 거 말이야. 가능하면 챔피언십에도 도전해보고 싶어. 스무드 카페에서 일도 할 거야. 그래야 방학 때 쓸 돈을 마련하지.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해. 난 의사가 될 거니까. 꼭.’
그녀는 눈물을 훔친다.
‘내가 왜 울고 있는 거지? 의사 선생님, 저는 꼭 선생님처럼 누군가의 영웅이 될 거예요. 내 흉터들이 모두 깨끗하게 사라지는 날은 오지 않겠지만 이제는 전처럼 두렵지 않아요. 더 이상 내 자신이 괴물처럼 느껴지지도 않고요.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말이에요.’
--- p.3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