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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밤에 피는

아무도 없는 밤에 피는

: 사쿠라기 시노 소설집

[ 양장 ]
리뷰 총점8.6 리뷰 28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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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6월 02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84쪽 | 370g | 128*188*20mm
ISBN13 9788950953935
ISBN10 8950953935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그렇다면 왜 직장을 버리면서까지 남편 다카히로를 쫓아온 건가. 식어버린 마음 한편에 물어본다. 나오는 대답 또한 간소하다.
부부의 형태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었다.
마치 일부러 그러는 듯 계속 패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다카히로를 나나코는 한 번도 책망하지 않았다. 책망하면 괜스레 비참해기만 할 뿐이다.
싸움을 하지 않는 부부의 실상이란 사실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 갑자기 몸에서 힘이 빠졌다. 남편에 대한 공포도 없고, 아까 남편에게 안겼다는 여자에 대해서도 특별한 감정이 없다.
의식은 내일 예정된 결혼식으로 서서히 기울어간다. 나나코는 파자마 차림으로 다카히로 앞에 단정히 앉았다. 마음이 꺾인 남편을 정면에서 바라봤다.
“언젠가 웃겠다는 생각은 한 적 없어요. 그건 당신의 지나친 생각이에요. 하지만 우리는 좀 더 많이 싸웠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은 드네요. 미안해요.”
왼쪽 볼에 뜨거운 통증이 달린다. 다카히로의 오른손이 공중에서 부르르 떠는 것이 보였다. 볼에서 열이 나기 시작했다.
부을지도 모르겠다.
아침까지 이렇게 있어서는 안 된다. 나나코는 떨고 있는 다카히로의 손을 양손으로 쥐었다.
“미안해요.”
다카히로는 목에서 짐승 같은 소리를 내며 나나코를 바닥에 눕혔다.
약간의 죄책감을 품으며 눈을 감았다. 다카히로나 나는 더 이상 돌아갈 곳이 없다.
사가 노부키가 젊은 신부를 들이는 것도, 열다섯 살의 나나코 가 노부키의 아이를 몰래 유산한 것도 모두 과거의 일이었다.
살아 있으면 모두 과거로 만들 수가 있다.
죽으면 바라건 바라지 않건 과거가 돼버리고 만다.
다카히로의 욕망에는 불이 붙지 않았다. 고요한 시간이 찾아왔다. 좁은 거실을 둘러봤다. 다카히로의 눈이 천장을 노려보고 있다. 나나코가 일어섰다. 파자마를 갈아입으려고 한 그때 남편의 양손이 목을 눌렀다.
움직일 수가 없다. 상체를 일으킨 다카히로와 눈이 마주쳤다. 눈을 감는다.
전해지는 건 주체할 수 없는 슬픔이다. 끌려다니면 다시 똑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다. 나나코는 다카히로의 체온을 확인하면서 필사적으로 할 말을 골랐다.
여보.
남편의 따뜻한 호흡이 목 근육에 닿는다.
“나, 내일 결혼식 때 옷을 입혀줘야 해요. 옛날 감을 되찾으려고 이 한 달간 매일 연습했어요. 처음 결혼식을 맡았을 때보다 훨씬 긴장이 돼요. 하지만 내 공백 따윈 아무도 신경 안 써요. 내가 행복하건 불행하건, 긴장하건 하지 않건, 내가 옷을 입혀주는 신부는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계속 연습하면서 나는 일을 할 동기가 그것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우리 헤어지자.”
말을 듣지 않는 턱을 아래위로 움직인다. 다카히로의 것인지 자신의 것인지 모르는 땀으로 목 근육이 젖어 있다. 몇 분 후 나나코는 해방됐다.
---「결 고운 하늘」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파도에 꽃피우다
홋카이도 서쪽 바다와 접한 작은 마을. 부모로부터 목장 일을 이어받은 슈이치는 하루하루가 고되다. 당연히 시집올 여자도 없다. 마을에서는 중국 여성을 신부로 맞으려는 사업을 계획한다. 슈이치는 중국 가난한 시골 출신인 스물다섯 먹은 호아하이를 신부로 맞게 된다. 서른 살까지 여자를 몰랐던 슈이치에게 호아하이는 소중한 존재이다. 하지만 말이 다르기에 둘은 함께 이야기할 수 없다. 슈이치의 부모는 아직까지 애를 낳지 않은 호아하이가 고깝다. 그러던 중 호아하이가 일본어를 할 줄 안다는 사실이 우연히 밝혀진다.

바다로
점점 기우는 홋카이도의 구시로 시. 쓰러져가는 강변 집에 살고 있는 치즈루는 몸을 팔아 생을 연명한다. 전직 신문기자인 구제불능의 남자가 그녀의 기둥서방이다. 치즈루에게 삶의 계획 따위는 없다. 싸구려 호텔에서 손님에게 안긴 후 쓰러져가는 강변 집으로 다시 돌아온다. 어느 날 단골인 중년 남자가 그녀에게 전속 계약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녀의 기둥서방은 뭔가 해보겠다며 큰돈을 요구한다.

프리즘
작은 운송회사에서 일하다가 사고를 낸 노구치는 사장과 투쟁 중이다. 사장은 그를 다시 받아줄 마음은 없고, 노구치는 회사에 드러누웠다. 그런 그를 히토미는 난감하게 바라볼 뿐이다. 히토미는 노구치와 5년 동안 동거해온 사이다. 어느 날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고용했는데 그중 젊고 해사한 도마라는 한 학생이 히토미를 따른다. 히토미와 도마는 서로의 몸에 탐닉하게 되고 그 장면을 노구치에게 들키고 만다.

피날레
밤 문화를 다루는 삼류 잡지사에서 음식점 기사를 담당하는 준이치는 사장 대신 스트립쇼 클럽의 취재를 나선다. 그리고 그곳에서 댄서 시오리를 만난다. 그 바닥에서 5년을 버텨낸 시오리와 그녀의 춤을 보면서 준이치는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감정을 경험한다. 시오리의 은퇴 후, 방송국에서 새로운 직장을 얻게 된 준이치는 우연히 그녀와 조우한다.

바람 여자
데라다 다쓰키라는 남자가 미쓰에 앞에 언니 유코의 유골을 들고 온다. 서예 교습소를 운영하는 아버지의 후계였던 언니는 어느 날 집을 떠났고, 28년 만에 뼈로 돌아온 것이다. 역시 서예 교습소를 운영하던 미쓰에는 단번에 그 남자를 알아본다. 데라다 다쓰키는 데라다 가문의 후계자로 현재 서단의 총아로 손꼽히는 서예가였다. 언니는 데라다 슈오의 첩이었던 것이다. 둘은 마주한 채 유골과 기억을 건네며 이야기를 나눈다.

결 고운 하늘
나나코는 구시로 시에서 기모노 착용 장인인 사가 다마키의 조수로 10년을 일했다. 하지만 일자리를 잃은 남편 때문에 이사를 가야 했고, 지금은 허름한 미용실에서 보조로 일한다. 그러던 그녀에게 사가 다마키가 아들 결혼식 일을 의뢰한다. 신부에게 기모노를 입혀달라는 것이다. 그녀와 사가 다마키의 아들 노부키와는 낙태까지 했던 어린 시절 연인 사이. 굳어버린 손과 무능력한 남편, 초라한 자신의 처지를 고민하던 나나코는 스승의 부탁을 수락하고 연습을 시작한다.

뿌리 없는 풀
가노다 릿카는 지방 신문 기자다. 그녀는 이혼한 남편과 한 번 만난 후 임신을 했다. 전 남편은 이미 재혼했고, 그의 부인은 출산을 앞둔 상태. 가노다는 애를 낳을지 말지 고민 중이다. 그러던 중 우연히 예전 아버지의 친구 고가 씨를 만나게 된다. 고가는 어린 시절 한탕에 몰두하던 아버지와 함께 사업을 하려 했던 남자로, 돈이 되는 곳이면 어디든 떠도는 그런 남자였다. 가노다는 가족의 근황을 묻는 고가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버지와 어머니가 모두 돌아가셨다고 거짓말을 한다. 이야기를 마친 후 병원으로 향한 가노다는 아버지와 짧은 인사를 하고 어머니와 태어날 아이에 대해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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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눈보라 속에서 미아가 되면 쓸데없이 움직이지 말라고 한다. 움직이면 오히려 위험하다. 눈보라 속에서 꾹 참고 견뎌야 한다. 눈보라가 잦아지기를 혼자서 기다려야 한다. 슬픔을 안고 있지만 언젠가 그 슬픔이 위로받을 때까지 멈춰 서 있다. 작품 속 여자들에게는 그런 강인함이 있다. 그 점이 독자를 조용히 감동케 한다.”
가와모토 사부로(문학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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