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허무함이 불현듯 엄습하면 ‘누구나 살다 보면 그럴 때가 있기 마련이다’라며 별것 아닌 감정으로 치부하거나, ‘하루하루 바쁘게 살다 보면 그런 감정은 사라질 거야’라며 평소보다 바쁘게 생활합니다. 그렇게 하면 마음속 허무함을 털어 낼 수 있을 거라 여기면서요.
하지만 우리는 허무한 마음과 마주하는 일에 서툽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마음속 텅 빈 구멍을 메우기 위한 무언가를 필사적으로 찾는 거지요. 그 결과 수많은 사람이 ‘○○중독’에 빠집니다. 쇼핑 중독, 도박 중독, 연애 중독, 자녀교육 중독 등등. 그중 가장 흔한 중독이라고 하면 단연 알코올 중독이 아닐까 싶네요. 만일 당신이 2~3일에 한 번꼴로 술을 마신다면, 이미 가벼운 알코올 중독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불어 알코올 중독만큼 많은 사람이 걸리는 것이 일중독입니다. 가끔 견디기 힘들 만큼 허무함이 엄습하지만,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은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그런다고 딱히 해결될 것 같지도 않으니까요. 그 결과 더욱 일에 매진하게 됩니다. 자기 삶이 가진 문제와 직면하면 왠지 무서운 일이 일어날 것 같으니 어떻게든 외면하고 바쁘게 지내려고 하는 겁니다. 그러려면 일에 매진하는 게 최선이라는 결론이 나오죠.
어떻게 보자면 일중독이 알코올 중독보다 심각하다고 할 수 있어요. 생각해 보세요. 알코올 중독자가 알코올에 빠지면 “자기 통제를 못 한다”라며 비난을 받잖아요. 그런데 일중독자가 일에 빠지면 어떤가요? “의욕적이다”, “프로답다”라며 칭찬을 받아요. 자신이 일중독이라도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우리가 중독에 빠지는 이유」 중에서
우리는 왜 내면의 허무함을 애써 외면하려 할까요? 내면의 허무함을 인정하면, 더 깊은 의식의 심연과 직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살다 보면 때때로 자신도 어쩌지 못하는 허무함에 사로잡힐 때가 있습니다. 바라보지 않으려 해도 바라볼 수밖에 없는, 그런 감각에 갇혀 자기도 모르게 끝없는 수렁에 빠지게 되지요.
이러한 끝 모를 마음의 허무함을 빅터 프랭클은 실존적 공허(existential vacuum)라고 불렀습니다. 일단 실존적 차원에서 극한의 허무함을 맛보고 나면 공허함의 늪에 빨려 들어가고 맙니다. 처음에는 어딘가 부족하다, 허전하다 정도였는데 이제는 사는 게 다 덧없이 느껴집니다. 급기야 ‘나는 왜 태어났을까’, ‘나는 왜 살아가는가’라는 식으로 인생의 의미 자체를 의심하는 단계에 이르지요.
--- 「허무함에 지는 사람의 특징」 중에서
수학여행 첫날은 0세부터 20세까지예요. 낯선 여행지에서 시작하는 첫날이라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고 주변을 기웃거리는 상태지요. 첫날의 마무리는 20세까지로 이제부터 어른의 인생이 시작될 참입니다.
둘째 날은 20세에서 40세까지예요. 수학여행에서 가장 즐거운 시간이지요. 다양한 곳을 다니고, 여러 자극을 받고, 호기심을 충족시키며 친구들과 즐겁게 지냅니다. 인생에서 가장 활동적인 시기라고 할 수 있지요.
셋째 날은 40세에서 60세까지예요. 수학여행의 절정에 해당하는 날로 중요한 목적지에 도착하게 됩니다. 인생에서는 사회 활동의 전성기로, 사회적 지위도 가장 높아지는 시기입니다.
그리고 드디어 넷째 날, 수학여행의 마지막 날을 맞이합니다. ‘이제 끝이구나’라며 현실을 받아들이고 아쉽지만 돌아갈 채비를 합니다. 인생으로 치면 딱 60세가 넷째 날 아침인 셈입니다. 죽음과 죽음 이후의 일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기는 때지요. 앞으로 죽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저승, 다시 말해 보이지 않는 세계로 돌아갈 준비를 합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중년의 위기란 이 세상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최선을 다하던 사람이 점차 늙음을 받아들이고 보이지 않는 세계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시기입니다.
--- 「“인생은 세상에서 보낸 4일간의 수학여행이다”」 중에서
하지만 프랭클 심리학은 발상 자체가 다릅니다. 행복의 역설에서 설명했듯이,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하고 실현해도 금방 또 다른 걸 원하게 되어 만성적인 욕구불만에 빠지기 때문이죠. 그래서 프랭클 심리학에서는 자아실현 심리학과는 반대로 이렇게 말하는 것입니다.
· 이 세상 어딘가에는 당신을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누군가가 있다.
· 그 누군가는 당신을 기다린다.
· 당신은 그 누군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남에게 뭔가 도움이 된다고 느낄 때 인간은 기쁨을 느낍니다. 프랭클 심리학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인생이 자신에게 요구하는 것을 찾으라고 말합니다. 프랭클은 인생이 자신에게 요구하는 것을 찾는 단서로 ‘세 가지 가치 영역’을 제시하는데, 이것이 바로 앞에서 한 번 언급했던 창조 가치, 경험 가치, 태도 가치입니다.
---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세 가지 질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