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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삼킨 아이

말을 삼킨 아이

콩고물 문고-01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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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6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80쪽 | 342g | 153*220*13mm
ISBN13 9791156550020
ISBN10 115655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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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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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 김현영
대학에서 의상디자인 전공 후, 그림이 좋아 일러스트를 공부했습니다. 졸업 후 다양한 작업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음식, 동물, 길에서 보는 재밌는 사람들을 그림에 담는 것이 큰 즐거움이며 자신의 그림을 보고 사람들이 흥미로워할 수 있다면 작가로서 더 없는 보람을 느낀답니다.
그린 책으로는 《유머의 공식》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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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행동을 하나하나 다 적어 놓은 거 같은데?”
감시당했다고 생각한 아이들은 화를 냈다.
“그런데 여자 글씨체 같지 않냐?”
“그런 거 같기도 하고. 어쨌든 철저히 조사해서 밝혀야 해.”
빨라지는 맥박에 맞춰 심장 소리도 점점 커져 갔다. 가온이의 얼굴은 새빨갛게 물들고 등줄기로 식은땀이 나고 소름이 돋았다.
--- p.29

가온이는 상대방의 말에서 거짓과 진실을 구분하기 어려웠다. 말에 숨은 속뜻이 있어서 헷갈리는 경우가 많았다. 말은 분명히 해석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의미를 해석하기 위해서 고민할수록 점점 더 혼란스러워진다. 가온이는 대화를 나눌 때 그런 수고를 들여야 하는 게 싫었다. 하여튼 말에서 상대의 진실된 의도를 찾지 못하면 자연스럽게 말실수로 이어졌고, 뒤이어 온 변명과 거짓말이 오해와 다툼을 일으켰다. 짓궂은 말의 장난 같았다.
--- p.45

“왜요? 그럼 제가 뱉은 말은 어디 있는 거죠? 혹시 새들이 먹어 버린 건 아닐까요?”
“아니. 네가 뱉은 말은 무거워서 비둘기들이 먹지 않는단다.
무거운 말 말사냥꾼을 찾아가 보렴.”
“무거운 말 말사냥꾼이라고요?”
“그래. 내 생각에 무거운 말 말사냥꾼이 네 말을 찾아 줄 수 있을 것 같구나.”
“그럼 무거운 말 말사냥꾼은 어디에 있어요?”
“어둡고 침침한 곳이지.”
--- p.109

“말의 늪에는 가벼운 말과 비밀스러운 말뿐만 아니라 여러 다양한 말이 다 모여 있어. 말사냥꾼들이 잡지 못하거나 말사냥꾼에게 잡혔더라도 도망친 말이 떠돌다가 모이는 곳이 바로 말의 늪이야. 말사냥꾼이라면 누구나 말의 늪에 가기를 꺼려하지.”
가온이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도대체 어떤 말들이 모였길래 말사냥꾼들도 가기를 피한단 말인가! 그런 곳에 있는 말을 자신의 입으로 했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말사냥꾼이 가리키는 말의 늪 입구는 시커먼 어둠이 드리워진 지하철 철로였다. 으스스한 기운이 맴돌았다. 가온이는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자신이 뱉은 말을 찾고 싶지 않았다.
--- p.126

그중에서도 입에 담지 못할 말이 대부분이었는데 그 말들은 누가 더 나쁘고, 무겁고, 심하고, 역겨운지 내기라도 하는 듯 서로 언성을 높이며 싸우고 있었다. 가온이는 자신이 뱉은 무거운 말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말을 결코 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말이 움직일 때마다 진득거리는 무언가가 뚝뚝 떨어지고 악취까지 났다. 말이 뱉는 소리는 분명히 가온이의 목소리였다.
“역겨워요. 내가 저런 말을 뱉었다니!”
가온이는 자신도 모르게 울먹였다
--- p.136

가온이는 무거운 말을 깨물었다. 무거운 말에 난 이빨 자국에서 바람이 빠지기 시작했다.
“그러지 마. 넌 나 없이는 아무것도 못해! 넌 시간의 미로에 빠진 미아가 되고 말거야!”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마. 이제 다시는 너를 찾을 일은 없을 거야.”
가온이는 무거운 말을 입속으로 구겨 넣었다. 무거운 말이 입속에서 빠져나가려고 발버둥 쳤지만 가온이는 손으로 입을 막고 더욱더 꼭꼭 씹어 삼켰다. 쓰디쓴 초콜릿을 먹을 때처럼 씹을수록 진한 어두움이 느껴졌다.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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