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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8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544쪽 | 132*225*35mm
ISBN13 9788937464478
ISBN10 8937464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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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가 결국 하게 될 이야기는 바로 그것, 20세기 오스트레일리라 최고의 자동차 경주 얘기다.
--- p.15

즉 드라이버들이란 다들 경주하려고, 상대방을 나가떨어지게 하려고, 시속 150킬로미터로 달리려고, 남보다 앞서려고, 더 빨리 가려고, 때로는 조정이라 수리를 위한 짬을 만들려고, (사전 인터뷰에서 뭐라고 했건 간에) 항상 다른 참가자를 ‘압도적으로 능가’하려고 모인 미치광이들임을 알았다.
--- p.226

모기에 물린 귀가 가려웠다. 꿈속에서 나는 법정에 선 흑인이 되어 있었다. 아까 경찰서에서 만난, 히스테릭한 백인 순혈주의자 때문이리라. 꿈속에서 나는 스파이 혐의로 이른바 “인종 전문가”라는 판사 앞에 끌려 나갔다. 이 끔찍한 용어는 내 기억에 남았다. 그는 내가 모든 큰길과 곁길과 경로, 고대와 현대의 도로를 정맥과 동맥과 새우의 내장처럼 빠삭하게 안다고 생각했다. 쿠르타는 부서졌다. 나사를 찾으려고 법원 바닥을 미친 듯이 뒤졌지만 손가락으로 집을 수 없을 만큼 작아서 찾지 못했다.
--- pp.257~258

결혼 생활 내내 나는 티치를 자기 아버지의 악의로부터 보호하려 애썼고, 그의 아버지는 아들을 새장에 가둬 두기 위해 자기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다. 지금껏 내 삶의 목표는 남편에게 사랑이 주는 안락함을 확실히 가르쳐 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제 보니 그 모든 것이 헛수고였다. 그는 사람들 앞에서 시신 위로 몸을 던졌다. 그의 끈질기고 은밀한 사랑은 더이상 숨길 곳이 없었다.
--- p.264

타운스빌 사람들은 나를 흑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들이 혼혈의 기미에 극도로 민감한 건가? 내 평생 이 ‘경험’을 마주했을 때보다 더 황당했던 적은 없었다.
--- p.271

담뱃불 흉터. 나는 우리 결혼식 날 밤에 그걸 보고 울었다. 이래서 그가 빛나는 거구나, 그때 깨달았다. 이래서 그가 농담하는 거구나. 나는 그의 완벽한 머리통을 품에 안았을 뿐 그가 입은 피해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 그가 정확히 무슨 일을 당했는지 대화를 나눈 적도 없었고, 그도 자기 어머니에 대해서만큼이나 자기 몸의 상처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가해자는 줄담배를 피우는 댄 아니면 아들을 성직자나 독신남과 단둘이 남기고 간 댄이었다.
--- p.281

전혀 다듬어지지 않은 덤불과 풀밭 너머에 황혼 속으로 사라져 가는 안개 낀 티모르해(海)가 있었다. 그 앞이자 호텔 맞은편에는 음주 금지, 도박 금지, 사기 금지를 알리는 팻말이 있었는데, 사실 그것은 팻말 앞이 아니라 뒤쪽에 사는 사람들, 여기저기 점점이 연기가 지독한 모닥불을 피우고 둘러앉은 흑인 무리가 대상임이 명백했다.
--- p.293

왜 다들 나를 미치게 만들려고 하는 거예요?
--- p.307

내일 첫 번째로 할 일은 퍼스로 날아가는 것이었다. 나의 진짜 정체에 대해 내 말에 반박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 왜 머물겠는가? 누가 공간을 순간 이동 하는 데 드는 비용이나 수고를 신경 썼나? 1,600킬로미터를 내려가서 퍼스까지. 그런 다음에 대륙의 밑부분을, 널라버 평원을 면도칼처럼 일자로 가로지르기. 하루가 걸릴까, 이틀이 걸릴까? 어쨌든 그러고 나면 내가 다시 백인으로 받아들여질, 푸르고 정상적인 배커스마시에 도착할 것이었다.
--- p.329

우리는 가고 또 갔다. 티치와 나는 부르릉거리는 배기 소음 위로 서로에게 소리 질렀다. 우리가 원한 것은 스스로 판 구덩이에서 기어 나오는 것뿐이었지만 우리는 더욱더 깊이 파고 들어갔다. 환한 달빛 속을 달리는 동안 석회암 먼지가 들어오지 않도록 창문을 닫았지만 소용없었다. 그것은 뒤틀린 덤불 사이를 연기처럼 떠다니면서 우리의 눈과 콧구멍을 아프게 했다. 우리의 감정은 예전에는 몰랐던 것, 이 길 밑에서 신음하는 것들 같았다.
--- p.343

하느님, 이 기억을 제게서 가져가 주세요. 내가 어떤 인간일지 알게 되자 속이 메슥거렸다. 나 자신에 대해 아는 것을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지만 문장들이 고칠 수 없을 정도로 엉키고 꼬였다. 옥외 화장실로 달려가서 내장까지 다 토해 냈을 때도 나는 여전히 손에 연필을 쥐고 있었다.
--- p.389

너는 괜찮을 거야, 그가 말했다. 걱정 마, 그가 말했다. 흙을 겨드랑이에 비벼. 그러면 어떤 나쁜 일도 내게 일어날 수 없었다. 그가 모든 것을 내게 말해 줄 터였다. 내 조상은 긴 수염을 가진 뱀이었고 불운이나 죽음까지도 가져올 수 있었다. 우리는 그에게 다가갈 때 노래를 부를 건데 아무 노래가 아니라 닥터 배터리가 아버지의 형제에게서 배운 바로 그 노래여야 했다.
--- p.417

나는 이제야 모든 원주민 문화가 고장과 여행과 (지금은 울타리에 의해 산산조각 난) 길에 기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퀌비 다운스가 일종의 감옥임을 이해했다. 이곳에서는 고장 노래하기라는 도덕적, 종교적 의무를 지키는 것이 불가능할 때가 많았으므로 원주민들의 끔찍한 무기력의 원인 또한 명백했다. 그들은 삶의 의미를 부정당한 망명자였다.
--- p.436

하지만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어느 누가 원주민에 대해 공부하지 않고, 즉 백내장, 빈혈, 심장병, 당뇨병, 천식, 폐렴에 대해 공부하지 않고 의학을 배울 수 있겠습니까? 제가 피부색 때문에 병원과 환자를 골랐다고 태평하게 결론짓는 친구들에게 화날 때가 너무 많았어요. 그 이유가 히포크라테스 선서나 만인 공통의 인간애일 순 없는 건가요? 이것들은 합리적으로 고려할 만한 요소가 아닙니까?
--- p.512

만약 아버지의 글이 명쾌하지 않다면, 교수님, 그것은 그가 신경 쇠약에 걸렸기 때문이 아니라 진실을 기록하는 동시에 비밀을 지켜야 했기 때문입니다. 광기의 징후처럼 보이는 것도 연금술 문헌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우리 조국이 사실은 다른 이들의 땅이며 우리는 아직 그들의 언어로 말할 권리를 얻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암호로 받아들인다면 말이죠.
--- p.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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