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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동 랑데부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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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9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372g | 135*200*20mm
ISBN13 9791161571959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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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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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윤호수 씨 되세요?”
직원으로 보이는 한 여자가 호수를 알아보고는 다가오며 물었다.
“네, 맞습니다.”
삽시간에 긴장한 호수가 꾸벅 고개를 숙였다.
“오늘 첫 출근이시죠. 반갑습니다. 저는 학예연구원 손다미라고 해요.”
여자가 손에 든 명함을 내밀며 인사를 건넸다. 갸름한 얼굴에 큰 눈망울, 야무져 보이는 입매, 긴 머리를 뒤로 한데 묶은, 언뜻 봐도 다부진 인상의 여자였다. 여자를 따라 인사를 하고 나서 호수는 왠지 기운이 쇠하는 것 같았다. 그동안 아나운서라는 하나의 길만을 좇다 이제 원치 않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게 이런 기분인 듯싶었고, 어쩐지 난파된 뒤 길을 잃어버린 배 위에 올라탄 막막한 심정이었다.
--- pp.10-11

‘할 수만 있다면 내가 잃어버린 젊음을 그림으로 보고 싶소. 그런 게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매일매일 봐야 하는 이 지긋지긋하게 늙고 주름진 얼굴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가진 생기와 젊음이 내게도 있는지 보고 싶소. 다 늙은 고약한 영감이 된 거울 속 내 모습을 그림으로는 다시 보고 싶지 않으니 그럴 거면 말고요. 다만 내가 가진 생기와 젊음을 그려줄 수 있다면, 보여줄 수 있다면 그려주시오. 제발 보여주시오! 사연 신청자, 김춘호’
--- pp.39-40

길을 걸으며 호수는 전선들 사이로 멀찌감치 내려다보이는 차도를 바라봤다.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이 저 도심 한가운데의 빌딩 숲속이어야 한다는 생각은 언제나 호수의 머릿속에 클립처럼 꽂혀 저장되어 있었다. 오전이면 커피를 테이크아웃 하기 위해 매장 앞에서 줄을 서고, 점심을 먹기 위해 빌딩 밖으로 쏟아져 나온 인파를 헤치고 식당을 찾아다니며, 일에 치여 정신없는 하루를 보낸 후 저녁이면 퇴근한 사람들로 인해 비어버리다시피 한 빌딩 숲 사이의 공허를 호수는 동경하는 것이었다. 호수가 입사하고 싶었던 방송사들이 하나같이 그런 지역에 있기도 한 탓이었다. 그런 지역에 비해 부암동은 지나치게 한적한 동네였다.
--- pp.56-57

그런 그를 토닥여주는 건 가끔 마주치는 청소부 할머니였다. 건물 내외부를 청소하는 일이 만만치 않아 다른 데 신경 쓸 여유가 없을 텐데도 항상 호수를 만나면 “호수 청년, 호수 청년” 하며 나긋한 미소를 지어주고는 했다. 오 실장은 호수에게 종종 핀잔 비슷한 말투로 왜 그렇게 피곤해 보이냐고 하거나 안색이 좋지 않은 것 같다고 했지만, 할머니는 달랐다.
“전보다 표정이 밝아졌네.”
대개 첫마디부터 늘 기분이 좋아지는 말을 건네는 사람이었다.
“그래요, 할머니?”
호수가 반색하며 되묻자 할머니가 입을 손으로 가리고 소리 죽여 말했다.
“나 같은 노인도 여기 취직하자마자 진작 그만두고 싶었는데 그게 벌써 이 년이 넘었어. 잘 버텨봐, 호수 청년.”
--- p.83

‘선해주 님의 사연에서 문득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깊이 느껴졌어요. 그립고 보고 싶은 대상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게 전 몹시 부러웠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저의 부모님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시거든요. 지금 만나지 못한다고 해도 언제든 만날 수 있다 생각하면 기분이 좀 나아지지 않던가요. 돌아가신 부모님을 어떻게 해서도 만날 수 없다는 생각에 저는 종종 허무해지거든요. 갖고 있는 사진 하나 없다는 해주 님의 아버지를 어떻게 그려야 할지 꽤 오래 고민하고 망설였습니다.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은 단 하나이더군요. 해주 님의 사연에 제가 최선을 다해 만들어낼 수 있는 작품은 오로지 한 가지 형식밖에는 없었습니다. 만남, 그 자체 말입니다.’
--- pp.93-94

‘그래서 말인데 아무 문신도 그려지지 않은 저를 한번 그려줄 수 있을까요? 지금 이 상태의 문신을 모두 지우는 건 도무지 불가능하거든요. 하지만 어떻게 해서든 상징적으로나마 내게 남은 흔적을 지우고 싶습니다. 그 모습을 거울삼아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어쩌면 제 문신을 보고 작가 양반도 기겁할 수도 있겠네요. 이런 건달의 사연도 들어줄지는 모르겠지만 부탁해봅니다.’
--- p.133

‘새소리, 수업 시간이 끝났다는 종소리, 알람음, 그리고 제가 제일 좋아하는 악보 속의 멜로디. 그것들을 모두 제 목소리로 표현한다는 게 어린 나이에도 너무 신나고 좋았어요. 언제나 노래 실력을 뽐내는 아이였어요. 그때부터 꿈을 키워 뮤지컬 배우가 되었고 수년 만에 마침내 주연 역할을 맡았죠. 하지만 거기까지였어요. 성대결절이 저를 꿈의 바로 문턱에서 좌절시켰거든요.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잃었을 때의 느낌을 아세요? 궤도를 잃고 우주를 떠도는 사람이 된 기분이에요. 지금은 제 안에서 나오는 소리가 너무 무서워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거친 소리를 낼까 두렵고요. 분명히 머리는 어떤 음을 노래해야 할지 알고 있는데, 정작 소리를 낼 수 없는 답답함을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요. 그 일 때문에, 그것 때문에 저는 그토록 사랑하는 무대에서 내려와야만 했습니다. 제가 꿈꿨던 주연 역할이 다른 사람에게로 가는 걸 바라보며 제 마음은 무너졌고요. 그 이후로 전 어떤 소리도 싫어졌어요.’
--- pp.174-175

“미술관 오셨어요?”
덩치가 크고 부리부리한 눈매에 수염이 턱 주위로 까슬까슬하게 뻗친 한 남자가 미술관 입구에서 물었다. 가만 보니 익숙한 브랜드 로고의 점퍼를 입은 택배 배송기사였다.
“그런데요?”
“왜 안 들어가고 서 계시나 해서요.”
남이야 들어가든 말든 웬 참견이냐며 대꾸라도 할까 하다 영은은 꾹 참았다.
“저 같은 사람이 들어가도 괜찮은 곳인가 보고 있어요.”
“들어가도 되죠. 안 될 이유가 뭐가 있어요. 미술관이 사람 가리는 것도 아닌데. 전, 여기 전시 작품 바뀔 때마다 다 보고 다니는걸요.”
영은은 남자를 핼끔 쳐다봤다. 미술 쪽에는 전혀 취향이 없어 보이는 남자의 말에 영은은 괜스레 용기가 솟아올랐다.
--- p.208

“영서야, 내 얼굴을 그려달라는 게 무슨 말이야? 이거 사기 아냐? 영서야 너 요즘 같은 세상에 함부로 가족 정보 팔고 다니면 안 돼.”
“사기는 무슨 사기야, 내가 그냥 아빠 얼굴 그려달라고만 했는데.”
“그러니까 아빠 얼굴을 할 일 없이 왜 그려달라고 하냐고. 그걸 또 누가 그려주기나 한대?”
“응. 아빠가 화만 내니까 아빠 선한 얼굴 좀 찾아달라고 했어. 아빠도 아빠 선한 얼굴 어떻게 생겼는지 미술관 가서 좀 봐.”
--- pp.248-249

천장에 설치된 레일을 따라 그림이 희준의 눈앞으로 다가왔다. 전시 벽면에서 분리된 그림은 보다 선명하게 보였다. 트레이싱지처럼 반투명한 종이 위에 그려진 그림이었다. 이맛살의 주름이 도드라지고 입매가 비뚤어져 짜증을 내는 듯한 얼굴. 그림을 보며 희준은 이게 내 얼굴인가 하고 자세히 들여다봤다.
[…] 고개를 기울여보자 그림이 있던 자리에 또 다른 그림이 있었다. 희준은 버튼을 누르고 다가오는 그림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성이 난 듯 치켜올려진 눈썹, 부릅뜬 눈과 포효하듯 크게 벌린 입, 날카로운 눈매, 그 옆에 새겨진 잔주름들이 세밀하게 그려진 그림이었다. 누가 봐도 화를 내는 모습이 분명한 희준, 자신의 얼굴이었다.
---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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